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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공코너
소만사 김대환 대표이사
서울공대지 2019 Winter No.115
이번 설공코너에서는 소만사 김대환 동문을 만나 보았습니다.
Q1. 대표님께서 이 자리까지 오시게 된 과정을 말씀해주세요.
A1. 저는 산업공학과를 91학번으로 졸업하였고, 산업공학과에서 석사과정까지 밟은 후 소만사를 창업하였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나도 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창업을 하게 되었는데요, 엄청난 큰 포부가 있어서 회사를 시작했다기 보다는, 우연한 기회에 신문에서 창업벤처 인큐베이터 모집을 발견하여 아이템을 공모하였는데 선정되었습니다. 선정이 되고 나서 공간이 생기다 보니 사람들을 끌어 모으게 되고, 사람들이 모이게 되니까 책임감을 갖게 되고, 그렇게 해서 회사를 계속 끌고 나가게 되었습니다. 처음 2년동안은 사업 아이템도 3번이나 바뀌었을 만큼 정신도 없었고,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정말 창업자로서 초인적인 노력을 기울였던 시간들이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젊으니까 무모하고 용감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일들 같아요. 운이 많이 따랐다고 생각하고요. 지금 그때로 돌아가 창업을 다시 하라고 한다면 그 고통을 견뎌내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웃음) 사실 창업이라는 것은 당시에 논리적으로만 생각한다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자금도 넉넉하지 않았고, 기술도 잠재력은 있었지만 높은 수준으로 완성된 상태는 아니었고, 인적 네트워크도 제 학교 동기들뿐이었으니까요. 그럼에도 그 순간 제가 정말 펼쳐보고 싶은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시작한 일이었죠. 그렇게 시작하여 소만사를 올해로 23년째 이끌어오고 있습니다.
Q2. 소만사라는 회사에 대한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A2. 저희 회사 이름인 소만사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사람들’의 줄임 말 입니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본질을 정치의 인간, 사회의 인간, 언어의 인간 등 다양하게 규정할 수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호모 파베르(Homo Faber)’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만드는 인간, 창조하는 인간이라는 뜻이지요. 그만큼 무언가 만들고 창조하는 일은 인간의 본질을 잘 보여주는 일 중 하나입니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의 만들고 창조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소만사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여성해방운동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을 하나 꼽으라 할 때, 이는 정치인도 아니고, 판사, 검사, 변호사도 아닌, 다름아닌 세탁기의 등장입니다. 세탁기의 발명 이전까지 집안일을 하는 여성들은 하루에 6시간가량을 손에 세탁물을 쥐고 있었다는 것이죠. 그것을 해방시켜 여성들이 집 밖으로, 사회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바로 세탁기의 대중화입니다. 이처럼 우리 삶에 대한 혁신과 변화의 출발은 이러한 기술 발달이 이끌어가는 것입니다. 소만사도 이러한 기술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상적이고 도덕적인 것들에 대해 많이 논하기도 하지만, 그러한 것들은 그 이전에 먹고 사는 문제가 먼저 충족되었을 때 더욱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는 일들이라 생각합니다. 먹고 사는 문제라 하면, 결국 우리 사회의 든든한 산업 기반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제가 얼마 전에 듣고 굉장히 놀랐던 것이 어느 컨설팅 회사의 인당 매출이, 글로벌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2억을 넘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삼성전자와 같은 제조업 회사들은 인당 매출규모가 10억에 육박하거든요. 제조업이라는 산업은 사람 한 명당 만들어낼 수 있는 부가가치가 10억 정도인 반면, 사람 자체가 그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엔진인 경우에는 만들어내는 부가가치가 2억을 넘기기 어렵다는 의미이겠지요. 제조업과 같이 하나의 플랫폼을 만든 후 그 위에서 여러 개의 상품을 찍어낼 수 있는 산업이 높은 부가가치를 생산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 결정체가 바로 구글,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기본적인 산업 기반이 잘 갖추어 졌을 때, 그 다음 단계의 산업들도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저희 전 단계 선배님들께서 자동차, 기계, 전자, 조선, 철강과 같은 제조업 분야들에서 세계적인 기업들을 일구어 내셨는데, 그 다음 물결은 문화예술과 소프트웨어, 보안, 통신 그리고 바이오 분야 산업들인 것 같습니다. 소만사 또한 이러한 소프트웨어 및 보안 분야에서 성과를 내야겠다는 목표를 갖고, 지난 23년동안 아주 빠르지는 않았지만 점진적으로 전진해왔다고 생각합니다.
