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마카오 상단(商團)은 어렵게 힘든 여행 끝에 푸간 교구청에 도착했다.
마카오 상단(商團)은 어렵고 힘든 여행 끝에 푸간 교구청에 도착했다. 푸간은 타이완섬 북부와 마주 보고 있는 작은 도시였다. 푸간은 1833년 3월 1일 소주교가 방문했던 곳이기도 하다. 소주교는 이곳에서 북진하는 여행길을 결정하는데 많은 고민을 해야만 했다. 수로냐, 육로냐..., 수로일 경우 몸은 편하다. 그런데 비용이 많이 든다. 뿐만아니라 태풍이라도 만나면 생사마져도 볼분명하다. 큰 위험을 감수해야만 했다. 안내자 일행 모두가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었다. 마카오에서 복건까지 유럽식 배로 왔다면 일주 정도 여행길인데, 소주교를 안내한 배는 3개월 이상 걸려야만 했다. 대부분의 중국식 배는 작고 낙후된 시설 때문에 톱니같은 해안선을 따라 여행을 해야만 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먼바다 여행을 한 번도 해 본 일이 없었다. 문제는 또 다른 곳에도 있었다. 승선 계약시 배 주인은 일정 기간에 대한 식량만 약속한다. 만일 여행이 그 이상 계속되면 손님은 스스로 식량을 해결해야만 했다. 이번의 경우도 여행 기간은 2개월 연장되었는데 계약 이후의 식량은 모두 승선한 본인 스스로 해결해야만 했다. 여행 연장의 원인은 여러 가지였다. 첫째 원인은 날씨다. 역풍과 무풍 또는 태풍일 경우 무한정 기다려야만 했다. 청국은 무동력 배, 그리고 역풍을 이용하는 항해 기술이 전무한 상태였다. 두 번째는 해적의 출현이다. 정부 기관에서 불시 아편등 검문 검색을 위해 승선하는데 외국인이 승선한 경우 아편 판매상으로 오해 소지가 많다. 그 때 뇌물로 해결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정부에서 파견된 공무원과 해적 구분이 쉽지 않을 정도로 부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총과 함포 등으로 무장한 해적이 시시때때로 출현했다. 청국 정부에서 모든 배들의 무장은 불법이었다. 그런데 해적들만 예외였다. 왜냐하면 해적들이 정부 관리보다 화력이 앞서기 때문에 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관계로 해적들과 청국 정부는 적이 아니라 해적 물품을 적당히 나누는 공생 관계가 된지 이미 오래되었다.
중국의 해안선은 이런 상황이었다. 작고 낡은 배의 여행길은 이와같이 지극히 위험한 길이었다. 청국 정부 관리들의 부패는 뱃길을 더욱 어렵고 힘들게 만들어 놓았다. 소주교는 바닷길을 포기하고 육로를 택하였다. 그런데 육로 역시 만만하지 않았다. 그는 조선으로 가는 마지막 여행길에서 여독(旅毒) 때문에 불과 삼년만에 순교(殉敎)하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의 여행이 실패한 것은 아니었다. 그가 멈춘 그 자리에서부터 젊은 신학생들의 여행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여산(廬山)에서 시작된 푸간 여행길은 쉽지 않았다. 소주교처럼 황제 운하(運河)가 막히면 도보로 이동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모두 동양인이었기 때문에 특별한 변장은 필요하지 않았다. 검문 검색 역시 황손 어른의 보호로 쉽게 통과되었다. 다만 계속되는 도보 여행은 젊은 학사들에게도 쉽지 않은 짐이 되었던 것이다. 대건과 양업학사들 역시 젊고 건강했다. 문제는 방제 학사였다. 호환(虎患)으로 충격받은 몸은 늘 부실했다. 찌는듯한 더위와 이어지는 끝없는 행군은 방제 학사에게 너무나 힘겨웠다.
방제는 늘 황손이 어른 가까이 있었다. 방제는 몸은 무겁고 힘들었지만 입은 늘 가볍게 열려 있었다. 주변의 모습이 아열대(亞熱帶)로 변하자 신기하고 궁금한 것이 점점 많아 지기 때문이었다. 그때마다 그는 황손이 어른께 묻고 대답을 기다렸다.
“어르신, 나무들이 수염을 달고 있네요. 늙어서 그래요? 크크...!”
“으하하...! 날씨가 습하고 더우니 공기 중 습기를 먹으려고 나온 뿌리랍니다.”
“그렇군요. 나무들도 똑똑합니다. 그런데 저 나무 열매는 뭐예요? 달고 맛있어 보이네요..., 먹고 싶다...!”
“학사님, 망고예요. 달고 시큼합니다. 긴 호박처럼 생겼지요?”
“원숭이들이 저 열매를 좋아하나 봐요. 애기 원숭이들도 있네요.”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원숭이들이 화들짝 놀라 도망치기 시작했다. 방제 학사가 나무위 원숭이만 처다 보다가 바닥의 돌부리를 걸려 크게 넘어진 것이었다. 황손이 어른은 얼른 방제 학사를 일으켜 세웠다. 그런데 몸골은 엉망이었다.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지만,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해가고 있었다. 몸의 열이 심하고 땀이 비오듯 쏟아내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불안했다. 이런 광경을 늦게 본 대건과 양업이 급히 달려왔다. 일단 물수건으로 고열을 식혔다. 양업이 다급하게 물었다.
“어르신 괞찮을까요?”
