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203 (화) '이곳이 겨울 왕국'… 제주 한라산 '만설 장관'
사흘간 내리던 눈이 그치고 맑은 날씨를 보인 지난달 11월 30일 한라산이 설국으로 변해 탐방객들에게 눈꽃, 서리꽃의 장관을 선사하고 있다. 한라산에는 11월 27일부터 11월 29일까지 삼각봉 45.8㎝의 적설량을 비롯해 영실 31.8㎝, 사제비 31.6㎝, 한라산남벽 27.9㎝, 어리목 15.5㎝ 등 많은 눈이 내렸다. 기상청은 12월 1일 "중국 남부지방에서 제주도남쪽해상으로 이동하는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들겠으나, 제주도는 제주도남쪽해상을 지나는 기압골의 영향을 받겠다"고 예보했다.
주요 지역 예상 최저 기온은 △서울 2도 △인천 3도 △춘천 -1도 △강릉 5도 △대전 3도 △대구 3도 △전주 6도 △광주 5도 △부산 8도 △제주 10도다. 예상 낮 최고 기온은 △서울 10도 △인천 10도 △춘천 8도 △강릉 14도 △대전 14도 △대구 14도 △전주 15도 △광주 15도 △부산 16도 △제주 17도다. 또 12월 2일 중부지방은 대체로 흐리겠고, 남부지방과 제주도는 대체로 맑다가 늦은 오후부터 차차 흐려질 것으로 내다봤다.
“마치 로또에 당첨된 것처럼 기분이 너무 좋아요. 이렇게 장관일 줄은 몰랐어요.” 11월 30일 오전 한라산국립공원 해발 1700m 윗세오름대피소로 향하는 어리목탐방로. 구름에 가렸던 백록담분화구가 한순간 모습을 드러내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경남지역에서 온 한 여성 산악인(50대)은 “올라오면서 구름이 잔뜩 끼어서 별 기대를 안했는데 순백의 백록담분화구를 직접 보니 경관에 압도되는 느낌이다”며 “탐방로 중간의 눈꽃 경관도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날릴 만큼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11월 27일 한라산에 첫 눈이 내리고 나서 11월 29일까지 연속해서 눈이 쌓이면서 한라산은 설국으로 변했고, 닫혔던 탐방로는 11월 30일 열렸다. 해발 920m 어리목탐방로 입구부터 아이젠을 차야할 정도로 눈이 가득했고, 윗세오름대피소로 올라갈수록 깊이는 더했다. 군락을 이룬 구상나무에 눈꽃이 화려하게 피었고, 서리가 얼어붙은 상고대(서리꽃)는 곳곳에서 보였다. 구름에 가렸던 백록담분화구가 일순간에 열리면서 웅장한 경관이 펼쳐졌다. 잿빛 화구벽은 순백의 모습으로 변했다.
윗세오름대피소에서 족은윗세오름전망대로 향하는 고산평원인 ‘선작지왓’ 일대에서는 칼바람이 몰아쳤다. 시베리아 벌판을 연상시킬 정도로 냉기를 머금은 바람의 강도는 강렬했다. 겨울 한라산은 이처럼 백록담분화구 전경, 구상나무 군락의 눈꽃, 고산평원의 칼바람 등이 어우러지면서 매력을 뽐내고 있다. 어리목계곡, 영실계곡, 탐라계곡 등 계곡의 눈 풍경도 탐방객을 끌어들이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한라산 고지대는 눈이 수북이 쌓여 온통 설경인데 비해 저지대를 보면 눈 없는 시가지와 바다, 오름(작은 화산체) 풍경을 한꺼번에 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다. 이런 풍경을 보기 위해 겨울마다 한라산에 탐방객이 몰리는 가운데 12월 27일까지는 예약을 하지 않아도 백록담 정상을 갈 수 있다. 성판악·관음사탐방로에 적용하는 탐방예약제를 적용하는 한시적으로 해제했다. 2025년 1월 1일 일출을 백록담 정상에서 보려면 예약을 해야 한다. 이날에 한해 야간산행을 허가하고 있으며, 12월 2일 오전 9시에 예약접수를 시작해 선착순으로 마감한다.
1월 1일 백록담 예약을 하지 못한 탐방객을 위해 비예약제로 운영하는 어리목·영실·어승생악탐방로의 입산시간을 오전 5시에서 4시로 1시간 앞당겼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관계자는 “한라산 고지대의 날씨는 변덕스럽기 때문에 방한복, 장갑, 아이젠 등의 장비와 함께 보온용품, 비상간식, 식수를 잘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설경 감상도 좋지만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이다”고 말했다.
