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성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발행으로 개인투자자와 계열사에 2조원대의 피해를 입힌 동양그룹 현재현(65) 회장이 13일
구속 수감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여환섭)는 사기성 기업어음과 회사채를 발행한 혐의로 현 회장과 정진석 전 동양증권
사장, 김철 전 동양네트웍스 사장, 이상화 전 동양시멘트 대표이사 등 4명을 구속했다.
검사로 일하다 중매로 동양그룹 장녀 만나 결혼
검사에서 성공한 기업인으로 승승장구하던 현 회장이 ‘친정’인 검찰에 의해 구속되는 신세로 추락한 것이다.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하고 법정에 나오지 않은 현 회장은 동양그룹 경영인이 되기 전에 검사를 지낸 법조인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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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현상윤 박사)가 고려대 초대 총장이었고 아버지가 이화여대 교수를 지낸 현 회장은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
3학년이던 1970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어 1975년부터 부산지검에서 검사로 일하다 1976년 동양그룹 창업주 고(故)
이양구 회장의 장녀 이혜경(62) 부회장을 중매로 만나 결혼하면서 동양그룹의 맏사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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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10월 18일 열린 국회정무위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앞에 최수현 금감원장이 앉아 있다.
현 회장은 결혼하고 1년이 지난 1977년 동양시멘트 이사로 경영에 참여하면서 장인(丈人)인 이양구 회장에게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법조인에서 경영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국제금융을 전공하고 1983년
34세의 나이에 동양시멘트 사장에 취임해 본격적인 후계자의 길로 들어섰다. 창업주인 이양구 회장이 타계한 1989년에는 동양그룹
회장에 올라 본격적인 ‘사위 총수(總帥)’ 시대를 열었다. 이후 시멘트를 비롯한 제조업 중심인 그룹에 금융을 접목시켜,
종합금융그룹으로 키웠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동양그룹을 2000년대 초반 재계 20위 안에 들도록 키워나가면서 현
회장은 검찰 수사 등 여러 번의 고비를 겪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건이 한일합섬 인수와 관련해 배임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은 것이다. 현 회장은 2007년 한일합섬을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회사 자산을 빼돌린 혐의로 예전에 자신이 근무했던
부산지검에서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한일합섬을 인수하지 않은 상태에서 동양그룹의 지주회사인 동양메이저가 앞으로 인수할
것을 전제로 한일합섬 주식을 담보로 미리 자금을 조달해 합병을 성사시키는 방법으로 한일합섬 주주들에게 1800억원대의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0년 4월, 2년 가까이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아오던 현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는 동양종금·동양증권 등 금융 계열사들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동양종금 사태 등으로 그룹이 초비상 국면에 몰렸지만, 정부는 “주인 있는 회사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없다”는 강경 방침을
내렸다. 결국 현 회장을 중심으로 한 동양그룹은 퇴출 직전에 내몰린 금융 계열사 구하기 위해 5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 붓는
큰 출혈을 감수해야 했다.
시멘트 중심의 동양그룹에서 금융업 육성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현 회장은 금융 사업에 대한 ‘의욕’을 꺾지 않았다. 1984년 일국증권(현 동양증권)을 인수하면서 시작된 금융업 진출은
최근까지 6개 금융 계열사(동양증권·동양생명·동양인베스트먼트·동양파이낸셜·동양자산운용·티와이머니)를 거느릴 정도로 빠르게
확장했다. 그룹 창립 50주년이었던 2007년 6월에 그는 “머지않아 동양을 골드만삭스나 메릴린치 같은 최고의 투자은행(IB)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국제금융을 전공한 현 회장이 금융 산업에 애착을 가진
배경에는 기존 제조업 중심인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도 있었지만, 그룹 내 입지 강화도 염두에
뒀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 회장은 1983년 동양시멘트 대표가 됐지만, 1990년대 초반까지도 그룹 지주회사인 ㈜동양의 지분율은
부인과 장모보다 적었다.
하지만 현 회장이 2000년대 들어 금융 계열사를 인수하면서 지분율을 높여 1대 주주가
됐다. 공교롭게도 결혼 후 자녀 교육과 가정살림에 전념해오던 이혜경 부회장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것도 현 회장이 1대 주주가
되던 무렵이었다. 이화여대에서 생활미술학을 전공한 이 부회장은 2008년 동양그룹이 디자인경영을 선언하면서
최고디자인경영자(CDO·Chief Design Officer)로 경영 일선에 참여했다. 특히 2008년 완공된 강원 삼척시
파인밸리, 안성시 웨스트파인 골프장 등의 클럽하우스와 2009년 동양종합금융증권 골드센터를 직접 도안하는 등 그룹 계열사 디자인
관련 업무는 거의 다 이 부회장의 손을 거쳤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