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字 隨筆 문득.1213 --- 직지사를 품은 황악산 초록빛 봄날
직지사를 통과하여야 황악산을 오른다. 간혹 한두 송이 남은 철쭉꽃이 아쉬움을 달랜다. 사찰 주변은 고목과 함께 우거진 숲이 감싸고 경쾌한 계곡물 소리로 가뿐한 발걸음은 싱그러움과 더불어 상쾌하게 한다. 하루가 다르게 숲은 연초록을 벗고 짙은 녹음을 만들어 간다. 가파른 길은 후줄근하게 땀을 흐르게 한다. 능선에 오르니 제법 시원한 바람이 가슴을 핥는다. 큼직큼직한 나뭇잎들이 살랑살랑 부채질이다. 예전에는 학이 많이 살아서 황악산이 아닌 황학산으로도 불렸다는데 지금은 그 그림자도 찾아볼 수가 없다. 다만 그 뒤를 까마귀들이 산자락을 흔들어댈 만큼 고래고래 짖어 대며 날갯짓을 한다. “그러니까 좀 쉬었다 천천히 가세요. 그래 어디서 오셨느냐니까(요), 자연을 보호해야 하니까, 주변을 어지럽히지 말고 조용조용 다니세요. 갖고 온 음식 남았으면 아무 데나 버리지 말고 잘 남겨두고 가시라니까(요).” 까마귀의 잔소리를 듣는다. 우리 정서에 까마귀 울음소리가 정겹도록 들려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한낱 선입견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까마귀와 은연중 비교되는 까치도 이미 눈 밖에 났다. 정상에 가까우며 싸리나무가 덜 피어 꼬들꼬들한 잎을 보듬고 있다. 미처 갈무리하지 못한 억새의 줄기가 누릇누릇 지저분하다. 떡갈나무는 무성하게 잎을 드러내고 번들번들 푸름을 뽐내고 있다. 정상은 1111m다. 수고했다고 꽃 몇 송이가 방끗 맞아준다. 그러나 기다림에 안간힘을 썼는지 좀은 붉게 상기되어 있다. 사방을 휘둘러보아도 출렁거리는 초록의 물결이 마냥 좋다. 백두대간 길 따라 형제봉까지 내달음치듯이 간다. 내림 길로 바람재로 이어진다. 왼쪽으로 꺾어서 능선을 타고 내려오다 다시 왼쪽으로 꺾어 계곡으로 접어든다. 가뭄으로 흐르는 물은 그리 많지가 않다. 큰 나무들이 신록으로 뒤덮여 우산처럼 하늘을 가리었다. 숲속의 터널을 거닐고 있다. 햇볕이 좀처럼 스며들지 못할 것 같다. 이미 온몸은 풋내가 배어들어 초록 향기다. 마음도 초록으로 칠하면서 꿈틀꿈틀 새싹이 돋나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