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 행복의 여행 삼척 후진해변 솔비치 <161005-06>
♣ 딸네와의 동해삼척 여행
지난 10월5일부터 이틀간 딸네와 동해여행을 다녀왔다. 행선지는 삼척해변 솔비치리조트. 본디 경관이 빼어난 동해에서도 압권인 삼척 후진해변의 언덕 위에 자리 잡았고, 호텔과 콘도를 잇는 중간옥상의 조경이 마치 그리스 <에게 >해안의 <산토리니>를 연상하게 한다고 해, 올해 6월 개장 이후 인기폭발 중이다. 그래서 예약이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고 했다. 그런 솔비치 콘도 객실을 사위가 회사의 회원권으로 요행히 잡았다며, 동행하길 권하고 권해 나서게 됐다. 9월중 베트남을 가자고 한 걸 테러 위험을 이유로 무산시켰던 터라 이번에 따라 나섰다. 효도가 고마울 뿐이다.
2012년6월 강화도 장화리 낙조마을 휴양관 여행, 2014년5월 안면도 페블비치 펜션 여행에 이어 3번째. 2년마다 한 번씩인 셈이다. 그 때마다 즐겁고 행복했었고 이번에도 그랬다. 해변도 콘도도 아름다웠다. 사위와의 동행이 아직 마음에 걸려 저어했던 아내에게도 더 없이 좋은 힐링의 기회였다. 이번엔 올해 3살 된 손녀도 함께 해, 녀석이 부리는 재롱만큼이나 2박3일 여행 내내 우리의 행복지수도 비례돼 부풀어 올랐다.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이틀 동안 반나절은 비가 내려 아쉬웠지만, 충분하고 유익하게 보냈다, 딸네는 아름다운 옥상정원 <산토리니>광장과 해안산책로에 나서 동해의 절경에 감탄했고, 손녀가 5시간이나 계속 환호하며 즐기는 옥 내외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우리부부는 삼척의 해안선 드라이브와 오십천 죽서루 및 일대의 관광에 나섰고, 시내 <삼척해물>에서 일미(一味) 가오리 생선찜을 즐겼다. 가족 전체는 호텔 레스토랑에서 아침저녁 뷔페, 해수욕장 횟집거리에서 광어 우럭 회 매운탕, 이곳이 유명한 곰치국(=물곰탕-물메기탕)으로 먹는 여행의 만족도 더했다.
나처럼 길 욕심 많은 친구는, 옥계에서부터 맹방까지의 7번 해안도로를 달리며 푸른 동해파도에 힐링되게 하고, 죽서루와 이사부 공원, 세계동굴박물관 등 삼척의 관광명소와, 신기 일대의 준경묘 영경묘, 환선굴까지도 안내해 견문을 넓혀주고 싶었지만, 그건 내 취향일 뿐, 어린 손녀가 딸린 딸네와는 맞지 않았고 금새 피로해지는 아내에게도 무리한 여정인지라 포기했다.
숙소 주변에서만도 안락하고 즐거운 휴식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딸 내외가 잡은 방은 스위트룸이었고, 해변이 바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더 넓고 좋은 침대 방을 우리에게 양보해 주었다. 그 덕에 창틈으로 들려오는 밤새 철썩이는 낭만적 파도소리에 행복하게 단잠에 빠질 수 있었다. 잊지 못할 추억으로 소중하게 안겨온다. 딸아 사위야 고맙고 고맙다.
♣ 삼척에 대한 또 다른 추억
내게 삼척해변은 또 다른 감회를 안겨준다. 지금 지도들에는 이곳이 삼척해수욕장이고 해변의 철도역도 삼척해변역이지만, 내가 초등학교 시절 1958년엔 후진해수욕장이고 후진역이었다. 당시의 백사장은 정말 넓었고 모래빛깔도 희고 희었었다. 지금은 삼척군 도계읍 블랙밸리CC-당시는 삼척군 소달면 도계리 달전(탄광)광업소에서 1958년부터 60년까지 여름마다 42km 떨어진 이곳까지 기차타고 해수욕을 왔었기 때문에 잘 아는 사실이다.
광업소 소장이셨던 선친이 직원들 가족을 몽땅 대동하고 와, 해녀들과 현지 어민이 파는 대게와 전복, 가자미와 굴을 직접 사서 회도 치고, 구어도 먹고 하며 종일 즐겼던 추억이 내겐 진한 곳이다. 지금 리조트가 들어선 언덕 아래 해변의 바위 섶에는 어민들이 따서 말리고 있는 섭(=홍합)이 가득했던 곳이다. 그걸 그냥 집어 먹으면 꼬들꼬들 맛이 기막혔고, 그 정도는 주어먹어도 어민들이 무어라 하지 않는 그런 인심이었다.