Q3. 소프트웨어, 보안 분야의 전문가신데, 해당 산업 분야의 현황과 전망에 대한 견해를 부탁 드립니다.
A3. 정보 보안 분야는 지난 20여년동안 계속해서 유망 산업 분야로 남아있었습니다. 자료의 공유와 활용이 계속해서 늘어났기 때문에 이를 보호하는 보안 분야의 중요성도 계속해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자동차의 속도는 브레이크 기술의 발전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자동차가 300 km/h의 속도로 달릴 수 있다는 것은 300 km/h의 속도를 제어할 수 있는 브레이크 기술이 있다는 말이지요. 마찬가지로 IT 산업과 인터넷 정보 공유 산업은 그것을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이 함께 발전해야만 나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네트워크의 속도가 빨라지고, 자료의 양이 늘어날수록 이를 보호하기 위한 보안 기술도 새롭게 나타나고 성장합니다.
저희 소만사는 데이터 보호, 프라이버시 보호 전문 기업인데요, 통신기술이 발달하기 전까지는 정보의 전파력이 약했기 때문에 사실 프라이버시라는 개념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전례 없는 통신기술의 발달이 이루어지면서 이제는 어떤 데이터가 인터넷 상에 올라가면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죠. 내가 페이스북에 무심코 올렸던 글 하나가 평생 동안 저를 괴롭힐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하고요. 예전에는 절대로 있을 수 없던 일이지요. 이러한 문제들은 인간이 이전까지는 겪어보지 못했던 문제들입니다.
올해 페이스북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로부터 5조 8000억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는데요, 그 이유가 바로 개인정보 관리 소홀이었어요. 개인정보 관리나 보안 등의 문제가 정말 조심스럽게 다루어져야 한다는,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하나의 사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소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바로 이러한 데이터 보호, 프라이버시 보호가 핵심분야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Q4. 그 동안 소만사를 경영해 오시면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A4. 처음에 제가 사업을 시작했던 아이템은 한국형 중소기업용 ERP1)라는 것이었는데요, 산업공학이라는 제 전공을 살려서 시작했던 아이템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템은 개발도 어려울뿐더러 판매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아이템이었어요. 그래서 아이템을 바꿔야 했죠. 두 번째는 그룹웨어 아이템이었습니다. 그룹웨어 아이템은 경쟁이 엄청나게 치열했습니다. 세 번째가 되어서야 네트워크 보안 분야의 사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으로 출시한 제품이 ‘Mail-i’라는 제품이었습니다. 메일이나 메신저를 통해 기밀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막아주는 제품이었죠. 처음 제품을 내놓았을 때 시장으로부터 제가 받았던 반응은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이거 좋아 보이긴 하는데, 어디에 쓰는 거에요?” 수요가 있기 이전에 제품을 개발하였던 것이었죠. 없는 시장을 개척해나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왜 이런 것들이 필요한지에 대해 설득 해나가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고, 이번에도 실패하면 끝이라는 대표로서의 절박감을 갖고 일하는 것도 정말 힘들었습니다. 창업에서는 이러한 시점을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라고 하는데, 신생기업이 처음 세 개의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R&D 자금만을 받아 연명하다가 끝나고 말지요. 하지만 첫 세 개의 제품을 시장에 판매하고 나면 안정 궤도에 오를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이 죽음의 계곡 시기를 넘기는 것이 정말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Q5. 한편으로는 경영을 하시면서 가장 보람되었던 순간이 있었을 듯한데, 그 순간은 언제인가요?
A5. 저희 회사는 직원 분들과 함께 매년 한 번씩 해외 워크샵을 가는데요, 해외 워크샵을 처음 가기 시작한 것이 10여년 정도 전 일입니다. 직원 분들과 첫 해외 워크샵을 떠났던 순간이 가장 저에게 보람이 남는 순간이었습니다. 저희 직원 분들이 고객들로부터 많은 요구사항들을 받게 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직원 분들이 느끼는 고충이 많지요. 그럼에도 직원 분들이 많이 애써주신 덕분에 창업 10년 정도 만에 회사가 어느 정도 허리를 펴고, 해외 워크샵을 갈 수 있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어요. 그 동안 소만사가 고생한 것에 대해 함께 했던 사람들이 기쁨을 얻게 되었던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그 맘 때부터 CSR2) 측면에서 매년 저희 이익의 1% 정도를 기부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기부 활동을 하고 있기도 하지만, 저는 기업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가치는 좋은 고용을 유지하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고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보상의 폭이 넓어지고, 기업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고 하는 것들이 중요한 CSR이라고 생각하며, 동시에 참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늘 좋은 고용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Q6. 최근 국가적으로 청년들의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서울공대에서도 창업에 도전하는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부탁 드립니다.
