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복현아침메일 3317. 시로 여는 상쾌한 아침- 117- 오늘도 땡처리/ 최복현(15.12.7)

[장미]

117. 오늘도 땡처리/ 최복현

"사장님이 미쳤어요!" 기발한 문구입니다. 정말 미친 줄 알았습니다. 애교였습니다. 물건을 총 정리한다는 것이지요. 그런 가게에 가면 가격이 싸면서도 그런 대로 괜찮은 물건 하나 고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값이 높은 물건보다는 가격이 낮은 물건이 즐비합니다. 물건의 질은 고개를 갸웃하게 하지만, 일단 가게 문턱을 넘어서게 합니다. 나처럼 싼 것을 즐기는 이들도 꽤나 많습니다. 그러니까 저런 문구가 통하는 것이지요. 물건이 같다면, 그런데 같은 물건을 다른 곳보다 싸게 구할 수 있다면, 누구인들 구입하지 않겠어요.

일 주일에 두 번 강의를 가곤 하는 문화센터가 있습니다. 그 주변에는 일년 내내 원가세일하는 곳이 있습니다. 호기심을 불러주는 문구가 크고 화끈하게 가게 창에 붙어 있습니다. 땡처리, 일주일만입니다. 처음엔 정말 일주일만인 줄 알았습니다. 가방 하나 냉큼 구입했습니다. 가격이 비싸지 않았습니다. 잘 구입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주가 지났습니다. 문구는 역시 같았습니다. 그런데 옷가게로 바뀌었습니다. 조금은 허탈했습니다. 물건듫의 멤버치인지, 주인은 그대로, 그거 괜찮은 장시입니다.

어제까지 잘 구입한 것 같던 물건이, 어제와 지금이 달라진 건 없는데, 썩 잘 구입한 것 같지 않은 기분이 듭니다.  그냥 정말로 땡처리로 그 가게가 문을 닫았다면, 운 좋게 졸은 물건 싸게 샀다 좋았을 텐데, 그 가게 여전히 땅처리 하니가 마음이 좀 찜찜합니다. 사기를 당하지는 않았어도 그만한 돈으로 그만한 물건 샀다는 기분입니다. 하긴 물건을 싸게 사겠다는 건 모숩입니다. 제 가격 주고 사는 게 세상 원리 아니겠어요. 오늘도 그 가게는 여전히 땡처립니다. 딱 일주일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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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처리 / 최복현 

딱 한 번 진짜 땡처리

H백화점 옆 가게는 일년내내 

<폐업 정리 땡처리 딱 일주일>

깜찍한 사기로 일 년이다

딩동댕 딩동댕

가끔 옷에서 잡동사니로

잡동사니에서 주방용품으로

물건은 바뀌어도

문구는 딱 그대로다

딩동댕 딩동댕

일주일 전에도 땡처리

엊그제도 땡처리

오늘도 땡처리라 내걸고 

일단 딩동댕 딩동댕이다

땡처리 그 말이 섬뜩하다

삶이란 단어에 부딪쳐 튕긴다

딱 한 번 진짜 땡

고장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꼭 맞습니다. 그렇다고 고장난 시계가 쓸모 있는 건 아닙니다. 두 번이라도 쓸모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 두 번이 맞는 순간을 감지할 수 없으니, 맞은들 아무 의미 없습니다. 매일 반복하는 땡처리, 그 땡처리는 언젠가 한 번은 분명 맞을 겁니다. 세상 그 무엇도 땡이 없는 것은 없으니까요. 땡처리라 해도 딩동댕은 이어집니다. 그렇게 계속되던 딩동댕이 언젠가 한 번 땡 치는 순간, 그 가게의 주인도 바뀝니다. 드디어 그 깜찍한 사기라면 사기, 애교라면 애교도 끝납니다. 그 주인의 삶이야 어떻든 상관 없이 그 가게선 땡입니다.

우리 삶도 이와 같습니다. 오늘도 땡처리처럼 살긴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이 땡처리는 내가 정하는 게 아니라서 내 마음대로도 아닙니다. 오늘은  딩동댕, 내일도 딩동댕, 언제까지나 아직은 딩동댕이기를 바라고 바라고 또 바라면서 하루를 삽니다. 내 삶의 가게를 엽니다. 그러나 난 알 수 없습니다. 정말로 내 주인이 미치는 날, 딩동댕이 아닌 땡을 치는 날을 모릅니다. 이 가게는 문을 닫지 않아도 물건이 바뀌는 날을 나는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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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땡처리를 해야 할지 알 수는 없지만 우리 삶에서 할 수만 있다면 매일 매일 땡처리를 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할  듯 싶습니다. 그 분의 손이 딩동댕을 치지 않고 실수로라도 땡을 칠지도 모르니 늘 긴장하며 땡을 위해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이후 삶은 나는 몰라도, 이 가게 안엔 더 좋은 물건으로 채워질 테고요. 땡처리 가게를 지날 때면 우리 삶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에 머리가 쭈뼛할 때가 많습니다. 그만큼 죄를 많이 지으면서 살거, 지금 가진 것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겠지요. 오늘도 그 가게를 지나갈 월요일의 시작입니다. 즐거운 딩동댕이기를 바라면서, 당신의 삶도 딩동댕이기를 바랍니다.  -최복현 amourchoi@hanmail. 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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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일시: 2015년 12월 2- 12. 30 매주 수요일 10: 0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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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로 세상 읽기, 현대백화점 천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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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문의 및 접수: 02- 489- 4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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