1961년 중학교를 서울로 유학 오면서 나는 도계를 떠났고, 가족들도 1964년 모두 서울로 이주했던 이후, 옛 추억의 그곳을 찾는 건 결혼하던 1977년 겨울 여행에서다. 추억에 잠긴 당시의 후진해변은 파도에 침식돼 모래사장의 경사는 급해졌고 모래도 황갈생의 왕모래로 변해 가슴 아팠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다시 아름답게 다시 변했는지 고맙고 고마울 따름이다.
♣ 더불어 하는 동해안 추억
여기 말고도 동해안에는 함께 하는 추억이 많다. 서울에서 중학교 다닐 때 선친이 망상에서 다른 광산을 개발하며 하숙을 하고 계셔, 여름방학 한 달 내내 망상해변에서 보냈었다. 동해북부선 해안풍경이 그야말로 그림이었다. 철로 변으로 100여 미터 폭의 송림이 울창했고, 송림의 해변 쪽은 부드럽고 고운 흰 모래가 구릉(丘陵)과 백사장을 이루는데, 구릉 지역엔 해당화가 줄지어 피어 태양 아래 화사했다. 바다로 뛰어들어 수경을 끼고 잠수해 바위틈을 오가는 물고기를 대나무 작살로 찍어내고 석굴을 따내, 송림의 구릉에서 마른 나뭇가지들을 주어 모닥불을 피워 구어 먹고, 저녁나절 해변을 가로질러 수직으로 쳐놓은 그물에 밤새 오가며 잡힌 날치 방어새끼 등을 새벽에 거두어 들여, 회뜨고 구어먹고 매운탕을 해먹었었다. 저녁엔 망상초등학교 가설극장에서 트는 영화를 보러가기도 했었지! 지금 동해약천온천 실버타운이 바로 선친이 하시던 광산 터이고 해변의 오토캠핑리조트가 있는 그곳이 내가 놀던 곳이다. 그 때가 참 그립다.
선친이 데려가 처음 짜장면을 먹었고, 장영철이 프로레스링을 극장에서 처음 선보여 그걸 보며 놀랐던 곳이 묵호다. 후진해수욕장과 함께 즐겼던 곳이 당시의 북평 송정해변이다. 역시 송림이 울창해 청정하고 백사장이 넓으며 수심이 200여 미터 밖까지 배꼽아래여서 어린이를 대동한 해수욕장으로 각광을 받던 곳인데, 지금은 일대에 동해항이 들어서 옛 정취를 맛볼 수 없으니 애석하기 그지없다.
국민학교 6학년 때 수학여행을 가 계곡 풍경의 수려함에 감탄했고, 초입 복숭아밭의 도화가 황홀했던 <삼화사> 절에서 1박하며 절 밥을 먹었던 곳이 청옥두타산 아래 무릉계곡이다. 함지박에 수북이 쌓아 내어놓은 밥에 무나물을 얹어 먹던 삼화사의 밥은 약간 탔었던 모양이다. 그 때 느꼈던 탄내 나면서도 구수한 냄새가 아직도 내 코에 찡하다.
지금은 환선굴로 유명해진 신기리 일대도 추억어린 곳이다. 지금은 이성계 5대조의 묘소 준경묘로 알지만, 당시는 누구의 묘인지도 모른 채 그저 신기능묘가 있는 곳이라고만 알았었다. 도계에서 그곳까지 상급생들이 기차타고 가 일대의 산꼭대기 바위틈에서 도장나무(=회양목)를 캐어 트럭에 실어다가, 도계국민학교 화단을 꾸몄던 곳이 그곳이다.
