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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國手(국수)’
다섯 권짜리 소설 ‘국수(2018)’는 장편소설 ‘만다라(1978)’의 작가 김성동이 20년 가까이 매달려 써낸 역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여름휴가 때 읽은 책들 가운데 하나로 알려지면서 세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조선일보 문화면에 작가와 ‘남한산성’을 쓴 김훈이 이 소설을 놓고 대담을 한 것이 크게 실림으로써 애독자들의 관심을 한껏 끌어올린 바 있다.
소설의 큰 줄거리는 충남 내포지역 가운데 하나인 예산군 대흥면에 사는 김사과(司果)댁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내포’란 호수나 바다가 육지 속으로 쑥 들어와 있는 지역을 뜻하는데, 서천·보령·서산·당진·홍성·예산·청양 일곱 고을이 충남의 내포지역이다. 사과(司果)란 벼슬은 조선시대 오위(도총부)에 소속된 정6품 관등이다.
김사과의 아내 오 씨는 독실한 불교신자이며 양반가의 체통을 지키려 애쓰는 노부인이다. 김사과 영감의 아들 김병윤은 과거에 당당히 급제해 아산현감으로 특명제수 되었으나, 중인계급인 아전배의 잔꾀에 휘말려 관직을 버린 채 술로써 울분을 삭힌다. 때로는 일패기생 출신이자 개화당의 우두머리 김옥균의 정인 일매홍이 차린 요정에 드나들며, 집안(안동김씨)의 조카뻘 되는 고균(김옥균)과 망해가는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것으로 시름을 달래다가 29세의 젊은 나이에 병사하고 만다.
10세 무렵부터 등장하는 그의 아들 김석규는 할아버지 김사과 영감에게 한학을 배우는 한 편 바둑에 비상한 재능을 발휘해 군과 도의 바둑고수들을 차례로 이긴다. 그는 열 대 여섯 살이 되면서 부친과 동문수학했던 이평진 댁으로 바둑을 두러 자주 불려 다니던 중, 이 씨의 외동딸이자 거문고와 소리에 뛰어난 은수에게 연정을 품는다.
한편 김사과 댁의 가노 천서방의 큰 아들 만동은 기골이 장대하고 힘이 절륜해 장사 씨름대회에서 우승은 물론, 군관(하급장교) 출신이자 50가지 무예에 능통한 장선전에게 무예 24반을 배우러 다니다가 그의 외동딸 인선의 미모와 인품에 반해 남몰래 사랑을 키운다. 그러던 어느 날 장선전이 패악무도한 아전배에게 손찌검을 했다가 옥살이를 하게 되자, 만동은 파옥을 하고 장선전 부녀를 빼돌려 어디론가 숨어버린다.
그의 배다른 동생 춘동은 김석규 도령의 벗이자 종으로 상전들을 정성껏 모신다. 부패한 관리와 신분계층의 모순으로 인해 숨어 지내야만 했던 만동은 결국 충청감영에서 나라에 바치는 진상품과 당대 세도가들에게 상납하는 짐바리들을 터는 명화적이 되면서 소설은 끝이 난다.
글지(작가) 김성동은 충남 내폿말을 되살리고자 했고, 독자들이 소설을 읽으며 글에서 음악성을 느끼기를 바랐다. 그리하여 ‘명심’의 옛 말인 ‘명념’은 ‘믱념’으로 ‘장선전’은 ‘장슨전’으로 표기함으로써 이 두 단어가 장음으로 발음해야 됨을 일깨워준다.
