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책소개
고전 동화 《성냥팔이 소녀》에 던지는 질문,
‘왜 우리는 이 비극을 읽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성냥팔이 소녀’!
《성냥팔이 소녀의 반격》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안데르센의 ‘성냥팔이 소녀’
‘동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성냥팔이 소녀》는 우리에게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판본에 따라 세부 설정이 다르게 전해지긴 하지만,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2월 31일 밤, 누더기 차림의 성냥팔이 소녀가 추위에 떨면서 성냥을 판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 중 소녀의 성냥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성냥을 팔지 못하면 아버지에게 혼이 나기 때문에 (일부 판본에선 삼촌 혹은 집주인이 소녀에게 체벌을 가하기도 한다) 소녀는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결국 인적 드문 골목길에 앉아 추위를 피하려 성냥에 불을 붙인 소녀는 불꽃 속에서 따뜻한 난로, 맛있는 음식, 크리스마스트리 등의 환영을 보게 되고, 마지막으로 돌아가신 할머니가 나타나 소녀를 껴안는다. 소녀는 더 이상 추위와 배고픔을 느끼지 않게 되고, 다음 날 아침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죽어 있는 소녀를 발견한다.
고전 동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린이를 위한 교훈이나 권선징악 요소는 찾아볼 수 없는, 그야말로 비극적인 이야기이다. 한 해의 마지막 날까지 노동 현장으로 내몰린 어린 소녀는 물리적인 추위와 배고픔을 겪을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가족에게 학대당하고 이웃에게 무시받는다. 이 비참한 현실의 끝은 죽음뿐이다. 문자 그대로 ‘한 줄기의 희망’도 찾아볼 수 없는 안데르센의 ‘성냥팔이 소녀’ 삶에서 우리는 무엇을 읽어 내야 할까?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과연 무엇일까?
●죽지 않고 파업에 참여한 역사 속 ‘성냥팔이 소녀’
안데르센의 《성냥팔이 소녀》를 읽고 이 질문들을 마음에 품은 작가 엠마 캐롤은 또 한 명의 ‘성냥팔이 소녀’가 등장하는 역사적 사건으로 눈을 돌린다. 1888년 영국 런던에서 일어난 ‘성냥 공장 노동자 파업’ 사건이다.
당시 런던 빈민가의 삶은 처참했다. 어린 소녀와 여성들이 열네 시간 동안 쉬지 않고 공장에서 일하면서도 열악한 근무 환경과 적은 임금으로 끝없는 가난과 질병에 시달렸다. 특히 성냥 공장 노동자들은 성냥의 주요 재료이자 유독 화학 물질인 백린 때문에 치아와 턱이 녹아내리는 ‘인중독성 괴저’로 더 고통받았다. 백린 사용 문제가 지적되자 몇몇 성냥 공장들은 유독 성분이 없는 적린으로 대체했지만, ‘브라이언트 앤 메이’ 성냥 공장은 제조 단가를 이유로 끝까지 백린을 사용했다. 이에 한 여성 노동자가 불만을 내비치자 공장은 그를 해고하기에 이른다. 이 해고를 불씨 삼아 공장의 노동자들은 총파업을 시작하고, 이 파업은 이후 공장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 개선과 백린 사용 금지의 시발점이 된다.
동화 속 성냥팔이 소녀가 삶에 대한 꿈과 희망 없이 추운 길거리 한복판에서 동사하던 그 시각, 실제 성냥 공장 노동자들은 자신의 삶을 더 낫게 만들기 위한 투쟁을 시작했다. 비참한 삶의 굴레에서 도움받을 기회조차 접하지 못한 채 생명의 불씨마저 꺼져 버린 소녀와, 세상에 맞서 싸워 스스로 삶에 희망의 불씨를 붙여 나가는 소녀 중 우린 누구의 이야기를 읽어야 할까.
●동화와 실화가 만나 탄생한
우리에게 필요한 새로운 ‘성냥팔이 소녀’!
영국에서 어린이청소년문학으로 탁월한 재능을 인정받은 작가 엠마 캐롤은 동화 《성냥팔이 소녀》에 ‘성냥 공장 노동자 파업’이라는 실화를 결합하여 《성냥팔이 소녀의 반격》이라는 새로운 이야기를 탄생시킨다.
