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문화 등에 관한 근현대사 이야기를 다룬 책들은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그러나 책과 관련된 출판에 대한 근현대사를 파헤친 책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나 또한 처음 접해 본 책이다. 책 그 자체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한 번쯤 읽어 볼 것을 권한다. 왜냐면 출판문화가 일제 강점기 시기에도 끊임없이 멈추지 않고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일본 제국의 철저한 검열과 감시, 통제 속에서도 꿋꿋이 한글로 책을 펴내는 작업들을 해 왔다. 조선어학회처럼 목숨을 걸고 한국인의 정신과 얼을 드러낸 책들을 보호하고 계승하는 일도 해 왔다. 을유문화사는 지금도 존재하는 출판사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후에도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를 알리는 책들을 계속해서 출판해 오던 출판사로 알려져 있다. 가급적 애쓰고 수고를 감당해 왔던 이런 출판사의 책들을 즐겨 찾아 읽고 사랑해 주었으면 한다.
출판 얘기를 하다 보니 작가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책에서도 근현대시기에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른 여러 작가들을 소개해 주고 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아는 작가들이다. 이광수, 최남선 등은 초기에는 순수한 문학 작품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최고의 작가 반열에 올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친일 행각으로 오늘날에는 아쉽게도 이름조차 불리지 않고 있다.
최근 고령의 나이까지 왕성하게 집필 활동을 해 오던 이어령 작가도 1960년대에는 기성 작가들의 작품을 비평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작품으로 바라보던 샛별 같은 존재였다. 김형석 철학자는 100세를 넘어 지금까지도 꾸준히 집필 활동을 하고 있는 최장수 작가이기도 하다. 이어령 작가와 함께 당시 베스트작가로 불렀던 아주 유명한 사람이었으면 역사를 통해 다시 보게 된다.
근현대사에 활발히 활동했던 작가들, 출판문화를 선도했던 출판사와 그들의 대표적인 책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누구나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문고판이 각 출판사별로 나오게 된 배경이나 저작권이라는 개념이 없었을 당시 외국의 유명한 책들이 해적판으로 보란 듯이 시중에 돌아다녔던 이야기는 근현대시기에나 가능했었던 일임을 보게 된다.
나라가 어려울 때에도 출판문화의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았다. 심지어 한국전쟁 중에도 출판인들은 피난처에서도 어려운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책자들을 발간하는 열심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갔을 때 제일 먼저 찾은 것이 출판사에 남아 있는 책들을 건져내는 일이었으며 먹고살기도 힘들었던 시기였음에도 책을 사서 읽는 일을 멈추지 않았던 놀라운 일들이 근현대식에 있었음을 다시 살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