두꺼비가 웃다 / 김신용
두꺼비가 뭉툭한 돌멩이처럼 마당을 걸어왔다
몸에도 안 맞는 구식 양복을 걸치고 장에라도 가는 것처럼
마당의 풀밭 위를 느긋하게 걸어왔다
멍텅구리배처럼 생긴 두꺼비
그 멍텅구리배에 동력이라도 단 것처럼 뒤뚱뒤뚱
도대체 그 술 취한 황소걸음으로 어디로 가시나?
신기해하며 쳐다보는 내 눈길 따위는 아랑곳없이
마치 자신이 횡단보도이기라도 한 듯, 네거리의 신호등이기라도 한 듯
예인의 밧줄 없이는 꼼짝도 못하는 멍텅구리배 같은, 그 느린 걸음으로
쳐다보는 사람을 종종걸음 치게 하는 저 속 터지는 걸음으로
마당을 가로질러 울타리를 향해 걸어갔다
그 울타리 밑에 집이라도 지어 놓았는지, 주막에 들어 막걸리 사발을 비우고는
소 몰고 돌아가는 저녁길인 것처럼
마치 저수지에서 피어오른 안개가, 둑길의 미루나무를 삼키고
들판의 송전탑을 삼키고, 이윽고 들판까지 삼키듯이
배 불룩해, 더 많은 풍경을 삼키고도 시장기 못 채울 것 같은
그 느린 걸음으로, 여름 들길이
미루나무 그늘 밑에서 쉬고, 낮잠 한숨 주무시고
하품하며 뒷집 지고 저수지 둑길 너머로 사라지듯이
그런 자신을 무슨 괴상한 외계의 생물체처럼 바라보는 내 눈길 앞에서
이런 걸음 처음 보았지? 하며 하하 웃듯
두꺼비가 걸어간다 저수지에서 피어오른
새벽안개가, 해가 뜨면
삼킨 둑길이 미루나무를 뱉어 내듯이
송전탑과 들판을 되새김질하듯 뱉어 내듯이
- 김신용 시집 <도장골 시편>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