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밤의 꿈
혹시, 누구 본 적 있는가? 어린이 드라마라고, 마법을 주제로 다른 거 있지 않은가. 음, 내
가 기억하기론, 아마 꽤 많이도 했던 거 같다. 요정 컴미부터 시작해서, 수리수리 마수리,
울라불라 블루짱, 마법전사 미르가온 등등. 그런 거 하루 본 날이면, 나, 혼자서 상상에 잠
기곤 했다.
‘내가 마법사였음 얼마나 좋아. 진짜루, 나도 숨겨진 마법사인 거야!’
그리곤 혼자서 상상에 잠겼지. 난 마법사라고. 언젠간 마법사들이 찾아와서, 내가 마법사라
는 걸 밝혀줄 거라고. 사실, 그런 생각이 진짜루 간절히 들 때는, 뭐, 이런 때다.
여름에 더워 죽겠을 때, 집이 한없이 멀게 느껴지지. 오, 저 먼 집이여, 언제 돌아갈꼬. 그
럴 때면 드는 생각, 집에 돌아가는 거, 날아서 갈 수 있음 얼마나 좋을까, 아님, 순간이동으
로 갈 수 있음 얼마나 좋을까 아주 간절히간절히 바라곤 하지. 또 하나. 아이스크림은 먹고
싶은데, 사러 가기는 왜 이렇게 귀찮은지. 그럴 때면 또 어린이 드라마가 생각나는 거야.
얍! 그 간단하고도 찬란한 한 마디만 내뱉으면 손바닥 위에 달콤하고 부드럽고 시원한! 아이
스크림이 순식간에 생겨나는 그 오묘한 조화! 하.......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도다! 그래
도 혹시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얍! 얍! 아무리 중얼거려 봐도, 아이스크림이 나타날 리가
없지. 손바닥 위에 살포시 앉아 주는 건, 아, 저놈의 모기 뿐!
아~이럴 땐 너무너무 마법사가 되고파!! 하지만 그건 나의 바람일 뿐.
사실상, 나 말고도 이런 거 바라는 사람들은 많으리라고 생각한다. 꼭 마법사 되는 게 아니
더라도, 제발제발 남자친구 좀 생겼으면, 아니면, 시험공부가 샤샤삭, 저절로 됐으면, 저 산
더미 같은 숙제, 샤라락 대신 해주는 마법연필이라도 있었으면.......음, 아마, 청소할 때
도 저게 마법같이 순식간에 됐으면, 싶을 때도 있을 거다.
그치만, 그런 환상적인 일은, 내게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일어나지 않는 줄만 알았다. 근
데! 근데! 정말 내게 마법이 일어났다! 그건, 어느 겨울날이었다.
겨울엔 또 여름과는 정반대다. 여름에는 그늘만 쏙쏙 찾아다니면서 집으로 돌아오곤 하지.
그러면서, 꼭 이렇게 생각한다. 여름보단 겨울이 훨씬 낫다고. 겨울엔 추워도 옷만 껴입으
면 안 춥지. 겨울이 훨씬 나, 겨울이 훨씬 나. 그러면서, 이 땡볕 더위에 언제 집에 돌아가
나, 순간이동, 정말 할 수는 없나.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겨울엔 또 이렇게 생각한다. 겨
울보단 여름이 훨씬 낫다고. 더운 거, 집에 가서 선풍기, 에어컨 틀면 되는 거 뭐. 어쨌든
이렇게 추워서 막 떨거나, 옷 지겹게도 껴입진 않아도 되잖아. 라고. 여름이 훨씬 나, 여름
이 훨씬 나. 그러면서, 이 살벌한 추위에 언제 집에 돌아가나, 언제 돌아가나, 하면서 햇볕
비치는 데만 쏙쏙 찾아다니면서 집으로 돌아오지. 그런데! 이번 겨울은, 정말이지 달랐다!
나, 오늘은 하필 목도리도 집에 놓고 왔다. 귀가 시려서 손으로 막으면 좀 따뜻하지. 그럼
또 장갑 안 낀 이 손이 어떻게나 시려운지! 결국 다시 손을 주머니에 넣고 꼼지락거리면 손
이 또 좀 따뜻해지지. 그러면 또 귀가 시렵지 뭐야! 아! 정말. 그러고 있던 내가 또 중얼거
린다.
“아, 정말! 진짜 내가 마법사면 얼마나 좋냐구! 집으로 확! 순간이동해서 가면 얼마나 좋아!”