“내 이름은 브리디 스위니야. 나는 세상 사람 모두가 아는 그 동화의 소녀처럼 매일 성냥을 파는데, 내 생각엔 내 이야기의 결말이 훨씬 더 나은 것 같아.”
《성냥팔이 소녀의 반격》의 주인공은 이름 모를 ‘성냥팔이 소녀’가 아니다. ‘브리디 스위니’라는 사랑스러운 이름을 갖고 있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가족과 함께 살고 있으며, ‘성냥 판매’라는 자기 일을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이 일을 통해 가족을 먹여 살리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 12월 31일, 가족을 위한 거위 요리를 마련하기 위해 성냥팔이에 나선 브리디는 마차에 치여 다치고, 신발을 도둑맞고, 팔아야 하는 성냥마저 망가진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는다. 남은 성냥개비라도 팔아 보고자 악착같이 노력하던 브리디는 성냥의 마법을 경험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진정으로 본인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어떻게 행동해야 자신의 삶을 더 낫게 만들 수 있는지 알게 된다. 그건 바로 성냥 공장 노동자들과 함께 행동하는 것.
안데르센의 《성냥팔이 소녀》에서 성냥 불꽃이 소녀가 꿈꾸는 환상을 반영하는 것에 그쳤다면, 《성냥팔이 소녀의 반격》의 불꽃은 브리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 깨우치게 함으로써 그를 한 단계 더 도약하게 한다. 잠깐의 상상이 주는 순간적인 만족감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또한 《성냥팔이 소녀》에서 소녀의 신발을 빼앗았던 소년이나 소녀의 비극을 강조하기 위해 기능적으로 등장했던 주변 인물들은 《성냥팔이 소녀의 반격》에서 자신의 이야기가 있는 살아 숨 쉬는 이웃들로 새롭게 등장한다. 성냥팔이 소녀도, 그 소녀와 함께 살아가는 가족과 이웃들도, 1800년대가 아닌 오늘을 통과해서 미래로 달려가는 새로운 얼굴이다.
●로렌 차일드의 감각적인 일러스트로 만나는
마법 같은 역사 동화
나와 가족과 이웃을 위해 투쟁하는 새로운 성냥팔이 소녀 브리디의 캐릭터는 '삐삐 롱스타킹' 시리즈, 《메리 포핀스》 등으로 전 세계에서 널리 사랑받는 일러스트레이터 로렌 차일드만의 감각적인 해석이 더해져 완성되었다. 흑과 백 그리고 불타는 듯이 강렬한 붉은색, 이 세 가지 색으로만 구성된 일러스트는 브리디와 파업 노동자들의 강렬한 저항 정신을 상징한다. 동시에 빨갛게 타오르는 브리디의 머리카락은 그 자체로 불꽃처럼 보여 브리디만의 개성과 열정, 그리고 불꽃을 통해 이루어나갈 그의 꿈을 생생하게 표현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성냥 공장 사장 브라이언트, 노동자들이 파업을 언론에 알리는 데 일조하는 애니 베상트는 실제 인물이기에 인물의 의상이나 머리 모양 등은 당시 시대 상황을 그대로 반영했다. 작품 말미에 수록된 실제 성냥 공장 노동자들의 사진은 이 작품이 단순히 고전 동화를 다시 쓴, 마법 성냥을 다루는 환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어제의 역사를 기반으로 우리가 나아갈 내일을 이야기하는 ‘마법 같은 역사 동화’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그리하여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독자들은 더 나은 내일로 이끌어 줄 자신의 진정한 소원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그 소원을 이루게 해 주는 건 마법 성냥이 아니라 ‘행동하는 나 자신’이라는 사실도 깨닫게 될 것이다.
“《성냥팔이 소녀》에서 얻는 교훈이란 뭘까?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교훈을 얻고 감동했을지 몰라도, 가난한 성냥팔이 소녀의 삶은 그날 밤에 끝나 버려. 잃어버렸던 슬리퍼도 결국 찾지 못했단 말이야.”
그날 밤에 끝나 버린 《성냥팔이 소녀》의 삶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없다. 이제 우리 곁에 나타난 새로운 ‘성냥팔이 소녀’를 만나 보자. 무력하게 스러지지 않고, 자기 몫의 목소리를 나와 이웃을 위해 내는 용기를 지닌 소녀. 타오를 듯한 빨간 머리를 휘날리며 세상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소녀.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바로 그 ‘성냥팔이 소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