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으로 만든 만두를 사랑하는 아들에게 주는 치매 어머니 이야기- 조창인,『등대지기』

[Daniel]

가족의 해체. 전통과 억압의 문제 -조창인,『등대지기』

『등대지기』는 『가시고기』에 이은 조창인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가시고기』에 이어 『등대지기』도 대중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등대지기』는 가족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말하는 가족이란, 해체되어가는 현재 우리 사회 가족의 위기다.

구체적으로, 『등대지기』에서 작가가 독자에게 제시하는 위기의 가족은 치매에 걸린 노모와 그를 돌보지 않는 자녀들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서 작가 조창인은 일반적으로 독자들이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그리고 자신의 소신대로, 소설 내에서 해체된 가족을 조금씩 복원해 나간다. 그리고 죽음을 초월한 감동적 결말로 소설을 마무리하지만 그것이 정말 결말인지는 조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람시가 일찍이 그의 헤게모니론에서 언급했듯이 기존 담론이 새로운 담론에게 도전을 받는 와중에 새로운 담론을 와해시키고 기존 담론으로 회귀하는 것을 말하는 문학이 있다고 하면, 그것은 역으로 기존 담론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게 되게 마련이다. 『등대지기』도 마찬가지다. 『등대지기』는 현대의 가족 해체 문제를 독자를 통해 들여다보게 한다. 그 와중에 독자는 가족이 과거와 같은 공고한 조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어떻게 그것이 해결되느냐를 찾아 소설을 읽는다. 그러나 조창인이 글 전체를 통해 제시한 해결방식은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 방법이 아닌 미봉책에 불과하다. 소설 『등대지기』는 가족 해체의 문제를 직시하지 않은 채 단순한 과거의 회귀를 통해 우리 사회에 독한 마취제를 먹이는 것으로 결말을 짓는다.

글의 가족 구성은 현대의 핵가족화 그리고 핵가족의 해체와 결핍과 닮았다. 아버지가 없는 불완전한 가족. 거기에 이기적인 형과 누나가 있고 언제나 희생을 강요당하는 듯한 차남 재우가 있다. 하지만 조창인은 현대의 가족문제를 고스란히 옮겨놓은 이 가족 구성에 만족하지 않고 조금 더 가혹한 상황을 제시한다. 가족은 차남 재우가 좋아하는 난희네 집에 얹혀살고 있고, 어머니는 난희와 재우의 교재를 막기 위해, 홀아비인 난희 아버지와의 교재를 하는 것처럼 꾸민다. 이 사건으로 재우는 집을 나가게 되고 외딴섬에서 등대지기가 된다.

덧붙여 작가는 다시 한 가지 상황을 추가하는데, 그것은 평생 희생해왔던 어머니의 치매다. 강경한 성품으로 식구들을 건사했던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자 장남과 장녀가 어머니를 홀대하다 차남 재우에게 맡길 것을 결정하고, 재우는 그것을 거부한다. 그리고 재우를 불렀을 당시 어머니의 치매 정도는 이미 사람을 알아 볼 수도 생리적 욕구도 조절하지 못하는 말기다.

글은 이후 어머니가 싫어서 떠났던 재우가 억지로 어머니를 떠맡고 외딴 등대에서 어머니와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와중 어머니가 아들을 살리고 목숨을 잃는 것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그 후 등대에서의 사고로 불구가 된 재우는 어머니를 향한 등대지기가 되겠다고 다짐하며 글이 끝난다.

앞서 밝혔듯이 등대지기는 이 과정에서 버려진 어머니와 어머니를 거부했던 아들이 서로의 유대관계를 회복하고 옛 오해를 풀어감에 따라 다시 가족의 관계를 복원시킨다. 그리고 다시 어머니의 감동적인 희생으로 관계의 복원을 마무리하지만, 그것은 그저 단편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왜냐하면 『등대지기』가 글 전체에서 제시했던, 갈등이 발생한 상황은 가족 전체가 ‘어머니를 버린 것’이지, 차남인 재우가 ‘어머니를 떠난 이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등대지기』의 초점은 가족의 해체에 맞춰져 있고 그것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기저에 깔고 있다. 그러나 그 해결방식은 어떤 식으로든 문제를 직시하고 있지는 못하다. 그것은 가족의 속성을 전통적 가치관에 따라 정과 희생, 가부장제로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소설 전체를 우리의 전통적 가치관을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음은 물론이다. 도덕적인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로서 파악해야 한다. 가족에 대한 많은 이론들이 이러한 부분을 조명하고 있지만, 『등대지기』에 한해서는 호만스를 비롯한 다수 학자는 교환ㆍ자원이론이 가장 그 본질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시각이다. 이들의 관점은 비록 몇 가지 미세한 결함들이 있지만, 『등대지기』에 적용해 문제를 파악하는 데에는 유용하다.

