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7분이 넘는 노래다. 미국 헤비록 밴드 아이언 버터플라이의 대표곡 '인 어 가다 다 비다(In-a-Gadda-Da-Vida, 1968)'다. 술에 잔뜩 취한 동료가 냅킨 위에 쓴 가사 “in the garden of eden”를 읊조린 것을 그대로 제목으로 붙였다. 모든 일이 잘 될 것이라는 마법 같은 주문이었다. 고 신중현의 앨범 가운데 '신중현의 인 아 가다 다 비다'(1970)가 있는데 고 박인수가 소울 뮤직의 개척자 윌슨 피켓의 '펑키 브로드웨이'를 부르는 것을 비롯해 김추자, 송만수 등이 부른 노래들이 담겼다.
오르간 연주자로 이 노래를 불렀으며 원년 멤버 가운데 마지막 생존자였던 더그 잉글이 24일(현지시간) 7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연예매체 버라이어티가 26일 전했다. 1966년 샌디에이고에서 결성돼 60년대 말을 풍미했던 밴드의 원년 멤버 모두가 이제 저하늘로 거처를 옮겼다.
2분 52초로 짧게 편집한 것이 빌보드 핫 100차트에 30위로 진입해 무려 81주나 톱 10에 머무를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17분 분량은 1968년 밴드의 두 번째 앨범에 수록됐는데 심야 FM 라디오에서 굉장히 열심히 틀었다. 이 앨범은 애틀랜틱 레코드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으로 기록됐다. 쿼드러플 플래티넘 인증을 받았다.
유족은 소셜미디어에 고인의 사망을 알렸는데 사망 원인은 밝히지 않았다. 아들 더그 잉글 주니어는 “무거운 마음과 커다란 슬픔으로 우리 아버지 더그 잉글의 죽음을 알린다"며 "아버지가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늘 저녁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이자 스승이자 친구로 있어줘 고마웠다. 사랑을 가득 받은 기억을 안고서 나는 이 삶의 여정을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사랑하는 아빠”라고 추모했다.
이 노래가 한창 인기를 끌었을 때 심야 FM의 디스크 자키가 담배 한 대 피우거나 화장실 다녀올 때 틀어놓고 간다는 우스갯소리가 돌았다. 하지만 좌우 스피커를 돌듯 서라운드 사운드가 흘러나오는 것이나 야릇한 제목도 상당한 화제가 됐다.
그러나 아이언 버터플라이는 당대 다른 그룹이 누렸던 것과 달리 밑바닥 문화의 향수(노스탈지아)를 누리지 못했다. 커다란 흥행을 거둔 뒤 얼마 안돼 1971년 해체됐는데 몇몇 다른 그룹과 달리 원년 멤버들이 재결합하지 못했다. 잉글 혼자만 70년대 말 짧은 재결성 밴드에 몸 담았고 80년대에도 한 차례 그랬다. 그랬다가 90년대 말 조금 더 오래 재결합 밴드로 움직이다가 잉글이 1999년 함께 하는 공연을 그만 두자 막을 내렸다.
'인 어 가다 다 비다'에 함께 한 원년 멤버 가운데 기타리스트 에릭 브란은 2003년 사망했고 , 베이시스트 리 도넌은 2012년에, 드러머 론 버쉬는 2021년 세상을 떠났다. 위키피디아는 수십년을 이어 온 이 밴드에 가입한 뮤지션만 60명을 헤아린다고 전하고 있다. 오늘날 아이언 버터플라이 공연 투어를 하는 4명 가운데 1995년 이전에 밴드 활동을 했던 이는 한 사람도 없다.
그룹이 재결합 투어를 다시 시작했던 1995년에 잉글은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 인터뷰를 통해 70년대 빚을 비롯해 숱한 문제가 있어 밴드가 나락으로 떨어진 일에 대해 자책했다. "모든 일이 너무 빨리 쉽게 찾아왔다. 난 20대 초반인데 벌써 백만장자가 돼 있었다. 그러자 세금 빚이 덮쳤고, 1986년 세금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600에이커의 농장과 아파트 건물, 심지어 그랜드 피아노마저 빼앗겼다."
당시 마흔여덟 살이었던 잉글은 “남자들 사이에 난 아이였다”며 "난 능력 있지만 내 관심사에 꼭 필요하지 않은 이들과 어울렸다. 타조와 노닥거리는 등 호사를 즐겼다. 그러면서도 내 사업에 몰두하지도 않았다. 그저 밖으로 돌며 연주했다. 그러면서도 ‘인생 참 대단하지 않아?’ 묻곤 했다. 그 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 난 여전히 인생 참 대단하다고 여겼지만 지금 생각하면 희망섞인 생각보다 (현실적인) 어떤 것을 기본으로 삼았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Iron Butterfly - In-A-Gadda-Da-Vida (Official Audio) - YouTube
김추자, 송만수, 박인수 - 신중현의 인아가다다비다 1면 (1970) / Kim Choo Ja (1970) Shin Joong Hyun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