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STX그룹 회장하면 사람들은 먼저 인수합병(M&A)을 떠올린다. 잇따른 M&A를 통해 단기간에 거대 중공업그룹으로 성장한 배경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강 회장에 대한 오해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그는 기업을 인수만 한 것이 아니다. 엔진부품을 만드는 STX엔파코를 세웠고, STX중공업, ㈜STX, STX건설, STX엔진 등을 차례로 설립했다. 필요한 기업은 직접 만들고 적절하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키웠다. M&A 못지 않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투자' 또한 오늘의 강 회장과 STX를 있게 한 핵심적인 'DNA'다.
↑ STX 대련 조선해양 생산기지 전경.
'STX 중국 대련 조선해양 생산기지(이하 STX 대련 조선소)'는 강 회장의 '투자 본능'의 결정판을 보는 것 같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1시간이면 도착하는 중국 대련 공항에서 차로 1시간30여분을 달리면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STX 대련 조선소가 자태를 드러낸다.
중국 요녕성 대련시 창싱다오에 건설되고 있는 이 조선소의 총면적은 550만㎡(약 170만평). 세계 최대 조선소인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규모 660만㎡(200만평)에도 손색이 없는 규모다. 조선소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시야가 닿지 않을 정도로 부지는 광활하다.
이 조선소 건설에 들어가는 돈만 15억 달러(약 1조9500억원)에 달한다. 60% 가량이 이미 집행됐고 나머지 40%가 투자를 기다리고 있다. 이 곳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 수도 1만 명에 이른다. 한국인 인력이 472명이고 나머지는 현지인들이다.
STX 대련 조선소는 조선해양 ‘종합’ 생산기지로 만들어지고 있다. 선박을 만드는데 필요한 모든 공정이 한 곳에 집중해 있는 일관 생산체제다. 바다를 등지고 좌측이 선박 건조, 이어서 블록 생산, 그리고 해양 구조물 생산이 일렬로 생산체제를 갖췄다. 뒤쪽으로는 기초 소재 및 조선기자재 생산 체제와 엔진 조립 및 시운전 체제를 갖췄다. 이 같은 종합 생산기지는 전세계적으로도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정도가 유일하다.
조선소 외에 직원들이 주거공간이 될 생활단지 180만㎡, 협력업체단지 150만㎡도 함께 지어지고 있다.
대련 조선소는 지난 2007년 3월 착공식을 가진 뒤 1년만인 올 4월 선박 블록 생산을 위한 강재 절단(스틸 커팅)을 시작으로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올해 말 첫 선박이 진수되며 공사 개시 2년만인 내년 봄에는 1호 선박의 인도가 예정돼 있다.
이처럼 단기간에 작업이 진행될 수 있었던 데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정광석 STX 대련 조선해양기지 총괄 사장은 "부지 매립 경우 하루에 5000평이 진행될 정도로 빨랐다"며 "국내 진해 조선소의 경우 같은 5000평을 매립하는데 6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 조선소는 오는 2012년이면 연간 선박 블록 100만 톤, 선박용 엔진 250대, 선박건조 60척, 해양플랜트 11척을 만들 수 있는 생산체계를 갖추게 된다.
처음 STX가 이곳에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소를 짓는다고 했을 때 중국 현지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잘 알려진 조선회사도 아닌데 혹시 부지만 확보하고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공사는 계획한대로, 아니 더 빠르게 진행됐다.
김명환 STX 대련 조선소 상무는 "이곳 사람들이 가장 놀랐던 것이 '언행일치'"라며 "덕분에 STX에 대한 시각도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STX은 국내 진해 부산 조선소, 유럽 STX유럽(前 아커야즈) 조선소와 함께 중국의 대련 조선소를 글로벌 3대 생산거점으로 활용하게 된다.
STX는 대련 생산기지를 포함한 해외 거점을 중심으로 벌크선부터 고부가가치 대형선박, 해양플랜트, 크루즈선 등을 생산해 ‘글로벌 톱 조선그룹’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