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문학
알리바바에서 운영하는 톈마오(天猫) 플랫폼에서 ‘우인량핀(无印良品,MUJI)’을 검색하면 두 개의 다른 점포가 뜬다. 중국 건지 일본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다.
‘MUJI’로 잘 알려진 일본 점포의 팔로워는 540만명이고 짝퉁인 베이징(北京) 업체의 94만 팔로워를 크게 앞선다는 게 다를 뿐이다. 국가사이트인 중국공상총국 상표 검색 시스템에 들어가도 마찬가지다.
실물점도 사정이 비슷하다.일본가게는 ‘우인량핀(無印良品)MUJI’다.MUJI는 일본어로 상표가 없다는 의미다.
베이징 업체 상호는 ‘우인량핀(无印良品)Natural Mill’로 돼 있다. 매장 분위기나 상품 진열 가격 색상까지봐 한 눈에 짝퉁 가게란 게 느껴진다.
인터넷 비교 결과 두 가게의 카피 정도는 99% 이상으로 나온다. 차이가 있다면 번체자로 없을 무(無)자를 썼냐 간체자 없을 무(无)자를 썼냐 하는 정도다.
중국 고등법원 (北京高级法院)은 지난달 말 재미있는 판결을 내린다. 일본이 중국에 설립한 회사에서 낸 상표권 침해소송에서 중국 짝퉁가게 손을 들어준다.
이에 따라 MUJI 브랜드를 만든 일본 업체는 중국서 더 이상 MUJI 브랜드나 상표를 쓸 수 없다. 가관인 것은 인터넷에 표기되는 muji.com.cn뿐만 아니라 다른 인터넷 주소도 보호 받지 못한다.
2005년 7월 중국에 진출한 지 13년 간 최종심까지 가는 기나긴 법정 다툼을 벌인 끝에 결국 자기 브랜드를 잃게 된 것이다. 게다가 그동안 상표를 등록해 사용해온 ‘베이징?x텐(北京棉田)’ 측에 62만 위안(약 10억원)을 배상하는 한편 사과 성명까지 내도록 한다.
중국 최고법원 판결이 난 이상 일본측은 이 상표를 포기하거나 아니면 중국 업체에 돈을 주고 사는 수 밖에 없다.자기 물건을 자기가 돈 내고 사라는 판결에 중국 네티즌 들까지 비난을 퍼부을 정도다.
물론 영문 상호가 ‘우인량핀MUJI’와 ‘우인량핀Natural Mill’로 다르다는 판결 이지만 중국인도 수긍할 수없다는 표정이다. 영문 표현만 빼고는 상점내에 진열이나 상품 가격 등이 완전히 같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도 이 가게를 짝퉁상점이나 가짜물건 이라고 부른다. 이 판결이 나올 즈음 중국서 일본 유명 작가를 내세운 짝퉁 전시회까지 열린다.
일본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전시회 측이 일본 유명작가 작품을 짝퉁 전시하는 바람에 강하게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중국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본에서 들끓는 배경이다.
일본에서 MUJI는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친숙하다. 등록상표가 없다는 일본서 생겨난 이른바 ‘노 브랜드’ 잡화 상점이다.
일본 경제 호황기인 1980년 西友商业그룹이 노 브랜드 우량상품이란 컨셉으로 히트를 친다. 명품 브랜드의 자동차나 TV 를 사서 부를 자랑하던 시절에 검소하고 소박한 일본식 생활방식을 마케팅에 결합한 결과다.
1983년 도쿄(东京)의 1호점을 낸 후 인기를 끌면서 순식간에 일본에 100여개의 점포를 낸다. 1991년 런던에 해외 1호점을 낸 후 프랑스, 스웨덴, 이탈리아, 노르웨이, 아일랜드 등으로 진출한다.
중국시장에는 2005년 7월에 들어간다. 상하이(上海)에 1호점을 시작으로 230개 점포를 운영중이다.
MUJI의 최대 특징은 초 간단이다. 상표는 물론 가공이나 색상 등 불필요한 것을 다 털어내고 간단하게 재료 본연을 특성을 강조하는 전략인 셈이다.
붉은 색으로 된 MUJI 상호와 봉투 표식을 제외하면 브랜드를 찾기도 어렵다. 대부분 상품의 색상은 백색이나 미색 청색 흑색 계통이다.
상품 진열도 독특하다. 우선 질서 정연하고 표준화돼 있다. 예를 들어 필기구 코너에 가면 좌에서 우로 점점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물 흐르는 듯한 정렬을 자랑한다.
포장도 투명이나 반투명으로 초 간단 철학을 반영한다. 소위 말하는 유행을 좇아가지 않는다. 평범한 가격도 인기 요인이다.
상품도 문화 상품까지 6000여종을 취급한다.포브스가 선정한 글로벌 베스트 중형기업으로 나무랄게 없어 보인다.
