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신도림하면 으레 떠오르는 것은 공장지대이다. 지하철 1,2호선 환승역인 신도림역 주변의 거무튀튀한 건물과 공장에서 내뿜는 뿌연 연기를 먼저 떠올리곤 한다. 그래서 신도림 일대는 늘 ‘잿빛도시’로 불렸다.
이 지역의 색깔이 요즘 바뀌고 있다. 공장 밀집지였던 신도림역 일대가 본격 개발되면서 주거ㆍ업무ㆍ상업기능이 어우러진 신흥 복합타운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낡은 공장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대규모 아파트 촌과 초고층 복합단지 건물이 자리했다.
개발 기대감에 주변 집값도 시장 침체기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가격이 이미 크게 오른 곳도 많은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개발 열기 내뿜는 신도림역 주변
개발의 진원지는 신도림역 주변에 위치한 옛 공장 용지 7만9400㎡이다. 이곳에서는 초고층 주상복합과 대형 쇼핑센터, 오피스텔 등 크고 작은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들 건물의 연 면적만도 78만㎡에 달한다.
옛 기아자동차 출하장 터와 한국타이어 공장 부지에 각각 들어서는 초대형 복합 쇼핑몰인 ‘신도림 테크노마트’와 오피스텔 단지 ‘신도림 푸르지오’(옛 ‘대우 미래사랑시티’)는 웅장한 외관을 거의 드러낸 상태다. 올해 말 완공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신도림역 테크노마트 건너편 옛 대성연탄 공장 부지도 주상복합ㆍ컨벤션센터ㆍ호텔 등으로 이뤄진 복합단지 '대성 디큐브시티'로 탈바꿈한다. 주상복합 ‘신도림 SK뷰’(아파트 304가구, 오피스텔 158실)와 오피스텔 ‘쌍용 플래티넘 시티’(794실) 등은 지난해 입주를 끝냈다.
서울과 인천ㆍ부천ㆍ수원ㆍ안산 등 수도권을 연결하는 관문인 신도림역의 하루 유동 인구는 50만명에 달한다. 개발업체들은 신도림역세권 개발이 거의 마무리되면 유입인구가 30만명 가량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신도림이 서울 서남권의 ‘교통 요지’에서 ‘업무ㆍ쇼핑ㆍ문화 허브’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주택업체들도 신도림역 개발 수혜지에서 주거 수요가 늘 것으로 보고 아파트 분양 계획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분양 물량은 많지 않다. 신도림역 주변 개발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때문이다. 연내 구로구에서 공급될 아파트는 5곳 1233가구다. 이중 786가구가 일반분양될 예정이다.
내집마련정보사 강현구 실장은 “건설업체들이 개발재료를 업고 분양가를 비싸게 책정할 가능성이 큰 만큼 분양가 수준과 전매제한 기간 등을 꼼꼼히 따져본 뒤 청약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값도 둥실둥실
개발 바람을 타고 신도림 일대 아파트 값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대규모 주상복합단지가 들어서면 생활편의시설과 문화ㆍ교육시설 등이 잘 갖춰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신도림동의 아파트 값은 ㎡당 평균 426만원으로 구로구에서 가장 비싸다. 신도림역과 가까운 대림 e편한세상 4차 112㎡은 7억5000만~8억원 선으로 한달 전보다 2000만원 가량 올랐다. ㎡당 670만~714만원(평당 2205만~2352만원)으로 웬만한 강남 아파트 값 수준이다. 152㎡도 1년 새 최고 1억5000만원이나 치솟아 11억원을 호가한다.
신도림동 은혜공인 윤영부 사장은 “역세권 개발이 완료되면 이곳 아파트 몸값이 더 뛸 것이라는 기대감에 집 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는다”고 전했다.
신도림역 주변 상권도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다. 신도림역 출구와 연결된 대로변 상가 1층 점포는 ㎡당 907만~1210만원을 호가한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신도림역 주변에 개발 계획조차 잡히지 않은 중소 공장 터가 적지 않다”며 “역세권 개발이 완료될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어 장기 투자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많은 유동인구와 차량 때문에 소음이 심하고 교육 시설이 부족하다는 것도 특급 주거지로 평가받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자료원:중앙일보 2007. 7.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