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데이 연휴 기간 방문객 2천대 이상 줄어
블레인·벨링햄 등 국경도시 판매세 수입 급감
지자체들 "정치와 별개로 캐나다인 방문 환영"
BC주와 美워싱턴주 사이 국경을 넘는 캐나다인들이 크게 줄면서 미국 국경도시들의 상권이 침체의 길로 접어들었다.
왓컴 정부 협의회가 발표한 국경 통행량 데이터에서 이같은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2025년 패밀리데이 연휴 기간 피스 아치 국경의 남행 차량은 전년 대비 45%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퍼시픽 하이웨이와 수마스 국경에서도 각각 34%, 11%의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감소세가 더욱 가파르게 나타났다. 패밀리데이 당일 퍼시픽 하이웨이 국경 통과 차량은 전년보다 901대가 줄었다. 연휴 3일 동안 하루 평균 국경 통행량은 전년 대비 40% 감소했으며, 2월 16일에는 전년 같은 날보다 2천294대가 줄어 45.4%의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캐나다인들의 방문 감소는 국경도시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관리국 통계를 보면 2022년 육로를 통해 미국을 방문한 캐나다인은 710만 명으로, 1인당 평균 1천83달러를 소비했다. 워싱턴주는 78만5천 명이 방문해 전체 주 가운데 3위를 기록했다.
블레인, 벨링햄, 린든 등 워싱턴주 국경도시들의 상권은 캐나다인 방문객들의 소비에 크게 의존해왔다. 현재 이들 도시의 소매점들은 매출이 급격히 감소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시 재정 상황도 악화일로다. 법률상 재산세 인상률은 1%로 제한돼 있어 도시 운영 자금의 상당 부분을 판매세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캐나다인 방문객이 줄면서 판매세 수입도 함께 감소하고 있다.
현지 조사에 따르면 캐나다인 방문 감소의 주요 원인은 캐나다 달러 약세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영토 합병 발언으로 인한 양국 간 정치적 갈등인 것으로 분석됐다.
국경도시들은 방문객 감소를 막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자체장들은 "연방정부의 정치적 입장과 지역 사회의 정서는 다르다"며 "캐나다인들은 언제나 환영받는 이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달러 약세와 정치적 갈등이 계속되는 한 뚜렷한 해결책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코로나19 시기의 국경 봉쇄와 비슷한 수준의 경제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