A6. 저 같은 경우에는 회사 생활 같은 특별한 사회 생활 경험 없이 창업을 시작했는데요, 3년 정도 회사를 다니면서 경험을 쌓은 이후에 스타트업에 도전한다면 훨씬 더 성공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를 다니면 소위 말해 ‘돈을 버는’ 사업 프로세스를 알 수 있게 됩니다. 모든 회사들은 결국 돈을 버는 일에 성공했기 때문에 유지가 되는 것이잖아요. 회사를 다니다 보면 ‘이 회사는 이렇게 돈을 버는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중에 부족한 것을 발견하게 되고, 그것을 자신의 창업 아이템으로 발전시킬 가능성을 볼 수 있습니다. 관련 분야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도 있고요. 그 분야의 생리를 아는 전문가가 되어 나오게 되는 것이지요.
저 같은 경우에는 그러한 경험이 없었다 보니 ‘이 아이템이 뜨지 않겠어?’하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사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업을 하면서, 신문에 나온 내용들이 절반도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3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어요. 업계를 알아가고, 생리를 파악하는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이지요. 회사를 다니는 경험을 미리 쌓는
다면 그러한 시행착오들을 줄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7. 앞으로의 계획과 비전이 있으시다면?
A7. 소만사의 비전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한 소프트웨어로 1만개의 카피를 판매하는 것,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30년을 일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 그리고 소만사의 서비스 모델로 100년을 지속 경영하는 것입니다. 요즘에는 미국에서 소위 ‘잘 나가는’ 기업으로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기업을 꼽지만, 제가 창업할 당시에만 하더라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고의 기업이었습니다. 그 때에는 소프트웨어 패키지의 시대였어요. MS 오피스와 같은 패키지 라이선스를 판매하는 것이 수익을 내는 방식이었지요. 하지만 최근엔 플랫폼 사업자들이 더욱 크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플레이스토어에서는 어플이 판매될 때마다 구글이 30%의 수익을 가져가고 있고, 우리나라에서 유튜브의 매출액은 그 규모를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플랫폼 비즈니스가 갖는 수익 창출력이 어머 어마 하다는 것이죠.
저는 이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고 있습니다. 이제 패키지 비즈니스에는 미국의 거대 기업들이 별로 집중하지 않기 시작했어요.
때문에 이러한 분야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기회가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나 한국의 유무선 네트워크 기술이 세계 1위이고, 한국의 제조업체가 세계 1위이고, 더욱이 한국은 개인정보규제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들 중 하나입니다. 제조산업이 발달해 있다는 점은 기술 보안에 대한 니즈(needs)가 아주 많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점을 부각해 소만사에서는 세계적인 인프라와 기술력 그리고 제도적인 뒷받침을 통해 브랜드 경쟁력을 갖고 세계를 타겟으로 하는 제품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Q8. 마지막으로 서울공대지 독자 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해주세요.
A8. 창업을 시작하는 분들께 저는 항상 최소 3년은 버티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3년을 버티면 10년을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3년이 아니라 6개월도 버티기 어려워하더라고요. 창업을 하고 나면,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는 세상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되거든요. 더욱이 똑똑하고, 기회가 많은 사람일수록 스타트업으로 버티는 힘이 약한 것을 많이 보게 됩니다. 꼭 스타트업이 아니더라도 다른 기회가 많다 보니 불확실하면서도 답답한 스타트업 초기 환경을 견뎌내기 어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3년을 버티면 어떻게든 살아날 길을 찾게 됩니다. 어려운 상황이더라도 지금 여기서 그만두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버텨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마음에 새기고 한 번 끝까지 버텨보겠다는 마음을 갖는다면 꼭 좋은 기회를 잡게 될 것이라는 격려의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주해
1). 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인사, 회계, 생산, 조달 등 회사 내부의 모든 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
2).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이 생산 및 영업활동을 하며 윤리경영, 사회 공헌 등 사회 전체의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