다음으로 대하소설 ‘국수’는 여러 부류의 ‘국수’들을 보여주는데 그 중에서도 판소리의 최고수들을 언급한 부분은 특히 관심을 끈다. 작가는 양반으로 개성에 놀러갔다가 노래 한 자락을 못해 기생에게 “부(불알)을 떼어버리라”는 모욕을 당하고 분발해 국창이 된 비가비(양반광대) 정춘풍(본명 청학기)을 최고의 소릿광대로 본다. 이밖에도 송흥록, 김제철, 신만엽, 주덕기, 염계달, 고수관, 모흥갑 같은 팔명창은 물론 박유전, 이날치, 김세종, 박기홍, 장자백, 송만갑, 이동백, 김창룡, 정창업 등 뭇별들을 일별한다. 그러나 하은담과 더불어 판소리의 비조로 알려진 이 고장 결성 출신 최선달(최예운)에 대한 언급이 일천한 것은 못내 아쉽다. 각 분야의 국수를 키우기란 온 나라가 한 마음이 되어도 될까 말까 한 일이다. 요즘 한·일간에 민간인 청구권 문제와 해상경계 건 따위로 숨 가쁜 외교전을 펼치고 있어 온 국민이 긴장한 채 하회를 지켜보고 있다. 정부의 모든 부서가 중요하지만 교육부나 외교부는 정권의 부침과 별개로 해당분야의 전문가들, 즉 고수들을 계속 중용해 국가의 백년지계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마땅하다.
이원기 <청운대 교수·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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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동의 장편소설 '국수'는 구한말 생생한 충청도 사투리가 살아있는 소설로 27년만에 완성되었다고 합니다.
1991년 한 일간지에 연재되기 시작한 '국수'는 임오군
변(1884)부터 통학농민운동 (1894)까지 구한말을 배
경으로 바둑, 그림, 판소리, 글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예인이 등장해 한시대를 풍미하는 이야기 입니다.바둑에 뛰어난 재능을 지닌 소년 김석규와 그 집안의 노비로 태어나 도적이 되는 천만동 등 인물을 통해 쇠락해
가는 조선 말기 민중들의 삶을 보여줍니다.
완간된 김성동의 '국수' 장편소설 책은 본이야기를 담은 5권과 별권 1권까지 총 6권입니다. 별권인 '국수사
전'은 소설에 사용된 풍물과 우리 옛말을 풀이해 담아
서 이색적입니다.
총남보령출신의 김성동 저자는 출간기념회에서 "양반
이나 평민의 언어는 많이 남아 있지만 아전같은 중인
이나 노비들의 언어는 그 후손들이 부끄러워해서 없어
져 버렸고 남아있던 우리말도 일본어에 오염돼 버렸
다" 며 " 우리것을 제대로 알아야 앞으로 다가올 다문
화시대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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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김성동 작가께 1991년 문화일보 창간호에 연재하면서 시작한 후 27년만인 작년 2018에 완간한 책이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임오군변(1882)과 갑신정변(1884) 무렵부터 동학농민운동(1894) 전야까지 각 분야 예인과 인걸이 한 시대를 풍미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충청도 내포지방(예산.덕산.보령 )을 중심으로 바둑 에 특출한 재능을 가진 소년, 노비의 자식으로 태어나 이름난 화적이 되는 천하장사 천만동, 선승 백산노장과 불교비밀결사체를 이끄는 철산화상, 동학접주 서장옥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미천한 계급의 인물들을 통해 조선 말기 민중의 구체적인 삶과 언어를 생생하게 그려낸 다. (2018년 7월 17일 연합뉴스 기사 발치) (27년만 에 출간되었다는 사실에 엄청 놀랐다)
또한 김성동 작가님은 소설의 제목 국수'는 바둑에서 쓰는 말로 주로 알려졌지만 애초 소리, 악기, 무예, 글씨, 그림 등 나라 안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예술가나 일인자를 지칭하는 말이라고 설명하셨다. 작품속에서 바둑에 대한 언급도 나온다. 내포지방의 양반 김사과댁의 손자 김석규는 바둑에 관심이 있어 조선에서 최고의 경지인 국수에 오르고 싶어 한다. (책 1권 도입부에 보면 김석규는 무조건 바둑에서 이기고자하는 욕심에 바둑을 두려 하자, 아생연후 살타라는 뜻을 알려주는 귀절이 있다. "무롯 목숨 있는 것은 다 소중하니, 남 목숨 소중한
줄 아는 자라야만 내목숨 소중한 것도 알 수있는 법" )
앞서 언급했듯이 이 작품은 충청도 내포지역을 배경으로 임오군변, 갑신정변에서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나기 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으며, 이 시간 무대에서 조선후기 궁핍한 민초들과 이 민초들을 상대로 고혈을 짜내고 자신 들의 배를 불리는 군수나, 사또, 이방을 비롯한 향리들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기우제를 지내는 명목으로 세금을 걷고 낼 세금이 부족하면 고리를 쓰게 하고, 기우제를 지낸후 비가 오지 않는다고 다시 기우제를 지낸다고 억지로 세금을 걷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후기 삼정문란), 19세기말 세력을 잡은 민씨 일가에 보낼 선물을 챙기기 위해 또 백성들의 고혈을 짜고 그 와중에 향리는 자신의 뱃속을 챙길 궁리한다. 김사과댁 아들은 갑신정변의 소용돌이속에 요절, 은둔한 김사과, 노비제가 폐지되었지만 여전히 신분제 엮매여 사는 백성들의 이야기가 세세하면서 밀도 있게 그려진다.
