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지진공포증, 혼밥혼술… 올해 '10대 뉴스'
1. 국정농단 파문
올 한해를 되돌아보면 정치인이나 유명인의 ‘거짓말’ 이슈가 많았다. 연예인들이 성매매·성범죄 혐의에 휘말려 곤욕을 치렀다. 대통령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사태 역시 거짓말 논란에서 빼놓을 수 없다. 하나의 사실을 두고 서로 반대되는 주장을 하는 건 누군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2. 지진 공포증
지난 9월 규모 5.8에 달하는 지진이 경주 일대를 덮쳤다. ‘안전지대’라 생각했던 한반도에 이토록 큰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두렵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지진 이후 지금까지 500여 차례에 달하는 여진이 계속되자 지진공포증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3. 아동학대
지난해 12월 인천의 한 수퍼마켓 주인이 맨발로 혼자 돌아다니는 작은 여자아이를 발견했다. 아이는 당시 11살이었지만 몸무게는 16kg에 불과할 정도로 말랐다. 경찰 조사 결과 아이의 친아버지와 동거녀는 2년여 동안 아이를 집안에 가둔 채 굶기고 때린 것으로 드러났다. 잇따른 아동학대 사건에 국민적 공분이 커지자, 정부는 학교를 오래 결석하거나 취학하지 않은 학생을 대상으로 아동학대 여부 조사에 나섰다.
어떤 이들은 “친부모가 아니라 계부·계모라서 아이를 학대하는 것”이라고 비난한다. 아동학대 가해자의 대부분(80%)은 친부모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계부모들은 아이를 잘 키우지 못할 것이라는 사회적 편견에 고통 받고 있다.
4. 강남역 살인사건
지난 5월 서울 강남역에서 ‘여성들이 나를 견제하고 괴롭힌다’고 생각하던 한 남성이 젊은 여성을 살해했다. 이 사건으로 여성혐오와 여성에 대한 폭력을 고발하는 사회운동이 일어났다. 동시에 ‘우리 사회가 중증 정신질환자와 함께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고민도 던져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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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복면가왕의 인기
복면을 쓴 연예인이 노래 실력을 겨루는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 가창력을 감상하는 것도 즐거웠지만, 복면 쓴 출연자가 누군지 맞추는 재미도 컸다. 복면은 외모와 경력 등을 가리고 오직 실력을 평가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현실에는 복면이 없다. 많은 이들이 분노한 정유라씨의 “돈도 실력”이라던 말처럼, ‘빽’이나 연줄이 없으면 실력이 있는 이도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복면 쓴 대가와 신인이 평등하게 경쟁하는 프로그램에 많은 시청자들이 환호한 까닭이다.
6. 인공지능 대결, 알파고 쇼크
올해 전 세계인을 놀라게 한 이슈 중 하나는 ‘알파고(Alpha Go) 쇼크’가 아니었을까. 지난 3월 이세돌 9단이 바둑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에 패배했다. 많은 이들이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예측했지만, 알파고가 5번의 대국 중 4번 승리했다. 인공지능 기술은 빠르게 발전해 의료·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되고 있다. ‘인공지능 때문에 일자리를 잃는 이들이 늘어날 수 있다’거나 ‘인간이 인공지능을 통제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걱정도 나온다.
7. 혼밥혼술하는 청년들
‘나 혼자 밥을 먹고 나 혼자 영화보고…’ 4년 전 한 걸그룹이 부른 노래 가사 속 ‘나 혼자’라는 말에는 처량하고 쓸쓸한 느낌이 가득했다. 하지만 올해 인기를 끌었던 한 케이블채널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많은 20~30대 청년들은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마셨다. 극중 주인공은 혼자 술을 마시면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나에게 집중할 수 있다”며 “혼술이 달콤”하다고 말한다.
8. 연예인의 정신건강
최근 연예인의 정신건강과 관련한 이슈나 사건이 잇따라 수면 위로 올라왔다. 드라마 남자주인공을 맡았던 배우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아이돌가수와 배우들은 잇따라 성추문과 성매매 논란 등에 휩싸였다. 공황장애나 우울증을 투병하는 연예인의 이야기는 이제 연예가 화젯거리로 소모될 뿐이다. 연예인의 화려한 삶을 선망하는 청소년은 점점 많아지지만, 정작 그들의 정신건강 문제는 여전히 체계적으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9. 노인 정신건강과 운전
지난 11월 갑작스럽게 끼어든 차량 때문에 관광버스가 전복돼 4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76세 고령운전자였던 그는 경찰 조사에서 “나 때문에 사고가 난 것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교통사고 사망자는 줄어드는 반면 고령운전자가 낸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인구 고령화가 심각한 일본에서는 이미 고령자의 운전면허 유효기간을 연령에 따라 차별화하는 등 고령운전자 사고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이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도 고령운전자 대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10. 트럼프 당선
지난 8일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유세 기간 동안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거나 무슬림·여성·흑인 비하 발언 등을 공공연하게 해왔다. 많은 유권자들은 왜 그에게 표를 던졌을까? ‘우리 미국인이 잘 살지 못하면 세계 평화나 해외 원조가 무슨 소용이냐’는 미국인들의 속마음을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