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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루카 호스피스 사업부 정기간행물 '동행' 9월호에서 발췌)
"행복과 불행"
† 찬미예수님!
사랑과 자비가 넘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평화가, 후원회 회원 여러분들과 가정에 늘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우리의 삶은 기쁘고 행복해도 하루이고, 슬프고 고통스러워도 하루입니다. 하루가 이어져서 여러 날이 되기는 하지만, 기쁨과 슬픔 그리고 행복과 불행이 교차되는 시간은 하루 단위로 이루어집니다.
호스피스 현장에서 살아가는 하루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행복해도 하루이고 고통스러워도 하루입니다. 그런데 하루가 더 많이 행복하고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우리 자신이 고통스럽고 불행하다고 생각되는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서, 하루 동안 행복한 시간이 늘어나기도하고, 줄어들기도 합니다.
오래 전에 알던 자매님이 한 분 계십니다. 이미 고인이 되셨지만, 오랜 세월 투병생활을 하면서 힘든 시기를 보내셨습니다. 매순간 밀물처럼 밀려오는 고통은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고통속에서 원망의 그림자가, 삶을 갉아 먹고 있었습니다. 고통과 원망과 씨름을 하며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자매님에게는 지옥과 다르지 않은 참으로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한 순간 자매님의 삶이 변화되었습니다. 육신은 그전과 전혀 다름없이 힘들고 고통스러웠지만, 자매님의 마음이 변화되면서, 하루의 불행한 시간은 줄어들고 행복한 시간들이 더 길어지게 된 것입니다. 자매님은 매일 반복되는 고통과 원망의 삶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으신 것입니다.
"이 고통이 피할 수 없는 고통이라면, 이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지 말고, 의미있고 가치 있는 시간으로 봉헌해보자..."
그래서 자매님은 그 고통의 시간을 원망과 절망으로 무의미하게 보내지 않고, 자녀들을 위한 "대속"의 시간으로 바치기로 결심하셨습니다. "자녀들이 혹시 미래에 겪게 될 고통과 불행이 있다면, 이 어미가 지금 이 고통으로 대신 속죄하오니, 자녀들은 그 고통과 불행을 피해갈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기도였습니다.
고통의 시간이 의미있는 시간으로 변화되자, 자매님의 표정은 고통에 찌든 얼굴이 아니라, 밝고 행복한 표정으로 변화되어 갔습니다. 이제 매일 매일이 무의미하게 보내지는 하루가 아니라,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가장 의미있는 기도를 드리는 일상이 되어, 행복한 하루가 되었던 것입니다.
저는 고통스러운 일상에 힘겨워하는 호스피스 환자에게 이 자매님의 이야기를 들려 드립니다. 그러면 기적처럼 환자의 삶이 한 순간 변하는 것을 자주 체험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삶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드는 비결을 다른 곳에서도 발견하고 찾아내는 지혜를 얻게 됩니다. 그래서 생의 마지막 시간을 가장 보람되게 보낼 수 있게 됩니다. 그 모습은 참으로 거룩하고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저는 이들에게 이런 지혜로 위로를 주시는 분을 생각하게 됩니다.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마태 5,1-12)
2014년 9월 성루카 호스피스 병원 원장 윤동출 프란치스코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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