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수시모집에 지원하기로 결정했을 때, 엄마는 수능 준비에 방해가 될 것이라며 수시 원서 쓰는 것에 반대하셨다. 그러나 나는 고대를 포함해 두 대학의 영문과에 지원했는데, 원서를 쓰고, 시험을 준비하고, 결과를 기다리며 한참동안 수능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흔들렸던 것이 사실이다. 나의 경우, 어문계열에 관심이 많았을 뿐 장래희망이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공을 결정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자기소개서를 쓰는 데에도, 내신 성적을 입력하는 데에도 1주일 이상을 꼼짝없이 투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나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 시간이었기에 그 시간들이 아깝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내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고, 좋은 결과를 얻어 내가 원하는 학교, 학과에 남들보다 좀 더 일찍 합격하는 기쁨을 누렸다. 작년 고려대학교의 수시모집에서는 논술 시험의 비중이 매우 컸는데, 논술에 대한 준비는 비교적 꾸준히 했던 편이다.
3학년이 되는 겨울방학 때 2, 3개월가량 집중적으로 언어 논술을 배우며 기본기를 익혔고, 학기 중에는 학교 수업을 통해 논술문 쓰는 훈련과 영어 지문 독해 연습을 틈틈이 계속했다. 가능한 자주 신문을 읽은 것도 기본 소양을 쌓고 논리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그리고 수리 논술의 경우는 워낙 예상하기 어려운 문제가 출제되는 탓에 이를 위해 따로 준비를 하기에는 부담이 컸다. 대신 시험 전에 홈페이지에 게시된 예시 문제를 꼼꼼히 풀어보며 실제 답안을 작성하는 연습을 했고, 평소에는 수능 공부를 하며 많은 문제를 접하는 것으로 준비를 대신했다.
2학기 수시모집은 분명 좋은 기회이다.
자신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기회가 될 수 있고, 대학 진학에 있어서 몇 번의 기회를 더 갖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더 클 위험도 분명히 있다.
수시모집에 응시하기로 결정했다면 그것에 최선을 다하되,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수능 준비도 계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