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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러스틴의 세계 체제론 world-system
임매뉴얼 월러스틴(1930 ~ )에 따르면 세계의 다양한 국가들은 선진국이 개도국의 천연자원과 노동력을 이용하는 세계 경제 관계 체계로 서로 관련되어 있다고 보았다.
그런 세계 체제는 가난한 국가가 발전하기 어렵게 만들고, 부유한 국가가 계속 산업 자본주의가 산출하는 재화와 부, 글로벌 상품 사슬의 제일 수혜자로 남아있게 한다.
그에 따르면 이러한 세계 경제 체제는 16세기에 생겨나기 시작했고 19세기 말에는 세계의 대부분이 그런 상품
생산 교역 체제에 편입되었다고 분석한다
월러스틴은 자본주의 체제하에서는 노동자 계층이 그들의 노동에 따르는 잉여가치 때문에 사회의 부유한 엘리트 계층에게 이용당하듯이 글로벌 상품 사슬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고 보았다. 그는 글로벌 상품 사슬에서 이득을 보는 이들에게 초점을 맞추며, 세계 체제에 계급 같은 국가들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를 중심부, 반주변부, 주변부라고 부른다.
중심부 국가들은 선진국으로서, 기술적으로 진보된 생산 방법을 이용해 복잡한 상품을 만든다. 그런 중심부 국가들은 주변부 국가들의 원자재, 농산물, 저렴한 노동력에 의지한다. 이들은 근대 세계 체제의 심장부에 군림한다
반면 반주변부 국가들은 다른 두범주의 사회적 경제적 특징이 혼합된 속성을 띤다. 반주변부 국가들은 중간 수준의 부와 약간의 자율성 갖추고 있다.
마지막으로 주변부 국가들은 무력하고 소외되어 있다. 그들은 농업과 광물에 좁은 경제 기반을 두고 있으며, 반주변부와 중심부의 국가에 상품, 원자재, 저렴한 노동력을 제공한다
중심부와 주변부의 그런 경제 교류가 불평등성을 띈다는 것은 중심부 국가가 자기네 선진 상품을 주변부 국가의 상품보다 높은 가격에 판다는 뜻이다. 월러스틴은 이러한 세계 체제가 비교적 안정적이며 변화가능성이 적다고 말한다. 그는 더 나아가 현재 세계가 처한 위기가 자본주의 체제에 내재된 속성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종합해 볼때, 월러스틴은 일국의 세계 체제내 위치가 세계자본 주의의 시장력을 통해 중심부 국가와 주변부 국가의 차이를 부각해 불평등을 제도화하는데 기여함을 보여 주려 한것이다.
* 국제관계학에서의 구조주의-구조주의는 마르크시즘 적 세계관을 전제하고 있다. 국제사회에는 지배와 착취 하는 구조가 있고, 그 속에서 강대국('중심부' 혹은 반주 변부)은 약소국(주변부)을 착취하여 저발전상태로 남겨 둔다고 본다. 종속이론과 세계체제론은 구조주의의 대표 적인 이론이다. 대표적인 학자로는 안토니오 그람시, 칼 폴라니, 페르낭 브로델, 임매뉴얼 월러스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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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담론’에 결정적 영향, 월러스틴을 기억하며
2019.10.15 20:43 입력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지난 몇 해 동안 서구의 ‘공적 지식인’을 대표해온 사회사상가들이 잇달아 세상을 떠났다. 2015년에는 울리히 벡이, 2017년에는 지그문트 바우만이, 그리고 2019년 올여름 끝자락에는 이매뉴얼 월러스틴이 유명을 달리했다. 위르겐 하버마스와 앤서니 기든스가 살아 있지만, ‘68혁명’으로 시작된 서구 비판 사회사상의 한 시대가 마감하고 있다는 느낌은 나만의 소회가 아닐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벡, 바우만, 월러스틴이 모두 주목한 현상이 세계화였다는 점이다. 벡은 ‘위험사회’ 이론가답게 위험의 세계화를 날카롭게 분석했고, 바우만은 ‘액체현대’ 이론가답게 지구적 차원에서 관찰되는 자유와 불안, 애착과 공포의 공존을 깊이 있게 탐구했다.