이렇게 세월은 갔구나! 가는구나! 이런 추억도 이젠 훨훨 벗어던져야 할 나이에 이른 것이겠지만, 행복에 겨운 가족여행으로 추억도 행복하다. ♣♣
딸네가 우리 집으로 와 내 베라크루즈로 출발. 호법 일대에서 막히는 중부고속도→영동고속도 대신 새로 난 양평~여주 구간의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하남-팔당-양수-국수-중부내륙고속도-서여주교차로-중부대로-이호대교-문막ic-영동고속도-강릉ic-동해ic-동해대로-쏠비치리조트) 문막 휴게소에서 우동으로 점심하고 쏠비치에 도착. 딸네가 체크인 하는 동안 저녁식당 알아보려 삼척항까지 해안드라이브. 삼척항 일대는 <대게>식당만 잔뜩이라서 삼척해변의 일반횟집을 점찍어두고 콘도로 향하니 날이 개이기 시작해. 체크인이 끝나 A동407호(스위트룸)을 잡고, 청소하는 동안 콘도와 호텔을 잇는 옥상의 <산토리니>광장에서 해변을 감상
문막휴게소-딸네와 귀요미 손녀딸 0001~03 쏠비치 웰컴센터 0011 삼척해변 남쪽 후진항의 파도가 태풍영향으로 거세-멀리 쏠비치 0013 05 리조트의 로비-신나는 손녀딸 할배를 보고 달려와 0018 19 산토리니 광장의 전망-건물들이 흰색으로 칠해지고 햇빛에 반사되니, 남유럽 해안을 방불케 하는 풍광이 펼쳐지고 있었어. 0020 22 25 27 28 31 36 41 43 45 48
객실에 들어 정리하고 객실에서 내려다보이는 해변의 횟집으로 가서 평범하게 광어 우럭의 회와 매운탕을 먹었는데, 관광지인지라 가격이 비싸긴 해도(126,00원) 생각보다 수준급의 맛이어서 모두가 만족했지.
첫날의 객실 0050 저녁 먹은 식당 0051 콘도로 돌아오는 길 0052
둘째 날은 다시 방을 옮겨야 했다. 예약은 첫날 스위트룸(방2 거실1 주방1 화장실2) 둘째 날 패밀리 룸(방1 거실주방1 화장실1)이었는데, 사위가 장인장모를 계속 편히 모시겠다면서, 스위트룸 예약이 펑크 난 곳이 없는지 알아보고 다시 스위트룸을 잡게 돼. 조식은 콘도 뷔페로 하고. 리조트 주변해안을 산책한 후, 딸네는 수영장에서, 우리는 삼척 시내로 나서는 별도의 일정을 보내기로 했다.
아침 뷔페 0001 03 첫날 A동407호에서 보는 리조트 풍경 0009 1110 방을 옮기고 0008 11 아침 산책에 나서 0012~29
가족 산책 후 부부 둘이서만 호텔 뒤쪽으로 난 해안산책로를 일주하며 보는 풍광들이 기막히다. 새 객실 B동622호실의 청소가 완료돼 들어가 보니 해변풍경이 바로 방에서도 잡힌다.
리조트 주위 해변 0030~34 리조트의 안팎 0035 ~37 리조트 북쪽으로 이어진 추암해변과 촛대바위 0039 40 새 객실 내부-해변이 방에서도 바로 전망된다. 0042~45
방 옮기기가 점심때까지 늦어져 삼척으로 나간 우리는 바로 식당을 찾는데 인터넷에서 알아본 삼척해물로 향한다, 가오리찜만 먹으려니 단조로워 하던 차에 일 보시는 아주머니가 생선찜을 곁들이면 더 좋을 것이라고 해 그렇게 했더니 정말 좋았다.(小짜 3만원) 큰 방 쪽에는 시조병창(時調竝唱) 행사에 왔다는 문화인들이 단체로 모듬 생선찜을 먹고 있는데, 남녀모두 호화로운 공연용 한복 차림이다. 다른 식탁 손님들은 대부분 삼삼오오 아주머니들이어서 이 집이 싸고도 맛있는 일미 집임을 보여주었다. 분점이 내가 사는 송파에도 있는데 이 달 중 폐점할 것이라고 하니 애석하기만 하다.
생선찜으로 유명한 삼척해물 0046 47(축소) 50
식사 후 죽서루를 둘러보았다. 강안 기암절벽 위의 누각과 오십천 등 풍광이 참 운치 있었지만 누각 주변으로 처 놓은 위험경고문을 붙인 밧줄들이 옥의 티들이었다. 인근 박물관 등 문화시설도 더 찾아보려는데, 비도 오고, 딸네들 수영장 놀이가 끝나기 전에 객실에 들어가야 하기에, 더 이상 구경은 그만두고 삼척 항을 거쳐 숙소로 돌아온다.
죽서루로 들어서 0052 54 죽서루란? 0055 죽서루 풍경-0056~71 오십천 건너편 시설은 문화예술회관과 동굴신비관 0059 우산을 받쳐 0063 오십천 건너 시립박물관 공원에서 바라본 죽서루 0073 동굴체험관이 가람영화관으로 바뀌고 0076 시립박물관-우측으로는 청소년수련관 0077 문화예술회관 0078 동굴신비관-인근의 환선굴 대금굴 관음굴이 유명해서이겠지 0079~82 오십천을 건너는 삼척교-2011년6월 성동고16회 자전거동호회 바이콜릭스가 지나갔던 곳이어서 한 컷을 남겨 비교해본다 0083/ 2013 2014
삼척 항엔 고깃배들이 가득해 풍성해 보인다. 항만 주변은 건어물과 횟집거리인데 <대게> 요리가 대종을 이룬다. 대게 1kg 즉 한 마리의 가격이 국산인지 외군산인지에 따라 2배 이상의 차이(5~6만/2만 원 대)가 난다.
