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 요한 묵시록의 말씀 14,14-19
나 요한이
14 보니 흰 구름이 있고 그 구름 위에는 사람의 아들 같은 분이 앉아 계셨는데, 머리에는 금관을 쓰고 손에는 날카로운 낫을 들고 계셨습니다.
15 또 다른 천사가 성전에서 나와, 구름 위에 앉아 계신 분께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낫을 대어 수확을 시작하십시오.
땅의 곡식이 무르익어 수확할 때가 왔습니다.”
16 그러자 구름 위에 앉아 계신 분이 땅 위로 낫을 휘두르시어 땅의 곡식을 수확하셨습니다.
17 또 다른 천사가 하늘에 있는 성전에서 나왔는데, 그도 날카로운 낫을 들고 있었습니다.
18 또 다른 천사가 제단에서 나왔는데, 그는 불에 대한 권한을 지닌 천사였습니다.
그가 날카로운 낫을 든 천사에게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그 날카로운 낫을 대어 땅의 포도나무에서 포도송이들을 거두어들이십시오.
포도가 다 익었습니다.”
19 그러자 그 천사가 땅 위로 낫을 휘둘러 땅의 포도를 거두어들이고서는, 하느님 분노의 큰 포도 확에다 던져 넣었습니다.
복음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 21,5-11
그때에
5 몇몇 사람이 성전을 두고, 그것이 아름다운 돌과 자원 예물로 꾸며졌다고 이야기하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6 “너희가 보고 있는 저것들이,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고 다 허물어질 때가 올 것이다.”
7 그들이 예수님께 물었다.
“스승님, 그러면 그런 일이 언제 일어나겠습니까?
또 그 일이 벌어지려고 할 때에 어떤 표징이 나타나겠습니까?”
8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너희는 속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여라.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 ‘내가 그리스도다.’, 또 ‘때가 가까웠다.’ 하고 말할 것이다.
그들 뒤를 따라가지 마라.
9 그리고 너희는 전쟁과 반란이 일어났다는 소문을 듣더라도 무서워하지 마라.
그러한 일이 반드시 먼저 벌어지겠지만 그것이 바로 끝은 아니다.”
10 이어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민족과 민족이 맞서 일어나고 나라와 나라가 맞서 일어나며,
11 큰 지진이 발생하고 곳곳에 기근과 전염병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무서운 일들과 큰 표징들이 일어날 것이다.”
<아주 특별하고 고약한 ‘거짓 예언자’, ‘거짓 메시아’>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시어 성전에서 하신 긴 담화의 한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예루살렘 성전 파괴에 대한 예언과 세상 종말이 오기 전의 표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너희가 보고 있는 저것들이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있지 않고 다 허물어질 때가 올 것이다.”
(루카 21,6)
옛 솔로몬 성전은 느부갓네살에 의해 기원전 586년에 파괴되었고, 예수님 당시의 성전은 유배에서 돌아온 이들에 의해 기원전 515년에 즈루빠벨의 치하에서 재건된 제2성전이었습니다.
이 성전은 헤로데 왕에 의해 웅장하고 화려하게 꾸며지면서 그 본래의 의미를 잃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이 성전의 파괴를 예고하십니다.
사실 성전 파괴에 대해서는 이미 예언자 미카, 예레미아, 에제키엘 등에 의해 예고된 바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그 때와 표징을 묻는 이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속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여라.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 ‘내가 그리스도다.’ 또 ‘때가 가까웠다.’하고 말할 것이다.
그들 뒤를 따라가지 마라.”
(루카 21,8)
이는 거짓 예언자, 거짓 메시아에게 속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사이비 메시아는 누구일까요?
우리는 ‘재물’이라는 우상을 사이비 구세주로 따르고 속아 넘어가고 있지는 않는지 조심해야 할 일입니다.
사실 세상에는 “돈을 많이 벌게 해주겠소.” “치유해주고 행복하게 해주겠소.”하고 외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결국 우상을 따르고 섬기도록 부추기는 거짓 예언자, 거짓 메시아 행세를 하고 있는 꼴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입으로는 주님을 구원자라 고백하지만, 정작 무엇에 목매달고 쫓아가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할 일입니다.
곧 ‘재물’이나 ‘능력’ 혹은 ‘세속 정신’을 사이비 메시아로 따르고 섬기고 있지 않는지 살펴보아야 할 일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말합니다.
“여러분은 현세에 동화되지 말고 정신을 새롭게 하여 여러분 자신이 변화되게 하십시오.
그리하여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하느님 마음에 들며 무엇이 완전한 것인지 분별할 수 있게 하십시오.”
(로마 12,2)
또 우리에게는 아주 특별하고 고약한 ‘거짓 예언자’, ‘거짓 메시아’가 있습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녀석입니다.
우리는 곧잘 자신의 욕망과 생각, 자신의 주장과 뜻을 섬기고 추종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이라는 우상을 조심해야 할 일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디모테오에게 말합니다.
“그대 자신을 조심하십시오.
그리고 그대의 가르침의 내용을 잘 살피시오.
이렇게 꾸준히 일을 해 나가면, 그대 자신을 구원할 뿐만 아니라, 그대의 말을 듣는 사람들을 모두 구원할 수 있을 것입니다.”
(1티모 4,16)
그렇습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깨어있어야 할 일입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 기도>
“너희는 속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여라.”
(루카 21,8)
주님!
속이지도 속지도 말게 하소서.
재물에 속지 않고, 세속에 속지 않게 하소서
또한 나의 생각과 견해와 편견, 허영과 탐욕에 속지 말게 하소서.
무엇보다도 내 자신과 내 자신의 뜻에 속지 않게 하소서.
아멘.
- 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