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소복히 눈이 내려 들판이 하얗게 변했네요.
오는 봄을 시샘 하듯
땅속에선 부지런한 생물들이 활개치며, 농부의 농사 준비하는 손길도 바빠지고
새롭게 한해를 시작하는 농사의 계절입니다.
게으른 농부인 탓에 아직 밭일은 시작도 못하고 시간만 속절없이 흘러갑니다.
씨앗을 뿌려 파종하기 위해서는 퇴비와 미생물 발효액을 밭에 듬뿍( 20키로200포정도) 뿌리는 힘든 노동부터 땅을 깊게 갈아 엎는 쟁기질, 비닐 멀칭 씌우기,잡초 제거를 위해 고랑마다 부직포 덮기등의 작업이 필요하지요.
이제 세번째 파종인데요.
어느덧 전문가로 등극한듯 착각 하는건 주위 농사 고수분들이 물어오는 울금 농사법 떄문 입니다. 서울 촌놈이라고 하던 시선은 사라지고 울금 재배에 대해선 이것저것 질문을 하는걸 보면 나름 농부가 된것 같아 으쓱거려 봅니다.
농사는 건축과 달라 최신식 기계로 농사를 짓다 보면 몸은 편하고 효율적이긴 하지만
좋은 작물로 키우기 어렵습니다.
화학비료나 농약을 쓰면 속성재배가 가능해 다수확 할수 있지만 과연 좋은 농산물인지는....
잡초와의 고된 싸움도 제초제로 두세번만 지져대면 풀 한포기 안남아 편안한 농사를 할수 있지만 내키지 않는 일입니다.
자연 농법의 힘든 길로 들어선것은 나의 운명입니다.
한해 농사를 시작하며
울금 명품을 만들기 위한 그림을 그려봅니다.
울금과 만남이 인생 후반전의 멋진 인연이 되기 위해 계속 애정과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진도군 농업정책자금 심의위원이 되어 농부들의 애로와 그들의 얘기를 듣다보니 성큼 와닿는 농촌의 현실.
어떻게든 지금의 어려움을 돌파할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농작물 보험 손해평가사 시험은 이제 막바지 입니다.
나흘후면 최종 주관식 서술 시험을 치러야 합니다.
공장에서 하루내내 책과 씨름 하며 최선을 다해 봅니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은 체험농장 개설을 위한 6차산업 교육과 e비즈니스 교육을
받아야 하고 ,다시마 농사도 틈틈히 해야 하지요.
언잰가는 작업장과 울금 제조공장,특산물 판매장을 합친 조그마한 공장을 짓고도 싶지요.
이러한 일들은 무엇을 위해 하는걸까?
궁극적인 목적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고민하여 왔지요.
여지껏 먹고 사는 일에만 매달려온 시간에 대한 반성입니다.
조금 더 진지하게 세상을 살아왔으면 하는 안타까움이지요.
바람소리, 풀소리만 들리는 조용한 섬마을에서
가치있는 일들을 하며 살기 위한
歸農,
정녕 살기좋은 시골을 만들고 싶습니다.
가끔 떠나온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지만
잘살고 있습니다.
진도 농부 김용환
※ 이 글은 2016년 이른 봄에 쓴 농사 일기 입니다
첫댓글 저도 무엇을 위해 귀농을 했을까 자문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