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0문제씩 수학과 씨름… 지금까지 5만개 풀어봤어요"
부산에 있는 한국과학영재학교와 서울과학고(영재학교)가 2009학년도 신입생 합격자를 최근 발표했다. 한국과학영재학교에는 부산 금정중 3학년 박민준(15)군이 수학부문 및 수학·과학 통합부문 수석을 차지했다. 서울 하계중 3학년 심민수(15)군은 5만개 이상의 수학문제를 푼 '내공'으로 서울과학고에 합격했다. 이들로부터 영재학교에 합격할 수 있었던 공부비결을 들어봤다.
▲ 2009학년도 한국과학영재학교에 합격한 박민준군(좌측)과 서울과학고에 합격한 심민수군(우측).
/허재성 기자 heophoto@chosun.com
■ 박민준(한국과학영재학교)
박민준군은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수학을 꾸준히 공부했던 것이 영재학교에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말한다. "사리가 분명하고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무작정 수학이 좋았다"며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수학귀신' '수학악마' '수군수군시리즈' 등 수학이나 과학에 관련된 책들을 틈나는 대로 읽었다"고 했다.
초등 2학년 때 응시한 전국수학경시대회에서 입상을 한 뒤부터는 경시대회 수학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우연한 기회에 응시한 경시대회에서 입상을 한 뒤 욕심이 났어요. 틈나는 대로 수학경시대회용 문제지를 풀었고, 단순 문제풀이보다는 사고력이나 창의력을 키우는 문제를 많이 풀었어요. 과학의 경우 이론공부에만 그치지 않고 실험실습 프로그램에 많이 참여해 내 손으로 직접 실험을 했어요. 과학전문잡지도 시간이 날 때마다 읽었어요."
스스로 수학이 좋아서 공부를 한 만큼 결과도 좋았다. 초등학교 때 치른 한국수학경시대회(KMC)와 EMO수학경시대회에서 각각 대상을 수상했다. 중학교에 와서는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와 부산시교육청 수학과학경시대회에서 각각 금상을 탔다. 초등 5학년 때 응시한 부산대 과학영재교육원 입학시험에는 수석으로 합격하기도 했다.
우연히 TV에서 로봇 배틀 장면을 보면서 전자공학자가 되기로 결심한 박군은 초등 6학년 때부터 영재학교 입시준비를 시작했다. 수학은 '수학의 정석'으로 공통수학 부분을 마스터했고, 수I에서는 경시대회에서 자주 나오는 조합, 수열 등의 영역을 골라 공부했다. 과학은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모두 '하이탑'으로 공부했다. 혼자서 '올림피아드 수학의 지름길' '문제해결의 수학적 전략' 등의 책을 읽기도 했다.
박군은 "세계수학 올림피아드 카페(cafe.naver.com/xmo)를 통해 각 국의 수학문제들을 풀어본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며 "이 곳의 문제를 단순히 문제풀이식으로 공부하지 않고, 문제를 푸는 아이디어를 얻는 방식으로 공부했다"고 말했다.
영재학교 시험에 대해서는 "문제를 빨리 풀려고만 하지 말고 출제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영재학교 2차 문제 해결력 시험에서 시험지를 처음 받을 때 앞이 막막할 정도로 문제가 까다로웠어요. 그런데 문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생각하며 차분히 문제를 곱씹어 읽어보니 해결방법이 머릿속에 하나씩 떠올랐어요."
박군은 아무리 실력이 높아도 면접에서 실수하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일부 수험생은 면접관 앞에서 목소리가 작아지고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경향이 있다"며 "공손하면서도 자신에 찬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심민수(서울과학고)
심민수군은 어려운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는 성취감 때문에 수학 경시대회를 준비했던 것이 서울과학고에 합격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한다.
심군은 "국어나 사회 같은 인문과목은 책을 보면서 공부하지만, 수학은 이론을 대입해서 문제를 스스로 풀어야 하기 때문에 공부하는 재미가 있다"며 "처음엔 잘 몰랐던 어려운 문제도 하나씩 해결했다는 성취감이 컸다"고 말했다.
수학 공부를 하면서 점점 더 어려운 문제를 풀다 보니 자연스럽게 선행학습을 하게 됐다. '수학 구도자'처럼 스스로 더 어려운 문제를 찾기 위해서였다.
"초등 4학년 때 초등학교 수학과정을 모두 마치고 5학년부터는 중학교 과정 수학문제를 풀기 시작했어요. 6학년 여름방학 때는 중학교 과정도 모두 마쳐서 고등학교 과정 수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경시대회에 참여한다거나 영재교육원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도 잘 몰랐어요. 그냥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게 재미있었어요."
중학교에 입학해 친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에서 보기좋게 낙방했다. 절치부심, 그때부터 많은 수학문제와 씨름하기 시작했다. 많을 때는 하루에 KMO 대비 문제만 100문제씩, 너무 어렵고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문제라도 하루 10문제 이상씩 풀었다. 평균적으로 매일 50문제 이상은 풀었다고 한다. 서울과학고 수학동아리 회원이었던 형이 구해준 각국의 수학올림피아드 문제들도 큰 도움이 됐다. 지금까지 심군이 풀어본 문제수만 5만개에 이른다. 다른 경시대회는 생각할 틈도 없었다. 오로지 KMO만 대비했다. 이렇게 수학문제 풀이에 열중한 결과 2학년이 돼서는 KMO 1차에서 중등부문 은상을, 2차에서는 금상을 수상했다. 올해 중3이 돼서 치른 KMO에서는 고등학생과 경쟁하는 고등부 1차에서 은상을 받았다.
심군은 "창의력이 많이 필요한 문제 몇 개 풀었다고 해서 창의력이 늘지 않는다"며 "한 가지 수학이론을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많은 문제를 풀어봐야 그 이론이 내 것이 되고 창의력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초, 서울과학고의 영재학교 전환소식을 듣고 비로소 서울과학고 진학을 결심했다. 수학은 그동안 해왔던 공부를 계속했고, 과학영역은 '하이탑'으로 기본 원리를 깨쳤다.
"입시 때문이 아니라 어려운 문제를 내 손으로 풀어가는 재미에 빠져 수학을 시작했기 때문에 서울과학고 진학을 결심한 후에도 입시를 위한 수학공부는 하지 않았어요. 실제 전형과정에서도 수학의 정확한 원리를 이해하고 필요한 부분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많이 평가했기 때문에 수학의 재미를 아는 학생들이 유리했을 거라고 봅니다."
심군은 수학실력뿐 아니라 자신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험을 치를 때는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감을 가지면 풀 수 있는 문제도 풀지 못한다"며 "'나는 할 수 있어'라는 확신과 자신감이 있어야 모르는 문제도 풀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