교환ㆍ자원이론이 말하는 것은 가족은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간에 끊임없는 자원 교환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 교환은 등대지기에서는 한 번 역전되는데, 그것은 어머니가 자식들을 부양할 때와 자식들이 어머니를 부양하는 것의 전환이다. 일단 전자에서 어머니가 가진 경제력이 어머니의 교환 자원이었다면 아이들이 어머니에게 줄 수 있는 자원은 심리적 보상이고, 미래에 대한 기대감 등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어머니가 주는 애정 또한 하나의 자원으로 파악할 수 있는데, 이 애정이라는 자원이 분배되는 과정에서 소설 속 가족은 불균형이 있었다. 즉, 형 명우와 누나는 올곧게 애정을 분배 받았지만 주인공 재우는 그것이 결핍되어 있다. 그러니까 그는 여기에서 필요한 자원을 충분히 획득하지 못했고, 이것은 후에 관계가 역전되었을 때 변수로 작용하게 된다.

성년기가 되면, 가장 거대한 자원인 경제력을 점유하는 층이 바뀐다. 이 뒤바뀐 구도에서 누나는 조금 뒤로 물러나있고, 형인 명우가 가장 많은 자원을 줄 만한 당위성이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그는 그러지 않았다. 그 이유는 그의 심성도 물론 작용했겠지만, 심성을 고려하고라도 그가 받을 수 있는, 교환할 수 있는 자원 자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 때 호만스 등이 말하는 노부모의 자원은 보답과, 호혜성, 그리고 효를 실천한다는 실천자의 심리적 보상, 주위의 인정에 따른 승인 보상 등을 들고 있다. 이 경우에 비추어 보면 형에게는 주위의 인정이 없었고, 효를 실천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심리적 보상을 더할 수 있는 어머니의 자아가 붕괴되어 가고 있다는 것도 커다란 몫을 한 셈이다. 그리고 보답. 즉 보은이라는 측면도 어머니의 치매로 인해 상당히 약화된 상황이다. 그러니까 이때는 자신이 얻을 것에 비해 줄 것이 너무 많아 불균형이 일어난 셈인데, 누나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누나는 자신이 줄 자원과 받을 자원을 비교했을 때 명우보다는 그 차이가 크지는 않으나, 얼마 되지 않는 차이를 출가외인이라는 기준으로 대폭 벌려놓게 된다. 따라서 이 둘은 호만스 등의 가족학적 접근에 의하면 어머니를 외면하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행동이다.

하지만 동생 재우의 경우는 이들과는 조금 다르다. 앞서 밝혔듯 재우는 유년기에 어머니로부터 충분한 자원을 받지 못했고, 그것의 불균형이 붉어져 가출해 등대지기가 되었다. 따라서 그가 다시 어머니를 직면했을 때 그에게는 아직 어머니에게 모두 받지 못한 자원이 있었던 셈이다.

처음으로 형제간 주먹질을 해대고 있는데도 어머니는 입을 굳게 닫고 있었을 뿐이다. 코피가 나고 입술이 터진 형이 마침내 과도를 집어들었다. 죽여버리겠어. 재우 코앞에까지 칼을 휘둘렀지만 저지하려는 몸짓조차 보이지 않던 어머니다. 형은 제풀에 과도를 방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심약하면서도 계산적인 형의 성격을 어머니가 모를리 없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머니의 야속함은 재우의 가슴팍 깊이 꽂혔다, 오래도록.

“너 같은 녀석이랑 한핏줄을 나눴다는 자체가 불쾌하다. 더 이상 날 형이라고 부르지도 마라. 지금 이 순간부터 너와는 인연을 끊겠다. 꺼져 버려!”

“어머니도 꺼져 버렸으면 좋겠어요? 네? 말씀해보세요.”

어머니는 끝내 재우를 향해 눈길 한 번 옮기지 않았다.

재우는 무작정 집을 나왔다.

