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도 “저신용자에 대출할수록 손해” 문턱 높여
[불법 사금융 내몰린 자영업]
고금리에 취약 계층 대출 비중 축소
연체율 상승 등 건전성 우려도 한몫
고금리 여파가 계속되면서 서민 대출 창구인 저축은행들도 저신용자들에 대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11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자산 규모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3월 신용점수 500점 이하 고객에게 신용대출을 한 푼도 내주지 않았다. 한 달 전에는 400점 이하 고객에게 더 이상 신규 대출을 해주지 않았는데 기준을 더 높였다. 이 저축은행에선 1월까지만 해도 신용점수 301∼400점인 고객도 평균 연 19.9%의 금리로 신규 신용대출을 받아 갈 수 있었다. 대출 기준이 계속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저축은행들도 저신용자들에 대한 대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10대 저축은행 가운데 KB저축은행은 지난해 7월부터 신용대출을 받아 갈 수 있는 마지노선을 신용점수 401점 이상에서 501점 이상으로 올렸다. 이 기간 모아저축은행도 대출 문턱을 올려 600점 이하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300점 이하를 포함한 모든 고객에게 자금을 빌려준 다올저축은행은 올해부터는 600점이 넘는 고객에게만 신용대출을 내주고 있다.
저신용자용으로 나온 대출 상품도 이용하기 쉽지 않다. 올 3월 웰컴저축은행의 ‘웰컴희망대출’ 상품으로 나간 대출액의 82.1%는 400점 이하 저신용자였다. 1년 전인 지난해 3월만 해도 99.2%가 400점 이하에게 나갔는데, 그 비중이 크게 줄었다. 웰컴희망대출은 당초 채무조정제도를 이용하고 있는 취약계층을 위해 나온 상품이다.
저축은행권이 이처럼 저신용자 대출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지난해부터 금리가 치솟은 영향이 크다. 전반적인 대출금리가 높아지면서 SBI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의 일부 상품은 신용점수 800점 이상의 비교적 고신용자에게도 평균 연 19%가 넘는 이자를 받고 있다. 전체 저축은행 대출액 중 연 18%가 넘는 고금리를 적용받는 비중은 3월 31.0%로 1년 전(23.5%)보다 7.5%포인트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는 저신용자에게 연 20%가 넘는 이자를 받아야 하는데, 법정 최고금리(연 20%) 한도 탓에 대출을 내주지 못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최근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치솟는 등 건전성에 경고등이 커진 것도 저축은행권이 저신용자 대출을 꺼리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고금리 상한이 정해진 상황에서 조달금리가 계속 올라가 저신용자 대출이 원가를 넘어서게 됐다. 그럼 대출할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혜미 기자
수십만원 못구해… 정부 생계비 대출 2만5000명 몰려
[불법 사금융 내몰린 자영업]
대출액 156억… 평균 61만원
불법사금융 506건 신고-상담도
서민들과 금융 취약 계층의 돈줄이 막히면서 정부가 100만 원 한도로 마련한 소액 생계비 대출은 출시 한 달여 만에 대출액이 150억 원을 넘어섰다. 생계비 대출 신청 과정에서는 500건 이상의 불법 사금융 신고가 함께 이뤄졌다.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이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3월 27일부터 4월 말까지 5주 동안 총 156억2000만 원의 소액 생계비 대출이 실행됐다. 총대출 건수는 2만5545건, 평균 대출액은 61만 원이었다.
소액 생계비 대출은 불법 사금융에 노출되기 쉬운 취약 계층에 연 15.9% 금리로 최대 100만 원을 신청 당일에 빌려주는 정책 금융상품이다. 상담 예약 첫날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당장 수십만 원을 구하기도 힘든 서민들이 많은 현실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출 과정에서는 채무조정 9181건, 복지연계 4940건, 취업지원 1768건 등 총 2만5420건의 복합 상담이 함께 진행됐다. 특히 상담에서는 506건의 불법 사금융 신고와 5467건의 ‘채무자 대리인’ 상담이 함께 이뤄졌다.
채무자 대리인은 대부업체를 통해 돈을 빌린 채무자가 변호사 등의 대리인을 선임하면 변제에 대한 사항을 이 대리인과만 협의하도록 만든 제도다. 채무자 대리인은 대부업자의 추심에 대신 대응하고 최고금리 초과 대출에 대해서는 소송을 하는 역할 등을 맡는다.
금융위 관계자는 “당초 1000억 원으로 조성된 소액 생계비 대출 재원은 올 9, 10월쯤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사의 국민행복기금 잉여금 기부 등으로 640억 원을 추가 확보해 내년 초까지 계속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