김성동 작가님의 <국수>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잊혀진 순수한 우리말을 작품속에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그래서 한 문장을 읽을 때 언뜻 이해가 잘 안가거나 무슨 뜻인지 몰라 책 하단에 별도 기재된 주석의 내용을 읽고 이해해야만 진도가 나간다. 이와 더불어 수많은 우리네 속담도 같이 담고 있어 때론 책을 읽는 속도가 제대로 나 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김성동 작가께서 책 5 권에 책속에 언급된 우리말들을 별도 모아놓아 1권을 별 도로 만드셨다. (난 책 5권만 구입했다)
사실 <국수>의 내용은 어떡게 보면 우리가 드라마던 다른 책에 소개되어 알고 있던 19세기말 조선의 현실을 다룬 또다른 장편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잊혀진 우리말을 가지고 한 문장 한문장을 담아내고 있고 또한 충청도 사투리를 그대로 문장속에 녹여낸 뜻 깊은 작품이라고 하겠다. ( 사투리를 그대로 문장에 옮겨놓은 관계로 때론 이걸 어떻게 발음해야하는지 무슨 뜻인지 잘 모르는 경우도 빈번하게 있어 몇번 다시 읽어 보기도 했다.)
김성동 작가의 27년에 걸친 역작<국수>는 이와 같은 장점과 특징을 가지고 있는 가치있는 작품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소설의 마지막 부분 김사과댁 노비출신, 천출인 천만동이 대대로 내려오는 아기 장수의 모습으로 뜻있는 백성들을 이끌면서 새로운 세상을 열기 위한 하나의 자리매김, 우뚝 쏟은 모습으로 마무리지으면서 끝나는 게 가장 아쉬웠다. 비록 동학 농민운동이 성공적인 사회신분제도의 혁명을 이끌어 내지는 못했지만 그래서 어쩌면 천만동이란 인물의 말로가 어떻게 끝 날지 추측해 볼 수 있을 듯하지만 그래도 그 천만동의 인물이 펼쳐나갈 또 다른 모습, 국수가 되고 싶었던 김사과 댁 손자 김석규는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나갔을까 하는 내용을 그리고 있지 않아 아쉽다.
오랜만에 역사 소설(대하소설)과 같은 장편 소설을 읽는 재미를 얻을 수 있어 좋았다. 물론 이 작품이 처음 생각했던 만큼의 임팩트있는 재미나 긴 여운을 주는데는 한계가 있어 아쉽지만 익숙지 않은 속담과 사투리, 우리 말들을 접하는 기회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김성동작가가 완간한 작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언급한 글을 옮겨 보자 "사람들이 전부 바둑소설이라고 하는데, 우리 조선은 말 하나 속에 여러 가지 뜻이 있었어요. 다층적인거죠. '국수(國手)'는 손수(手)자가 말하듯 이 재주가 뛰어난 자에게 바치는 민중의 꽃다발입니다. 의술이 뛰어나도 국수, 그림을 잘 그려도 국수, 싸움을 잘 해도 국수예요. 바둑만 남고 다 사라졌어요. '국수'를 바둑소설이라고 하면 스스로 무식하다고 하는 것밖에 안 돼요. 바둑을 중요한 모티브로 끌고 가는 게 있지만, 각계각층의 이야기가 많아요." (2018년 7월 17일 연합 뉴스 기사 발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