재우와 어머니의 갈등이 폭발하는 장면이다. 형에게만 향하는 애정에 대한 불만에 대한 폭발이기도 하고, 난희 아버지와 교제를 하고 있다는 어머니의 거짓-이 시기에는 아직 진실을 알 지는 못했지만-에 대한 폭발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때 이후로 집을 나가 자신의 정신적 상처를 치유할 계기가 없었던 재우는 이 시기의 상처를 그대로 가진 채 다시 어머니가 치매에 걸린 현실과 대면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재우는 형과 누나와는 달리 비록 치매에 걸린 어머니라 할지라도 자원을 교환할 여지가 남아있는 인물이다. 실제로, 『등대지기』에서 재우가 그의 어머니에게 호감을 갖고, 갈등을 해결해가며 독자가 공감하는 부분은 가족학에서 제시하는 교환이 일어나는 부분이다. 어머니가 간혹 재우의 이름을 부를 때, 그리고 자신이 오해했다는 사실을 깨닫고나서부터 어머니와 재우의 관계는 급속도로 호전된다. 경제력과 그에 대한 보상이 따르지 않던 성년기의, 형 명우와 똑같이 전개될 듯하던 교환ㆍ자원 관계에 변화가 오는 것이다.

때로 한탄하곤 했다. 어찌하여 어머니를 향한 한 점 애정조차 남겨두지 않았던가. 그랬다면 어머니의 뒤처리를 하면서 역겨워하진 않겠지. 터무니없는 일에 휘말렸다는 생각도 얼마쯤 걷어낼 수 있을 것이다. 어머니를 이해할 수는 없어도 용서할 수는 있을지도 모른다.

(중략)

재우는 어머니가 안에서 문을 열지 못하도록 자물쇠를 채웠다.

“당신이 사랑하는 큰아들한테 배운 거니까 원망하진 말아요. 나야 당신이 소 닭 보듯 하던 둘째 아들 아닙니까.”

관계가 호전되기 차남 재우는 늘 형과 어머니의 관계를 생각하면서 어머니를 대한다. 그에게는 어머니가 형에게 일방적인 애정을 베풀었던 유년기의 기억이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아있고, 이것이 그가 어머니에게 제대로 된 애정을 베풀거나,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험하게 돌보는 일을 정당화시켜주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양쪽의 교환은 플러스성이 아니라 마이너스성이고 관계는 점점 악화된다.

“응 집에 명우가 있어.”

명우, 명우, 명우…….

결국 형을 찾는 거였다. 맏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끈질긴 믿음을 모르는 바 아니었다. 하지만 그 믿음이 온전치 못한 정신마저 지배하고 있는 꼴이었다.

(중략)

“정말 힘들어요. 봐줘요. 아니, 나를 좀 살려줘요. 제발, 제발…….”

마치 재우의 말을 앋아듣기라도 한 양 어머니의 몸부림이 뚝 멈췄다. 그리고 두 눈을 끔벅이더니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힘들어?”

“그래요.”

“많이 힘들어?”

“어머니 때문에 많이 힘들어요.”

“힘들지 마. 내가 살려줄게.”

(중략)

그런 사내의 귓전에 어머니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울려퍼졌다.

“힘들지 마. 내가 살려줄게.”

(중략)

“재우야! 빨리 먹어.”

재우는 한순간 얼음송곳에 가슴이 찔린 양 격렬한 통증을 맛보았다.

“뭐, 뭐라고요? 누구라고 했어요?”

“만두 좋아하잖아. 먹어. 식으면 맛없어.”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어머니는 더 이상 재우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다.

재우는 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젠장, 왜 이렇게 콧잔등이 시큰하지. 똥으로 빚은 만두를 앞에 두고 왜 이렇게 주책없이 눈물이 쏟아지려 드는 거야. 고작 이름 한번 제대로 불러주었을 뿐이잖아.

어머니와 재우의 관계가 복원되기 시작하는 점이다. 이것이 당초 한 달이라는 유예기간을 뒀던 어머니와의 동거가 더 연장되었을 때 재우가 어머니를 구명도라는 외딴 섬에서 더 모시게 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후 재우는 자신이 구명도에서 기르는 개를 어머니가 보내줬다는 것과, 어머니가 자신을 생각하면서 눈물을 흘렸다는 것, 그리고 난희의 아버지와의 일이 오해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앞으로 엄마라고 불렀으면 좋겠어요?”

어머니는 서슴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입가에 미소마저 지었다.

어려운 일도 아닌데, 그러죠 뭐.

재우는 속말을 중얼거렸다. 하지만 엄마라는 말을 냉큼 하지 못하고 연신 마른기침만 토해냈다.