그런데, 그건 정말 순간이었다. 딱딱한 시멘트 도로 위에서 동동 구르던 내 발이, 글쎄, 우
리 집 현관 앞으로 옮겨 와 있지 뭔가? 난 소스라치게 놀라서 고개를 휙 하고 돌렸다. 오마
나! 내 눈 앞에 들어온 저거, 엘리베이터 맞지? 그리고 저건, 우리 집 문 맞지? 이, 이게 어
떻게 된 일? 저, 정말 마법이 일어난 거야? 멍하던 기분은 잠시! 이 기쁨! 이 행복! 가슴에
서부터 차오르는 이 무한한 이 기쁨과 행복! 오오! 난 얼른 집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우리
집 맞구나! 볼을 꼬집었다. 별로 안 아프다. 아마, 엄청 추웠으니까 볼이 얼어서 감각이 없
어진 거겠지! 그래, 그래, 그럴 거야! 그거야 어쨌든 행복했다! 난 쇼파에 털썩 주저앉았
다. 아......근데, 갑자기 옷 갈아입기가 귀찮아진다. 찝찝한데. 아, 그래!
“나, 옷 갈아입을래.”
오! 이 일은 무엇인고! 정말로 내 옷은 집에서 입던 편한 옷으로 바뀌어 있다. 그런데, 그
러고 있자니, 몸은 따뜻해지는데, 입이 허전하다. 뭣 좀 먹을 거 없나, 싶은데, 야속하게도
과자 봉지 하나 없구나. 아이스크림은 하나 있는데, 이 겨울에, 그보단 따뜻한 라면이나 삶
아 먹고 싶다. 하지만.......귀찮다. 따뜻한 난로 앞에 앉아 있는데, 누가 저 부엌에 가고
싶겠냐고. 몸이 완전 천근만근이 된 거 같다니깐. 오, 그래!
“그렇지! 라면 나타나라, 얍~! 이 아니고, 그래, 이왕이면 매콤한 신 라면으로 나타나라,
얍!”
오! 이 조화는 무엇인고! 정말로 내 앞에 따끈따끈한 라면이 끓여져 있지 뭔가! 냄새
가......끝내준다! 매콤하면서도, 아,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코가 벌름벌름거린다! 갑자
기 배가 무지무지 고파진다. 난 그렇게, 라면을 너무너무 맛있게 먹었다.
누구나 간절히 바라는 일은 하나씩 있을 거다. 다만.......이루어질 가망이 없는. 그런데,
난 그런 일을 이루었다! 내가, 마법사가 된 거다~!! 와~이건 꿈이 아니다! 꿈이 아니야! 꿈
이 아니야.......꿈.....아니야........음냐!
스윽! 난 입가에 흐르는 침을 닦아냈다. 갑자기 눈이 번쩍 떠졌다.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다. 지, 지금 나, 라면 먹은 거, 아니었어? 서, 설마! 난 몸을 벌떡 일으켰다! 오, 세상
에 이런 일이! 그건.......그건 꿈이었다! 더없이 절망스럽다. 그렇게 행복한 꿈이라면, 영
원히 꿔도 되는데......이왕이면, 남자친구 한 명 사귀면 소원이 없겠다는, 옆집 언니 꿈도
이뤄주고, 시험공부 때문에 죽겠다는 동생 꿈도 이뤄주면서, 그 꿈속에서 살면 좋겠는
데.......흑. 아......다들 아는가? 너무너무 행복한 꿈 꿨는데, 그게 꿈이라는 거 알았을
때 절망감! 더군다나, 한참 절묘한 순간에서 꿈이 딱 깨 버렸을 때 그 슬픔! 흑흑흑.......!
난 침대에 다시 털썩 드러누웠다. 하아.......한숨만이 절로 나오누나.
오늘은 바야흐로 며칠, 아니, 하루? 어쨌든 그 한겨울 밤의 환상적인 꿈을 꾼 뒤로 그렇게
날짜가 지난 한 추운 겨울날. 꼭, 그 꿈속의 날씨 같은 그런 날씨란 말이다. 사실, 나, 요
즘 또 이루어지지 않을 듯한 꿈을 간절히 바라는 게 생겼다. 바로....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거다! 사실, 옆집 언니가 남자친구 좀 사귀어 봤으면, 할 때는 그 맘 도저히 이해
못했었다! 그 때, 난 마법사가 됐으면 하는 소망밖에 없었으니까 말이다. 근데, 그런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됐다는 거다. 키는 꽤 크고, 얼굴, 꽤 괜찮고. 그런데, 문제는 도저히 맘
을 읽을 수 없다는 거다. 날 좋아한다 싶으면, 꼭 아닌 거 같고, 또 그래, 저 앤 다른 앨 좋
아하는 거야, 하고 포기할라 치면, 꼭 나한테 호감이 있는 거 같다는 말씀! 아~이제 조금 있
으면 바야흐로 이 겨울도 끝이 나고, 새 봄이 찾아옴과 동시에 그 애와 헤어져야 할지도 모
르는데! 그 전에 그 애가 나한테 고백을 한다면, 그런 행복이 또 있을까? 정말이지, 도저히
이루어지지 않을 것만 같은, 그런 소망이지.