세계화 담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이는 월러스틴이다. 그가 주조한 세계체제론의 가장 중요한 기여는 사회과학의 분석단위에 일대 전환을 요청했다는 점이다. 카를 마르크스와 막스 베버로 대표된 고전 사회사상에선 계급과 국가가 일차적인 분석단위였다. 이러한 이론적 가정에 맞서 월러스틴은 주권국가나 민족사회가 아닌 세계체제가 사회과학의 분석단위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화를 다룰 때 흔히 ‘국제화(internationalization)’와 ‘세계화(globalization)’를 구분한다. 국제화가 국민국가 간 교류가 양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면, 세계화는 양적 교류의 확대를 넘어 현대 사회생활이 세계사회라는 하나의 단위로 독자적 차원을 획득하는 현상을 지칭한다. 개별 국민국가의 경계를 넘어 세계적 차원에서 독자적으로 생산되고 재생산되는 자본주의 세계경제를 이론화한 월러스틴 세계체제론이 세계화 담론 구성과 현실 분석에 미친 영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무릇 한 사상가의 업적을 평가하는 데는 세세한 나무들의 시각보다 전체적인 숲의 관점이 요구된다. 월러스틴 세계체제론의 가장 큰 미덕은 정밀한 분석이 아니라 거시적 전망에 있다. 그는 자본주의 세계경제가 21세기 초반 새로운 독점 생산부문들을 기반으로 또 한 번의 팽창을 성취할 것이지만, 동시에 사회구조가 더욱 양극화되고 정치적 정당성은 더욱 빈곤해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등장할 미래 사회의 모습을 일찍이 월러스틴은 세 유형으로 전망한 바 있다.
첫 번째 유형은 ‘신봉건주의’다. 이는 혼란의 시대에 나타나는 분할된 주권, 자급자족 경제, 지역적 위계제 등이 안정된 형태로 자리 잡는 것을 말한다.
두 번째 유형은 ‘민주적 파시즘’이다. 이는 카스트 제도처럼 세계를 두 계층으로 나누고 세계 인구의 5분의 1 정도가 그 상위계층을 이루는 체제를 함의한다.
세 번째 유형은 ‘탈중심화한 평등주의의 세계질서’다. 이는 세계시민의 집합의지가 구현된 유토피아적 비전인 동시에 월러스틴이 열망하는 미래의 청사진이기도 하다.
내가 주목하려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월러스틴 전망의 현재적 평가라면, 다른 하나는 세계화의 선 자리와 갈 길에 대한 비판적 평가다. 먼저, 월러스틴이 예견했던 것처럼 최근 세계사회는 민주적 파시즘과 신봉건주의가 혼돈스럽게 공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선진국과 후진국 간의 불평등이 구조적으로 재생산되는 상황 아래 지구적 차원에서, 그리고 일국적 차원에서 사회집단들 간의 물질적·문화적 생활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 오늘날 많은 이들의 사회적 삶이 서구 중세의 장원처럼 서로 격리된 채 진행되는 현실에 대한 월러스틴의 통찰은 날카로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어 세계화의 현재와 미래는 월러스틴의 전망을 넘어서고 있다. 한편의 경제적 차원에서 정보사회의 진전으로 경제의 지구적 네트워크는 더욱 촘촘해지고, ‘제4차 산업혁명’ ‘인더스트리 4.0’ ‘소사이어티 5.0’으로 불리는 인공지능 등의 새로운 과학기술혁명은 경제와 사회 전체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다른 한편의 정치적 차원에선 기성 대의정치의 무능에 맞서 ‘기득권 대 국민’의 이분법을 앞세운 반엘리트주의적이자 반다원주의적인 포퓰리즘이 서구는 물론 비서구 사회에서 분출하고 영향력을 더해가고 있다. 경제의 세계주의 경향과 정치의 민족주의 경향의 모순적 공존은 우리 시대 세계체제가 안고 있는 낯설고 기이한 풍경이라 할 수 있다.
세계사회의 미래가 비관적이라 하더라도 그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세계체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그 인식에 기반하여 더 나은 미래를 일궈나가려는 우리 인간의 집합의지다. 월러스틴은 이러한 인식과 의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던 사회사상가다. 뒤늦게나마 그의 지적 유산을 기억하며 그에 대한 추모의 마음을 적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