어머니는 처음으로 밥 한 그릇을 다 비웠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재우는 가슴속에 불씨를 넣어둔 듯 마음이 훈훈해졌다. 아니다. 어머니와 함께 지낸 후, 처음으로 어설프나마 대화를 주고받았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사흘간의 침묵이 오히려 어머니의 언어 능력을 다소나마 회복시킨 것은 아닐까. 혹은 재우가 어머니의 닫힌 말문을 여는 비밀의 단추를 우연히 찾아낸 탓일지도 몰랐다.

(중략)

한 자식은 어머니를 버리고 머나먼 나라로 날아갔다. 한 자식은 깡그리 잊은 듯 외면했다. 그리고 한 자식은 줄곧 어머니를 증오해왔고, 강제로 떠맡은 것을 억울해 했으며, 어머니와의 생활을 못 견뎌했다.

그런데 어머니는 미안하다고 말한다. 잘못했다고 용서를 빈다.

재우는 밤새 어머니 머리맡을 지켰다.

표면적으로는 어머니에 대한 죄송함, 그리고 어머니의 사랑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볼 수 있지만 구조적으로 재우는 어머니에게서 그동안 받지 못했던 자원의 교환이 가능해졌다고 파악할 수 있다. 이 부분이 지나면 재우와 어머니가 주고받는 자원의 교환 폭이 대폭 확대 된다. 서로를 의지하게 되고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독자가 이러한 상황 전개에 어색함을 느끼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여기에 감동을 느끼고 공감했다는 것은 『등대지기』의 흥행이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독자가 느낄 감정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면서 거기에 매몰되어 결론지어 버렸다는 것은 『등대지기』의 중요한 흠이다. 문제의 본질을 바라보고 바람직한 대안을 제시하는 혜안이 이 글에서는 전적으로 부족하다.

명우와 누나는 재우와는 다르다. 그들에게는 어머니를 봉양할 이유가 전혀 없었고 재우에겐 있다. 그리고 교환 가능한 자원을 찾았을 때 재우는 변한다. 그것은 현실과 문학이 유리될 수 없는 성지에 위치한 것으로 작가는 이것을 꿰뚫어 보고 본원적인 문제를 색출했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표면적 고통을 없애는 것으로만 침전하고 있다. 『등대지기』의 결말은 앞서 밝혔듯이 다시 전통적 가치관으로의 회귀다. 자식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면서, 자식들은 그런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고 감사해야 한다는 의식적이고 비현실적인 대안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오랜만에 눈을 뜬 어머니는 누은 채로 힘겹게 속옷을 벗으려 들었다. 재우는 어머니를 말리고 싶었다. 임종을 앞둔 노인네들은 하루에도 수차례 속옷을 갈아입는다고 했다. 그런데 무슨 까닭에 속옷마저 벗어내려는가.

어머니는 끝내 속옷을 벗었고, 그 속옷에 바닥에 고인 빗물을 적셔 재우의 입가에 댔다.

아, 육체적 고통과는 또다른 신음이 재우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재우는 이제 비로소 알 듯했다. 어머니가 당신의 목숨을 내놓은 채 왜 자신에게 왔는지, 치명상을 입고도 지금까지 견딜 수 있도록 만든 힘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중략)

“엄마!”

재우의 다급한 외침에도 어머니의 눈꺼풀은 열리지 않았다. 어머니는 자식을 앞세워 보내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젠 눈물조차 말라버렸다.

만일 어머니가 내게 오지 않았더라면, 내 인생이, 그리고 어머니의 삶이 더 길어졌을지 모르겠다. 아마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구명도에서 지낸 짧은 순간, 어머니와 다시 시작할 수 없었다면……. 내 인생은 좁고 어두운 병 속에 갇힌 것과 같아서, 사랑의 빛도 향기도 없었으리라. 그러니까 아주 슬픈 종국은 아니다. 그 누가 어머니의 손을 부여잡고 세상과 이별을 하겠는가.

“엄마……사랑해요.”

결말에서 어머니는 등대를 고치려다 번개에 맞고 하반신이 마비된 아들을 위해 등대를 오른다. 그리고 기적적으로 정신이 돌아온 어머니가 아들에게 몇 마디를 하고 다시 치매로 돌아간 상태에서 아들의 목숨을 살리고 죽는다. 감동적인 결말에 많은 독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소설을 베스트셀러에 올려놓았지만 실상 소설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다. 소설 전반에 흐르던 가족들의 문제에서 형과 누나의 일은 모두 어머니를 사랑하는 재우의 마음으로 인해 용서되고 덮인다. 가족의 문제로 출발했던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그녀의 부양문제가 종국에는 차남 재우와 어머니의 이해문제로 귀결된다. 여러 작위적인 설정은 고려치 않더라도 소설 전반에는 전통적 가치관을 되살리려는 노력이 너무도 명백히 흐르고 있다.