삼척항 풍경 0084~94 삼척해변 가는 길 0095~0108
이틀째의 객실은 참 좋았다, 말이 스위트룸이라지만, 호텔의 그것과는 달라 열댓평 규모의 아파트 규모다. 화장실과 샤워 룸이 각각인 방이 2개. 작은 거실은 싱크대와 식탁은 있어도 취사는 할 수 없다. 그래도 전망이 최고다. 침대에서 파도소리 들으면 잠을 이루는 그 맛이 기막혔다.
침실과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는 삼척후진해변 0108 거실의 딸 딸 딸 0110 만찬은 호텔 뷔페에서 0113 생음악 (70년대 팝송 위주여서 내 취향엔 딱이었지)들으며 손님 중 유일하게 홀로 박수치고 춤추며 호응해 가수와 손 흔들며 교감했고 작별인사도 나눴던 손녀딸 0114~18
셋째 날 아침 조식은 삼척해변의 곰치국 전문식당에서 하고 해변을 산책한 후 느긋하게 객실에서 더 쉰 다음 귀경길에 오른다.
밤새 자장가를 불러줬던 해변의 파도소리 0001동영상
명사들이 잔뜩 왔다간 곰치국 식당 0003~0005 손녀와 해변으로 나가 0006~0011 내겐 참 익숙한 곰치국 시원하지! 해장에 최고지! 0012 가족 해변산책 0014~0024
귀경길에 진부에 내려 산채정식으로 점심을. 진부시내 입구의 부일식당은 예전과 달리 맛이 그저 그렇고 불친절해져, 진부가 시댁인 딸 친구의 소개로 찾아간 곳은 월정사 입구의 오대산식당. 식당 옆 밭에는 당근 추수가 한창이고 생소한 당근 꽃도 살펴봐. 이후는 횡성휴게소에서 한 차례 쉬고 집으로. 가락동 집으로 돌아와, 금요일 오후 한 참 붐비는 길에 수지의 집으로 다시 가는 딸네가 안쓰럽고 넉넉한 마음의 사위가 고맙고.
오대산식당과 당근 추수 0025 26 오대산 등산객들이 단체 예약해 놓은 산채정식 밥상 0027 우리도 한 상 0028(축소) 이것이 당근 꽃 0030 횡성휴게소에서 003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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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효도여행 호강에 행복했네요 ♡ 딸래미와 사위가 고맙네요 ♡ |
출처: bingre 원문보기 글쓴이: sanbi
첫댓글 글 잘 썼고, 사진 잘 찍었고, 게다가 내고향 얘기라서 참 재미있게 보았네. 후진 바다와 죽서루 모두 어릴 적에 놀던 곳이라네. 바다 주변 시설물이 모두 낯설어서 거기가 내 고향이 맞나 싶네만. 초등학교는 삼척에서, 중학교는 묵호에서, 외가 친척은 강릉에 많이 살지. 중3 때 한 반이던 내 작은 아버지는 망상 해수욕장 맞은 편에 태정 펜션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자리가 우리 몇 대조 조상들부터 살던 곳이라네. 언제고 다시 가 보려고 마음 먹지만 그게 쉽지 않을 듯 한데 이렇게 글과 사진으로 내 고향을 대하니 반갑기 이를 데 없네. 내 조국이 온통 빨간 물이 든듯해서 무척 걱정이네. 그런 불순분자를 싹 쓸어 버리년 좋으련만.
형기 고맙고 미안하이. 원래 이 글 속의 삼척 추억을 이야기하며, 당연히 형기도 생각났었네. 그러니 " 여기가 친구 형기의 고향이란"이야기를 넣으려고 했었네. 그런데 내가, 지난번에도 그랬듯이 요즘도 여기저기 정신적으로 쫓기느라 겨우 내글만 쓰고, 남의 글은 읽어보지 못해, 그동안의 많은 형기 글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네. 그러자 언감생심 형기고향이야기를 넣지 못하고 말았다네. 그럼에도 이리 긴 글을 읽어주고 또 보듬어주니 참 고맙네, 고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