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都鍾煥)-오월의 편지
붓꽃이 핀 교정에서 편지를 씁니다.
당신이 떠나고 없는 하루 이틀은 한 달 두 달처럼 긴데
당신으로 인해 비어 있는 자리마다 깊디깊은 침묵이 앉습니다.
낮에는 뻐꾸기 울고 찔레가 피는 오월입니다.
당신이 있는 그곳에도 봄이면 꽃이 핍니까
꽃이 지고 필 때마다 당신을 생각합니다.
어둠속에서 하얗게 반짝이며
찔레가 피는 철이면 더욱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은 다 그러하겠지만
오월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가 많은 이 땅에선
찔레 하나가 피는 일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 세상 많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을 사랑하여
오래도록 서로 깊이 사랑하는 일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 생각을 하며 하늘을 보면 꼭 가슴이 메입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서로 영원히 사랑하지 못하고
너무도 아프게 헤어져 울며 평생을 사는지 아는 까닭에
소리내어 말하지 못하고 오늘처럼 꽃잎에 편지를 씁니다.
소리내어 흔들리는 붓꽃처럼 마음도 늘 그렇게 흔들려
오는 이 가는 이 눈치에 채이지 않게 또 하루를 보내고
돌아서는 저녁이면 저미는 가슴 빈 자리로
바람이 가득가득 몰려옵니다.
뜨거우면서도 그렇게 여린 데가 많던 당신의 마음도
이런 저녁이면 바람을 몰고 가끔씩 이 땅을 다녀갑니까
저무는 하늘 낮달처럼 내게 와 머물다
소리 없이 돌아가는 사랑하는 사람이여
![](https://t1.daumcdn.net/cfile/cafe/26771D4B55431BCB0A)
*도종환 시인은 1954. 9. 27. 출생하였고, 사랑을 바탕으로 한 감성의 시인인데, 2004년까지 충북 진천의 덕산중학교 교사로 재직하다가 그 후 정치적 성향을 띠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하였으나 결국 2012년 통합민주당 비례대표 16번으로 국회의원이 되었다.
*시인은 사별한 아내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표현한 “접시꽃당신”으로 유명해졌고 그 외에도 “흔들리며 피는 꽃” 등이 많이 애송되어 왔지만 오월의 편지는 잘 알려지지 않은 시인데 표현이 좋아 한 번 올려 봅니다.
*꽃잎에 편지를 쓰는 시인의 심정은 과연 어떠하였을까요?. 일반 편지로는 하늘로 도달이 안 되기에 꽃잎에 편지를 쓴 걸까요?
잔인한 사월이 가고 계절의 여왕 5월이 왔지만 오월은 광주학생운동과 5.18민주화운동이 있었던 달이기도 하고 부부의 날이 있는 가정의 달이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아픔이 얼마나 컸으면 그 아픔이 위와 같이 아름다운 시로 승화되어 표현되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신록과 꽃들로 온 산야가 아름답게 뒤덮였을 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아픔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대비되고 그 아름다움을 함께 할 수 없다는 안타까움으로 그 슬픔이 더 커 때론 속으로 많은 눈물이 나기도 할 것입니다.
*어떤 시인은 시에서 “나이 들수록 산천은 속절없이 곱다”고 표현하였는데, 아름다운 시절에 헤어지는 큰 아픔을 속으로 감춘 표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계절의 여왕 5월에는 모든 분들이 지난 상처를 다 잊고 새롭고 활기차고 희망찬 나날들이 되기를 기원하면서 위 시를 한 번 올려 보았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6408C4D55431C0C35)
첫댓글 오월의 편지~
애틋한 사연을 역어서
어쩜 이렇게 곱게 표현을 했을까요.
그 향기에 푹 ~ 빠져들었습니다....
관심으로 보아주시어 감사드리고, 행복한 오월 보내세요,,,
5월.... 그날이 다시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꽃이 가득하지요~~~~
소리없이 돌아가는 사랑하는 사람이여......
관심으로 보아주시어 감사드리고 행복한 오월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