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를 납부하는 납세자 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2015년 5452명이었던 상속세 신고자 수는 2017년 6970명으로 늘어났다. 상속세 대상이 되는 부자의 수가 늘었다고도 볼 수 있지만, '똑똑한 납세자'가 많아졌다고도 볼 수 있다.
서울 소재 중견기업 부장인 A씨(50)는 그동안 회사일밖에 모르고 살았다. 특히 세금에 대해선 연말정산만 간신히 처리하는 정도의 전형적인 보통 직장인이다.
스스로 부자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최근 부친이 작고하면서 서울 아파트를 상속받게 되자 여러 고민이 생겼다. 해당 아파트는 A씨의 부친과 모친이 함께 거주하고 있었는데, 모친의 연세도 많은 편이라 A씨가 모시기로 했다.
부친 명의 아파트는 A씨 앞으로 상속등기를 할 계획이다. 여건상 상속받은 아파트는 몇 년 더 보유하다가 매각하고 본인 명의의 원래 아파트에 계속 거주하려고 한다. 주변 지인들 말로는 상속재산이 10억원을 넘지 않는다면 상속세 신고 대상이 아니며, 신고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부친 명의의 재산은 약간의 예금과 해당 아파트가 전부이다. A씨가 부친 주택의 상속과 관련해서 신고를 하지 않는 것이 과연 더 유리한 걸까.
A씨의 경우 만약 상속 아파트를 먼저 팔지 않고, 기존에 거주하던 본인 주택을 먼저 양도할 수 있다면 상속주택이 있더라도 본인 주택에 대해 비과세(독립된 세대인 부친으로부터 상속을 받고, 1주택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갖춘 본인 주택을 먼저 양도)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본인 거주 주택을 먼저 팔면서 비과세를 받고 상속받은 주택으로 이사해 2년 이상 거주하면 이후 상속주택도 비과세가 가능하다.
그런데 여건상 상속주택을 몇 년 안에 먼저 팔아야 한다면 상속세 대상이 아니어도 상속신고를 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통상 상속세는 돌아가신 분의 배우자와 자녀가 있을 때 공제액은 최소 10억원이다. 배우자 없이 자녀만 있다면 공제액은 5억원이다. 따라서 상속재산이 상속세 공제금액을 넘지 않으면 별도로 신고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결과적으로 상속세 신고를 하든, 하지 않든 상속세는 없다.
그러나 상속재산이 부동산인 경우에는 상속세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신고를 검토해야 한다. 상속세를 부과할 때 해당 부동산의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기준시가로 상속재산을 평가한다. 기준시가는 시세보다 통상 낮게 책정되어 있다. 따라서 당장은 상속재산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 기준시가로 신고하는 것이 유리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향후 상속받은 부동산을 양도할 때를 생각해야 한다. 양도세는 매각금액과 취득금액의 차이에 따라 부과된다. 상속세 대상이 아니어서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 통상 기준시가로 상속재산이 평가된다. 결국 시세보다 낮은 기준시가가 취득금액이 되어 양도차익이 커지고 양도세가 늘어난다.
반대로 시세대로 상속신고를 해놓으면 취득가액이 높아지고 향후 양도세가 줄어든다. 이때 아파트는 시세를 기준으로 신고하면 된다. 시세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 감정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감정평가는 2곳 이상의 기관에서 받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2018년 2월 시행령이 개정돼 기준시가 10억원 이하는 한 곳에서만 받아도 된다. 따라서 감정평가에 따른 수수료를 지불하더라도 양도세 감소분이 더 커서 이익이 될 수 있다.
가령 시세가 8억원이고 기준시가가 5억원이라면 시세 8억원으로 상속신고를 하는 것이다. 어차피 상속재산이 공제금액 10억원(배우자 없이 자녀만 있는 경우 5억원)을 넘지 않으므로 신고해도 내야 할 상속세는 없다. 물론 취득금액이 커진 만큼 취득세는 늘어난다. 하지만 취득세는 상대적으로 양도세보다 작다. 취득금액의 4%가 취득세이다. 결과적으로 상속신고를 할 때 전체 세금을 줄일 수 있다.
만약 기본세율이 적용된다면 약 1억3000만원의 세금이 줄어들 수 있다(향후 10억원에 양도, 2년 보유일 때). 똑똑한 납세자라면 상속세 신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상속세 신고를 부자들의 전유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참고로 A씨는 상속주택을 먼저 양도하는 경우 기본세율을 적용 받기 위해선 상속일로부터 5년 내에 상속받은 주택을 양도해야 한다. 5년 이후에 양도하게 되면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경우 2주택으로 세율이 중과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자료원:매일경제 2019. 4.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