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모도 가는 길
김종길
강화도 선착장에 줄지어 선 승객들
부두와 여객선 사이
폐타이어 울음소리
부두에 몸 부비던 여객선이 출항하고
낙조 물든 바다는 예식장이 되었다
갈매기 축가로 예식은 시작되고
드넓은 바다는
신부 걸음 흉내로 주단을 깔고 있다
알알이 부서지는 포말 뽀얀 뱃길은
철지난 달력 같이 사연 많은 롱드레스
함진 애비 여객선이 드나들던 그 길목에
제멋대로 살 할퀴며 뒤따르는 물 알갱이
민달팽이 지나간 희미한 자국처럼
흐려진 물꼬리가 길고도 길어라
돌아가는 스크류에 휘감긴 주례사
파도사회 뒤엉킨 하객들 박수소리
보문사행, 영부인 업고 건낸 옛 갯벌엔
잿빛석화 가득 안은 갯바위만 무성하다
부두에 뱃전 펼치기도 전에
짱뚱어 버선발로
뛰어오는 석모도
카페 게시글
시(회원시)
석모도 가는 길
김종길
추천 0
조회 136
11.05.21 03:32
댓글 12
다음검색
첫댓글 몇 년전에 석모도에 갈 때 생각이 나네요
새우깡을 무기로 사진을 담았던 기억을 떠 올려봅니다
보문사 갈때 많이 찾는 섬이지요. 특히 서울 사람들이 가까우니까 자주가지요. 수고하세요
새우깡을 먹으며 자란 갈매기와 까마귀는 의지력과 자립심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은 적 있네요,
잠깐 바람쐬러 가는 강화보문사는 갈때부터 갈매기가 엄청 따라 옵니다. 수고 하세요
오늘같은 날 부쩍 가보고 싶은 곳 석모도......
님의 시어로 그리움을 대신합니다.^^*
드라마 철야촬영하며 마음은 덕산을 달립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묘사의 진수를 보는 것 같군요 배가 지나가는 길=민달팽이 자국 = 롱 드레스 눈앞에 석모도가는 길과 석모도의 모습이 아련하게 떠오릅니다
박희영선생님 반갑습니다. 제가 보문사를 가끔 들락거려서 한번 반추해 보았습니다. 감사드려요
와!
멋진 그림이 그려집니다.
출항하기 직전과 직후의 모습이 그림과도 같습니다.
결혼식 장면과 오버랲이 되면서 말입니다.
드넓은 바다는 예식장이고
갈매기의 울음소리는 축가이고
포말의 뽀얀 뱃길은 롱드레스이고
주례사는 스크류에
하객의 박수소리는 파도에
와!
그 곳에 가고 싶다. -섬마을 황선생-
시의 객관적 상관물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시의 창작의 여러 기법 중 묘사발상법으로 쓰본 글입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석모도 보문사로 가는 갯벌은 고육영수 여사를 경호원들이 업고서 건넜다는 군요. 해서.....!
발상이 너무나 절묘합니다요.
생동감이 넘치고요.
객관적 상관물의 이동경로를 절묘한 비유로 현장감있게 그렸네요.
또한 추보 형식의 묘미를 보는 듯합니다요. -섬마을 황선생-
석모도 가는 뱃전의 갈매기는 새우깡을 좋아하지요. 갯바위의 석화들도 참 서정성이 강합니다. 힘을 주는 황선생님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