본고를 시작할 때 그람시가 주장한 바에 대해 언급했듯이, 『등대지기』는 소설의 결말에서 명백히 현대의 가족들이 처한 위기가 어떤 속성을 가지고 있고 어떤 상황에 봉착해 있는 지를 명백히 드러낸다.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벌어진 사회의 틈에 봉합을 시도하지만, 그것은 표면적일 뿐 아무 것도 꿰매지 못한 상태에 머물고 만 것이다. 소설은 현실이 유지해 온 우리의 전통적 가부장제 가치관으로의 회귀를 맹목적으로 주창하면서 그것이 옳다는 것을 감정적으로 호소할 뿐이지 그것이 왜 옳은지 논리적 귀결을 통한 결말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현실 가족 문제의 난해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지만 작가는 그러한 문제를 고려하고 치유하는 것에서 멀어져있다. 결국 작가는 가족의 해체와 복원을 바라보는 독자에게 일종의 마약을 제공했을 뿐, 제대로 된 처방을 내리지 못한 셈이다.

만약 『등대지기』가 독자에게 재미를 주면서도 현실을 제대로 살펴보게 하거나, 혹은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노력했다면 여러 스테디셀러처럼 『등대지기』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은 꾸준했을 테지만, 그의 전작 『가시고기』와 마찬가지로 『등대지기』에 대한 독자의 사랑도 뜸해지고 말았다. 감동적이고 재미있지만 결국은 소비문학에 머물게 되어버린 『등대지기』의 비애는 납득이 가고도 남음이 있다.

『등대지기』는 또한 여성의 억압을 모성으로 승화시키며 그것이 당연하다는 논지를 가지고 있어 가부장제 옹호의 성격이 대단히 강하다. 물론 설정 자체가 편모인 점이 적잖이 작용하고 있기는 하나, 편부로 대조되는 난희의 가정과 달리 재우의 가족은 어머니의 희생의 정도가 대단히 강한 편이다. 그리고 난희가 재우와의 관계에서 여자로서의 자신의 역할을 염두에 두는 모습 또한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특히 절정 부분에서 독자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작가가 사용한 장치는 무의식, 의식을 초월한 눈부신 모정이다. 그러나 역으로 소설 속 장치로 사용된 이 부분은 앞서 스스로 불륜이라는 누명을 뒤집어 쓴 어머니의 희생과 함께 어머니라는 존재의 일방적 희생을 소설 전체를 통틀어 정당화한다. 이것 또한 전통의 무조건적인 답습이다.

이것을 답습이라고 칭하는 이유는 여성에 대한 일방적인 희생 강요는 분명히 폭력적인 억압의 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숭고한 것으로 치환시킴으로써 정당화했던 과거의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희생은 성스러운 영역으로 이것을 침범하거나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가족의 근간을 흔드는 큰일이라는 우리 사회의 인식. 그러나 그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 하는 물음이 근래에는 여기저기서 대두되고 있지만 『등대지기』는 그러한 논란을 일축하는 것이다. 어머니의 사랑은 이만큼 숭고하며 성스러운 것이고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도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어머니의 사랑이 어디에서 왔는지 또는 어떻게 봐라봐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아무런 고민의 흔적 없이 전통적 의식이 가지고 있는 향수를 통해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을 뿐이다.

문학이 제시하는 문제점들과 그것을 만들어낸 원인에는 진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것은 어떤 문제건 마찬가지이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문제에 대해서도 물론이다. 소설 『등대지기』에서 말하는 가족에 대한 문제 또한 여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이 문제점들에 대한 분석과 해석은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따라서 글은 수정 보완된, 비전은 제시할 수 있었어야 하지만 『등대지기』는 다만 가시적이고 현상적인 측면에 머물 뿐이다. 표면적인 결말로 독자는 감동하고 가족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지만 사실은 발전해야 할 가족 형태에서 오히려 후퇴한 모습을 보았을 뿐이다.

[투덜이]

I have read the book before.
So, I'd like to recommand heartless people to read the book and catch a message of the book. ki ki ~

[sammy]

영어공부하러 와서...머리만 계속 식히고 있네요 허허....좋은 글이 너무 많아 시간가는 줄 모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