그런데, 어쨌든 꿈속의 그 날씨와 꼭 같은 추운 이날, 내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내
가 막 신발을 갈아 신고 집에 가려는데, 걔가 보이는 거다. 그래서 흘끗 보곤 걸음을 옮기는
데, 아니 이게 웬일! 나한테 다가오고 있지 않은가! 에이, 설마, 싶어서 잠자코 있는데, 내
앞으로 와서 멈춘다! 그리곤, 얼른 종이 하나를 내민다. 꼭꼭도 접었네. 어? 그러고 바로 간
다? 나, 얼른 종이를 펼친다. 거기에 써 있는 말.
‘나 너 좋아한다? 넌 날 어떻게 생각하냐? 반 바뀌기 전에 말하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짧은 말이 왜 이리도 감동을 준단 말이더냐. 그리 낭만적이지도 않았건만. 아마, 고백은 커
녕, 짝사랑만 하고 있다거나, 그저 남자친구라도 사귈 수 있음 얼마나 좋을까 싶은 사람이라
면 이 마음 이해할 것이다. 아, 어쨌든 지금 나, 하늘을 나는 기분이다. 훨~훨! 근데 갑자
기 숨이 막힌다. 나, 지금 행복으로 숨이 막히는 거지? 그치? 너무너무 행복해서. 근데, 이
건 좀 심하다. 이렇게까지 행복할 건 없는데. 으으~!
휙! 털썩. 번쩍! 이게 무슨 소리냐구. 내 코와 입을 틀어막고 있던 두꺼운 이불을 걷어 던
져 버리고, 눈을 번쩍 뜨는 거다. 아, 또 다시 쿵 하는 이 느낌. 이것도......꿈이...었구
나!!! 흑흑, 정말, 정반대야, 정반대. 무섭거나 징그러운 꿈은, 깨고 나서 그게 꿈이라는
걸 깨달으면 그렇게 다행스러울 수가 없는데, 이런 꿈은 꿈이라는 거 알면 왜 이렇게 안타깝
고, 아깝고, 슬프고, 아쉬운 거냐구!
하지만, 지금 나, 침대 위에 가만히 앉아, 지난 두 꿈을 떠올리면서 이렇게 말한다. 누구
나 이루어질 듯한 가망은 없지만, 간절히 바라는, 그런 일이 있을 거야. 그게 만약 이뤄진다
면 정말정말 행복하겠지. 근데.....그게 꿈이라면, 아, 그 절망! 그래. 내 소원달성은 비록
한겨울 밤의 꿈으로 그쳐 버렸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말
이야, 비록 소원 달성이 한겨울 밤의 꿈으로 끝나 버렸더라도, 이건 확실하잖아. 정말정말
간절히 바라면, 비록 꿈에서나마! 그걸 이룰 수 있다는 거 말이야. 정말정말 간절히 바라
면, 우주 밖 세계라도 여행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사실 말야, 제일 좋은 건, 정말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원하는 걸 이루는 거야. 그건, 꿈처럼 순식간에 사라지지 않는, 정말
로 내 곁에 머무르는, 그런 결과가 되어줄 테니까 말이야. 모두들 힘냅시다, 노력합시다!!!
아자, 아자, 파이팅!!!
문득 떠올랐습니다.^^ 이와 비슷한 경험, 해본 적 있으신지요? 전 정말이지, 너무너무 행복한 꿈을 꿨는데, 그게 꿈이라는 거 알고 났을 땐 너무너무 아쉽고 슬프더군요.^^
어쨌든, 모두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모두모두, 아자, 아자, 파이팅!!! (간절한 꿈이 있으신 분~꼭 이루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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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소닷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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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겨울 밤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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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28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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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다들 재밌게 보시구요~좋은 하루 되세요!^^
이히..전 해리포터를 보면서 그런생각을 많이했어요..해리포터에 나오는 주문똑같이 외우면 나도 할수있지않을까..막 혼자서 상상하는..-_-..........이히히히
와~저랑 똑같으시네요!!! 저도 해리 포터 주문을 똑같이 외워 봤다는....허허허!!!^^ 소설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좋은 하루 되세요!!!^^
저도 공상을 아주 좋아해요...군에 있을 때 동해안에 빠져 죽을뻔 한 적이 있었는데..그때 허우적거리며 생각한 것이..바닷속을 걸어 나오는 거 였답니다....ㅎㅎㅎ...공상과 상상...전 너무 즐겨 탈인 듯...잘 읽고 갑니다^^
와~~~저도 공상과 상상 진짜 즐기는데.^^ 아서 님은 위급한 상황에서까지 상상을 하셨다니~~~오~존경합니다!!!^^ 바닷속을 걸어 나오는 거! 근데 진짜 그럴 때 그런 생각하면 어떤 기분일까요? 궁금해요! 내년 여름엔 바다로~~~하하하!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 제 글 읽어주셔서 정말정말 감사드립니다. 행복하세요!^^
^^재밌네요.
아~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