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가구당 월 2400원 오를듯…한전 적자해소엔 역부족
당정 1kWh당 7원 인상 유력 검토
확정땐 내달부터 오른 전기료 납부
與, 한전 자구안에 여전히 불만족
업계 “정치권 주도 이례적” 지적
당정이 이번 주 한 달가량 미룬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결정할 방침이다. 현재 1kWh(킬로와트시)당 약 7원 인상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한 시민이 서울 시내 한 오피스텔 건물에 설치된 전기계량기를 가리키고 있다. 뉴스1
당정이 올 2분기(4∼6월)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7원 안팎으로 올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요금 인상 폭이 7원으로 확정되면 4인 가구 기준 월 전기요금이 2400원 정도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9일 국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분기 전기요금 인상안 및 한국전력공사 자구안이 11, 12일경 당정 협의를 거쳐 대통령실 보고 후 산업부 산하 전기위원회 심의·의결에서 최종 확정된다.
한전에 따르면 kWh당 7원이 오르면 월 전기요금은 1인 가구는 평균 1830원, 2인 가구 2300원, 4인 가구는 2440원이 각각 인상될 것으로 추산된다. 10원이 오르면 1인 가구 2620원, 2인 가구 3280원, 4인 가구는 3480원씩 인상된다. 인상 요금은 이달 1일 사용분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소비자들은 다음 달 납입고지서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요금 인상 폭이 한 자릿수에 그치면 한전 적자 해소는 당분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kWh당 7원 인상 시 약 4조 원의 한전 적자를 줄일 수 있다. 앞서 한전은 국제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지난해에만 32조6034억 원의 최대 영업적자를 냈고, 올 1분기(1∼3월)에도 5조 원대 적자가 예상된다. 산업부는 한전의 적자를 해소하려면 올해 kWh당 51.6원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분기별로는 약 13원을 올려야 하는 셈이다.
여당과 기획재정부는 물가 부담과 더불어 지난겨울 난방비 폭탄 논란을 의식해 2분기 전기요금 인상 폭을 10원 미만으로 억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잇단 공공요금 인상으로 물가 부담이 커지자 여당은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한전의 고강도 자구안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한전은 보유 부동산 매각, 고위직 성과급 반납, 임직원 임금 동결 등을 담은 20조 원 이상의 자구 계획 초안을 8일 당정에 제출했다. 한전은 유동성 확보 방안으로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와 영등포구 남서울본부의 분할 매각을 제시했다. 서울시내 노른자위 땅을 팔아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
하지만 여당에서는 한전의 자구안에 대해 “만족스럽지 않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한전이 앞서 20조 원 규모에서 이번에는 자구책을 30조 원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늘려 왔다”며 “다만 자구책 확정과 전기요금 결정 시점 등에 대해서는 더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은 한전의 고강도 자구안과 함께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정승일 한전 사장의 사퇴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자구안에 정 사장의 퇴진이 담길지는 미지수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전 사장 문제와 관련해 인사 문제에 대해 직접 말하긴 어렵다”라면서도 “(자구안과 사장 퇴진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력업계에선 전기요금 결정 과정에서 이번처럼 정치권이 직접 나서 주도한 경우는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요금 결정에 원가주의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원칙이 사실상 무너졌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달 중 전기요금 결정 체계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의견 수렴을 거쳐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전기요금을 객관적이고 전문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체계를 구성하겠다는 취지다. 이 장관은 “전기요금은 원론적으로 경제 변수이기 때문에 정치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정치권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세종=김형민 기자, 조권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