황금빛 은행나무숲 마을… 사람을 매료시키다
경북 경주시 서면 도리마을은 경주 시내보다는 영천이 가까운 산간오지 마을이다. 하지만 가을에서 겨울까지 이곳은 주말 기준 하루 3000여명이 찾는 경주의 ‘핫플레이스(지역 명소)’가 된다. 그 비밀은 대지 약 1만6500㎡(5000평)에 군락을 이룬 수령 50년이 넘는 은행나무에 있다. 도리마을에 은행나무숲이 생긴 사연은 독특하다. 은행나무는 원래 가로수로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열매 냄새가 심해 점점 천대받게 됐고, 가로수의 자리에서 서서히 밀려났다. 도리마을에 거주하던 묘목상은 은행나무 묘목을 팔지 못해 방치했고 그대로 자라 빽빽한 숲을 이룬 것이다.
더구나 은행나무숲은 마을의 골칫거리였다. 나무가 20m를 넘는 건물 높이만큼 자라 주변 밭을 그늘지게 하고 주민의 조망권을 해쳤기 때문이다. 추정되는 수만 약 2만그루. 우연히 한 사진작가가 마을을 찾아 이곳 풍경 사진을 블로그에 올렸고, 입소문을 타면서 관광객이 모여들었다. 올 10월엔 ‘제1회 도리마을 음악회’가 은행나무숲에서 열려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김연하 이장은 “주말엔 주민들을 모두 동원해 주차 정리에 나설 정도로 방문객이 매년 늘고 있다”며 “내년에는 시에서 은행나무숲을 매입해 이 주변을 관광지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도리마을 은행나무숲은 천천히 한바퀴 도는 데 1시간 정도 걸린다. 바닥에 덮인 은행잎은 마치 황금빛 양탄자 같고, 위를 올려다보면 저 높은 곳에서 은행잎이 샛노란 손을 흔드는 듯하다. 은행나무가 이렇게 크기란 쉽지 않다. 묘목부터 빽빽하게 자란 탓에 벌어진 진풍경이다.
오랜 시간 개인 사유지여서 나무덱 길도 없지만 오히려 천연의 숲길 같다. 책갈피로 할 만한 예쁜 은행잎이 없나 바닥을 살피며 찾다보면 세찬 겨울바람이 불어 은행잎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그때엔 다들 고개를 들고 ‘와아’ 감탄하며 사진 찍기 바쁘다. 서울에서 온 서영은씨(32)는 “경주에 왔다가 도리마을이 유명하다고 해서 들렀는데 이렇게 멋진 경관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감탄했다.
은행나무숲 주변에선 동네 직거래장터도 열린다.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샤인머스캣, 딸기, 늙은 호박, 친환경쌀, 마늘 등 농산물과 손수 만든 묵·파전 등 먹거리를 판다. 직거래장터는 가을엔 매일 열리며, 마을 주민만 운영하는 게 원칙이다. 뜨내기 보따리장수가 왔다가 마을 축제를 망칠까봐서다. 가격관리도 철저히 한다. 카페가 세곳 정도 있는데 이곳 역시 주민들이 운영한다. 특히 마을 경로당 2층에 있는 ‘도리뜰 카페’는 마을 가꾸기 사업의 하나로 선정돼 은행잎을 콘셉트로 지은 곳으로, 동네 사랑방 같은 공간이다.
도리마을의 은행나무는 가을에 가장 아름답지만 12월 중순까지도 구경하러 온다. 마을 주민에 따르면 바닥에 떨어진 노란 잎과 길쭉한 나무가 이루는 겨울 풍경이 환상적이란다. 또 주민들은 봄·여름 꽃도 심을 예정이다. 봄·여름에도 도리마을을 많이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김연하 이장은 “은행나무숲이 유명세를 타며 마을 주민들도 큰 자부심을 갖게 됐다”면서 “앞으로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명소로 가꿔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겨울이 시작되는 문턱에서 도리마을을 찾아 가을의 여운을 붙드는 건 어떨까.
12월에 이토록 아름다운 단풍이… 함안 입곡저수지 둘레길
'아직 단풍이 남아있을까.' 12월 첫날, 입곡저수지로 향하며 사뭇 궁금했다. 경남 함안군 산인면에 있는 입곡저수지는 일제강점기 농업용수를 마련하기 위해 만든 곳으로 가을이면 둘레길에 붉게 물든 단풍이 아름다워 단풍명소로 유명한 곳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둘레길 입구에 들어서자 울긋불긋 단풍이 보이기 시작했다. 단풍은 그야말로 절정이었다. 뜨거웠던 여름 탓에 늦게야 자리를 찾은 가을은 아직 떠날 생각이 없는 듯하다.
초록이 남은 단풍잎과 노랗고 붉은 단풍이 함께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과 같은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나는 온몸과 마음에 붉은 물을 들이며 거닐었다. 저수지를 가로지르는 출렁다리 위에서 한참을 머물며 지나온 단풍길을 바라보았다. 12월에 이토록 아름다운 단풍이라니… 제대로 안복을 누린 기분이었다. 저수지 한쪽에는 무빙보트와 하늘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는 곳도 있다.
*****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