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5-
작성자 다섯개의 잎사귀
#5
-살몬 혼24년 7월. 첫째주 소용돌이의 하늘
하루가 지났다. 비는 그칠 줄 몰랐고 구름은 흩어질 줄 몰랐다.
천둥, 번개는 대지에 무엇이 그리 불만인 듯 계속해서 내리쳤고
매서운 바람에 못 이겨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는 동굴 안 까지 들려왔다.
밤새 비가 동굴 안에 까지 들어온 모양이다. 입고 있는 옷이 젖어 있다.
내가 그렇게 많이 피곤했었나?
옷이 흠뻑 젖을 정도로 맞았는데도 한번도 잠에서 깨질 않았다니...
따분하군...이렇게 동굴 안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누워 있는 것도...
기사로 있을 땐 하루쯤 죽은 사람처럼 누워서 푹 쉬었으면 하고 바랬었는데...
그래도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 여유...
비록 혼자이지만...아니, 베르가 있었군...
오후 늦게 서야 잠시 맑은 하늘이 드러났다. 태풍의 눈이다.
태풍의 눈 사이로 비치는 밝은 빛...
아름답다...뭐라고 말로 표한하기 어려울 정도로...내 마음이 정화되는 듯한 느낌...
예전엔 이렇게 한가로이 하늘을 올려다 볼 일이 없었지...
훗! 왜 이렇게 웃음이 나오지?
평화로운 감상도 잠시 검은 구름이 산맥을 뒤덮더니 곧 비가 오기 시작했다.
난 지도를 펴서 앞으로 갈 길을 살펴보았다.
이 산맥만 넘으면 아라니아 연방의 제2 지구국이다.
제2 지구국은 예전에 ‘한센 왕국’이 있던 곳으로서 아라니아 연방과 가장 가까이에 있던 조그마한 나라였다. 그리고 아라니아 연방의 침공과 동시에 성문을 열어 주어 항복함으로서
전쟁의 피해를 전혀 입지 않은 나라이기도 하다.
일단은 2지구국에서 며칠 묵은 뒤 동쪽으로 갈 생각이다.
북쪽에 있는 아라니아 연방은 왠지 가기가 싫어진다.
내 조국을 짓밟은 놈들이 사는 곳이라 그런가...
훗! 아직 내 조국 내 나라에 연연하다니...이미 사라진 나라인데...
어쩔 수 없는 건가...
지도를 가방에 넣고 꺼져가는 모닥불을 살렸다. 생나무라서 화력이 세지는 않았지만
은근히 오래갔다.
베르를 집어들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베르의 손잡이는 감촉이 좋다.
뜻을 알 수없는 문양이 새겨져 있지만 잡는데는 그다지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손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 든다.
검은 빛의 양날...
어떻게 이런 검은색을 띠고 있을까? 베르를 만든이는 분명 사람이 아닐 것이다.
운동삼아 기사 검술을 펼쳤다. 판차칸 왕국 최고의 실전 검술이라 불리우는 기사 검술...
하지만 아라니아군에게 무참히 깨져 버렸다.
난 가슴에서 뭔가 울컥 올라오는 것을 삼키고 검술을 이어 나갔다.
이상하다. 이상해...
지금 내가 펼치고 있는 건 분명 기사 검술이다. 그런데 다르다...
전에 익힌 기사 검술의 허점을 보완한 완벽한 검술이다...
어떻게 된거지? 내 몸이 저절로...
하핫! 이정도 검술이라면 누구와 싸워도 지지않을 자신이 있다.
누구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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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여름 태풍이라. 뭔가, 비가 확 하고 쏟아졌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