“호환으로 몸의 기운이 많이 빠져 나갔습니다. 뜨거운 날씨와 장기 여행은 방제 학사님 건강에 치명적입니다. 어떻게 하지..., 참..., 학사님, 저기있는 망고중에 잘 익은 것을 골라 따 오셔요.”
“넷, 갔다 오겠습니다.”
양업과 대건은 잘 익은 야생 망고를 몇 개 따 왔다. 방제를 열심히 간호하고 있던 황손이 어른이 잘 익은 망고를 탕제 대신 방제에게 먹였다. 방제가 망고몇 조각 먹은 후 기적처럼 일어났다. 방제는 저혈당이었나 보다. 당이 적당량 채워지자 기운을 차린 것이다. 황손이 어른은 모두 모아 놓고 방제 학사의 이번 망고 사건을 설명해 주었다. 방제처럼 허약한 경우 당의 보충(당과류)으로 건강이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열(高熱)과 함께 한증(汗蒸) 현상이 일어나는 경우 특별히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카오 상단(商團)은 방제의 망고 사건을 잘 넘기고 푸간 교구청에 무사히 도착하였다.
푸간 교구청(도미니고회 소속)은 잔치 분위기 였다. 소주교 소식후 조선교구 학사들의 방문은 더욱 의미있기 때문이었다. 푸간은 작은 로마라고 불리웠다. 비록 도미니고회에서 선교를 담당하고 있지만, 거처가는 모든 선교사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다. 푸간강 강변에 자라 잡고 있는 교구청 소속 신학교 학생들은 모두 도미니고회 중국인이었다. 외국 선교사들이 푸간 시내를 활보하여도 시비거는 사람들이 전혀 없었다. 푸간은 중국내 별난 곳이었다. 푸간은 천주교 신자들이 유독히 많았다. 그런 이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외교인들도 선교사들에게 공손이 대하는 곳이 바로 푸간뿐이었다.
마카오 상단의 푸간 휴식은 방제 학사의 건강 회복이유로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방제 학사는 넉넉한 시간을 이용하여 황손이 어른과 함께 시내를 유람하였다.
“어르신, 복건성(福建省)의 최고 보물이라면 아름다운 경치이겠지요?”
“물론입니다. 복건성은 북쪽의 월나라가 기원전 306년에 초나라에 정복되었을 때, 왕족이 이곳으로 피난을 와서 민월(閩越)족이 되었답니다.”
“그렇군요. 역사가 아주 깊어요. 아름다운 곳도 많지요?”
“물론입니다. 그 보다 복건성(福建省)의 최고 보물은 주희입니다. 먼저 주희의 사상은 청국은 물론하고 조선과 일본에게도 오랜 기간동안 절대적인 것이었습니다. 주희의 시 한편 소개해 드리면서 말씀을 계속 나누겠습니다.”
詩之所以作-시가 지어지는 까닭
人生而靜天之性也-인생이정천지성야
感於物而動性之欲也-감어물이동성지욕야
夫旣有欲矣則不能無思-부기유욕의칙불능무사
旣有思矣則不能無言-기유사의불능무언
旣有言矣則言之所不能盡-기유언의칙언지소불능진
而發於咨嗟歎之餘者-이발어자차탄지여자
必有自然音響節奏而不能已焉-필유자연음향절주이불능이언
此詩之所以作也-차시지소이작야
rénshēng érjìng tiānzhīxìng yě, gǎn yú wùérdòngxìng zhī yù yě, fū jì yǒu yù yǐzé bùnéng wúsī, jì yǒu sīyǐzé bùnéng wúyán, jì yǒuyányǐzé yán zhī suǒ bùnéng jǐn, érfā yú zī jiē tàn zhī yú zhě, bìyǒu zìrán yīnxiǎng jiézòu ér bùnéng yǐ, cǐshī zhīsuǒyǐ zuò yě.
사람이 태어나서 고요함은 하늘이 부여한 성품이다.
성품이 사물에 느끼어 일어나는 것은 성품의 욕망이다.
대개 성품에서 욕망이 일어나면 생각이 없을 수 없게 된다.
생각이 있게 되면 말이 없을 수 없다.
말하고서 말로서 다하지 못한 것이 있어
한숨짓거나 탄식의 결과물로 나타나게 되니
거기에는 자연히 음향과 절주가 생기어 억제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이 시가 지어지는 까닭이다.
“어르신, 시가 품고 있는 뜻이 너무 깊고 어렵습니다.”
“방제 학사님, 주자학에 대하여 몇 가지만 물어보겠습니다. 아시는 대로 간단하게 말씀해 주셔요.”
“예, 어르신 저는 정다산 약용의 여유당 전서에서 보고 느낀 점만 간단히 대답해 올리겠습니다.”
“태극이란 무엇입니까?”
“음양이 갈라 지기전, 즉 점술학에서 복채가 둘로 갈라 지기전 상태입니다. 태극 그 자체가 오묘한 존재는 아닙니다. 태극은 정통 유학의 것이 아니라, 점술학에서 그 개념을 빌려 왔습니다.”
“그러면 음양이란 무었입니까?”
“빛과 그림자입니다. 물체가 빛을 통하여 비로서 그림자가 생겨 납니다. 그림자 스스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음양은 분리되지 않는 하나입니다.”
“오행설은 무엇입니까?”
“오행설 역시 정통 유학의 본질이 아닙니다. 태극. 음양설등과 함께 후대에 와서 우주 생성의 원리들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다른 학파나 종파등에서 주장하던 내용등을 첨부하거나 정리한 것 뿐입니다.”
“학사님, 정말 대단합니다. 천년 이상 지켜 온 학문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