그러다보니 중국서 MUJI는 아예 명품 브랜드 대접을 받는다. 진출 초기부터 대형 쇼핑몰이나 중심상업지역(CBD)에 점포를 낸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서 만든 제품을 팔지만 일본에 비해 고가 전략을 편다. 심한 경우 같은 상품의 가격 차이가 두 배 이상 나기도 한다.
점포내는 속도를 조절해가며 중국사업에서 줄곧 성장 세를 유지한 비결이다. MUJI의 성공은 나중에 중국시장을 기반으로 명품반열에 오른 ZARA 등의 성공 신화를 돕는다.
MUJI 상표분쟁의 역사는 2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업체중 처음 이 상표를 등록한 곳은 하이난난화(海南南华)라는 무역회사다.
1998년 이 회사는 모두 24 종류의 면직 제품과 수건 침대커버 베게와 베게닢 등을 상표등록한다. 유효기간은 2021년4월27일이지만 하이난 난화는 지난 2004년에 상표권을 베이징?x티엔에 팔아넘긴다.
베이징 ?x톈은 2000년에 설립된 회사다. 2011년에는 아예 베이징우인(北京无印)이란 회사를 만들어 MUJI상표전을 독점관리하고 있다.실제 베이징은 물론이고 헤이룽장(黑龙江) 무단장(牡丹江)과 산둥(山东) 칭다오(青岛)등지에 우인량핀 점을 개설한 상태다.
20년이나 늦게 태어난 중국회사에 상표권을 뺏긴 일본 MUJI는 1999년에 와서야 중국에 상표등록을 시도한다. 방직품에 상표등록을 못하자 2001년 중국 상표국에 제소를 한다. 중국 지재권 법원(中国知识产权法院)에도 소송을 내지만 자재는 게편이라는 사실만 재확인한다.급기야 중일관계가 최악이던 2012년 중국 최고 인민법원은 중국측의 손을 든다.
일본도 굴복할 수 없다며 지난해 베이징 지적재산권 법원에 다시 소송을 낸다. 그래도 가재는 게편이라고 지재권법원도 다시 중국 편을 든다.
그동안 장기적으로 홍보가 되고 지명도를 가지게 된 것이란 이유에서다. 상표권 분쟁은 일본 MUJI 뿐 만 아니다. 나이키 그룹의 조던 Jordan 브랜드도 푸젠(福建)성 체육용품사인 ‘조던(乔丹)’체육사에 상표를 뺏겨 5년 째 법정 다툼을 벌인 결과 작년 말 중국측 승리로 결론이 난다.
미국 스포츠 브랜드인 뉴발란스(New Balance)도 90년대 중국에 들어갈 때 뉴바룬(纽巴伦)이라는 중문 상표로 대량생산을 한다. 얼마 후 짝퉁이 등장하더니 심지어 N 자를 신발에 새겨넣은 운동화가 유행한다.
이른바 뉴발란스를 연상하는 신발이란 의미다. 결국 뉴발란스는 중국을 떠난다. 사태가 일단락되고 다시 중국을 찾은 것은 2003년의 일이다. TRUMP 상표 분쟁도 중국측이 이겼지만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번복된다.
한마디로 중국 상표분쟁에서 이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대변한다. MUJI 사태는 빙산의 일각이란 이야기다.
MUJI가 중국시장에서 빠르게 점포를 늘리지 못한 것도 짝퉁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실제 MUJI의 인기에 비해 2005년부터 13년간 늘린 점포수 235개는 생각보다 적은 편이다.
짝퉁 MUJI의 대명사는 밍창여우핀(名创优品)이다. 짝퉁인 데도 점포수 2000점을 자랑한다.
점포수만 보면 원조보다 10배나 많다.물론 상품 품질은 일본 MUJI 보다 나빠 타오바오(淘宝)나 텐마오(天猫)에 불만신고도 그만큼 많다.
아무튼 이번 법원 최종 판결만 보면 MUJI가 중국시장에서 완패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외국 시각은 다르다. 일본 MUJI사태가 중국의 지재권 침탈의 또 다른 희생양을 만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 일 양국의 지적 소유권 분쟁은 이제 시작이라는 시각도 많다.
실제 승소한 중국측은 방직품 24종 제품을 취급할 수 있지만 가게에서는 소형가전 만년필 주방용품등 다른 상품도 다 판다.
앞으로 MUJI측이 계속 소송을 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아무튼 이번 MUJI사건은 중국내 상업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다시한번 전 세계에 잘 보여준 사례다.
[현문학기자]
첫댓글 그렇게 까지는 하지 않겠지만... 만일 비엣남 캄푸치아 라오스 미얀마 인도 파키스탄... 등 등이 중국 상표를
도용하거나 베끼면 그때 중국애들은 뭐라고 하려고 하는 지 참.... 한 치 앞도 못 보는 한심한 것들...
동감입니다. 그야말로 "내로남불의 원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