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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동향
2. 시스템 반도체 기술 전망
서울공대지 2019 Winter No.115
이종호 (S)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가 가장 강한 국가이다. 그래서 인지 반도체를 나눌 때 크게 메모리 반도체 (Memory semiconductor) 와 비메모리 반도체 (Non-memory semiconductor) 로 나누고 있다. 반도체 시장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는 각종 센서, CPU (Central Processing Unit)나 AP (Application Processor)를 포함하는 다양한 프로세서, 전력 반도체, 광반도체, 개별부품 등을 포함한다. 시스템 반도체는 디지털화된 전기신호 데이터를 연산하거나, 제어/변환/가공 등 데이터 처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제반 반도체로, 상기 CPU나 AP 등의 프로세서가 대표적인 시스템 반도체이다. 이와 같이, 비메모리 반도체는 시스템반도체와 다르고 보다 범위가 넓다고 할 수 있다. 시스템 반도체 칩을 이용하여 시스템을 구현할 때, 집적의 정도나 성능에 따라 System-on-Board (SoB), System-in-Package (SiP) 그리고 System-on-Chip (SoC) 로 발전해 왔다. 이러한 집적도가 높아짐에 따라, 성능 및 경제성의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1).
표1. 시스템 반도체의 기능에 따른 분류2)
분류 세부내용
시스템 반도체를 기능별로 분류하면 표1에서와 같이 크게 4 가지로 할 수 있다. 정보 저장을 목적으로 하는 메모리 반도체는 소품종 대량 생산을 하는데 비해, 시스템 반도체는 응용분야가 다양하고, 그에 따른 특화된 소자 및 chip 설계가 필요하기 때문에, 다품종 소량 생산의 구조를 따른다. 추가적으로 단순 자본 및 설비 외에도, chip 내 프로세서에 필요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의 수요에 따라, 하드웨어 외에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 및 설계 인력이 필요한 산업이다. 보다 높은 경쟁력의 확보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소자를 이용하여 소비자가 요구하는 스펙을 달성하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칩 설계능력을 가진 우수한 인재가 필요하다. 이러한 조건 때문에, 자본력 및 인력이 부족한 작은 기업들에게는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구조를 가지고 있다3).
이와 같이 시스템 반도체는 특정 목적에 맞는 처리 기능을 만족해야 하므로 논리연산을 하는 아키텍처나 회로 설계 방식에 따라서 칩의 성능이 좌우되므로, 의미 있는 설계 아이디어와 이를 창출할 수 있는 우수한 설계 인력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림1. 반도체 시장 성장 동향4). OSD는 Optoelectronic, Sensor 그리고 Discrete components를 나타낸다. Logic, Microcomponent, 그리고 Analog는 시스템 반도체이다. (US$bn: 10억 달러)
분류 세부내용
다음으로 반도체의 시장 성장을 부품(components)별로 간략히 살펴본다. 그림1은 Memory, Logic, Micorocomponent, Analog, OSD의 년도별 시장 성장을 보여준다. 여기서 OSD는 Optoelectronic, Sensor 그리고 Discrete components를 나타낸다. 5가지 중에서 시스템 반도체는 Logic, Mocrocomponent, 그리고 Analog를 포함한다. Logic 시장은 주로 통신, 데이터 프로세싱, 그리고 Consumer Electronics에 의해 주도된다. Microcomponent는 전자기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여러 형태의 프로세서와 컨트롤러를 포함한다. 이 부분의 성장은 자동차 및 IoT 분야에 의해 주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4). Analog 시장은 전력 관리, 신호 변환 (ADC, 혼성 기기 등), 그리고 자동차에 특화된 아날로그 응용 (자율 및 전기자동차, 전자 시스템 등)을 포함한다.
2018년 집계 기준으로 시스템 반도체의 시장 규모는 274 US$bn이며, 전체 반도체 시장 대비 절반 이상인 57%를 차지한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은 사물 인터넷(IoT), 스마트카, 인공지능(AI)등의 4차산업혁명에 의해 미래 유망 산업 및 서비스 창출의 핵심이 되는 분야로 여겨지며, 향후 그 규모와 비율 (2022년 기준: 333 US$bn, 58%)은 더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시스템 반도체 시장은 Intel, Qualcomm 등 미국의 글로벌 대기업들이 매출액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8년도 기준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약 60%인 반면, 시스템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3%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5).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기술이고 이를 효율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고성능 및 저전력 시스템의 개발이 필수적인 요소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의 주된 사업인 디지털 헬스케어, 자율주행차, 스마트 시티, 스마트 팩토리 등의 응용 분야에서 센서 및 저장된 정보로부터 입력되는 대규모 데이터를 저전력 및 고속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이 필수이며, 시스템 반도체가 이러한 새로운 기술 개발을 위한 핵심 요소로 주목 받고 있다. 따라서 세계적으로 시스템 반도체 시장 규모가 점차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웨어러블 시스템 또는 휴대 기기의 경우 앞서 언급한 전력 문제뿐만 아니라 소형화 가능한 시스템 반도체가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의 산업적 적용이 확대되고 있으나 이를 연산하는데 소모되는 엄청난 전력소모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전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의 두뇌 연산을 모방하는 신경모방 (또는 뉴로모픽) 기술이 대두되었고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이 뉴로모픽 기술에서 중요한 핵심기술 중 하나가 시냅스 기능을 모방하는 메모리 소자이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우리나라는 메모리 기술 강국이다. 그림2에 보인 것과 같이, 현재 단순히 데이터의 저장 만을 위해 개발된 메모리 기술을 신경모방 기술과 창의적으로 융합할 수 있다. 물론 창의적 융합을 위해서는 인공지능 분야의 지식과 반도체 분야 지식이 효과적으로 융합 되어야 하고, 이 결과는 놀랍게도 인지 연산이 가능한 시스템 반도체가 된다. 결과적으로 메모리 기술이 시스템 반도체 기술을 좌우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발생한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아주 좋은 기회를 맞이한 셈이 되는 것이고, 이 분야의 연구와 기술 개발을 선도할 수 있는 효율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현재, 메모리 기술 기반한 뉴로모픽 연구는 세계적으로 뚜렷한 강자가 없는 상황이라 효율적인 개발전략과 지원이 중요한 시기이다.
그림2. 메모리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을 융합하여 미래 시스템 반도체를 구현하는 전략
왜 뉴로모픽 기술이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 기술에 비해 전력소모가 아주 작은지 간략히 살펴본다.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은 폰노이만 아키텍터 기반 컴퓨터에서 연산이 수행된다. 이 경우 프로세서와 메모리 사이에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이동하게 되고 병목현상이 발생하며, 결과적으로 속도의 저하와 많은 전력소모를 야기한다. 또한 인공지능에서 중요한 행렬곱 연산은 반복적인 수학적 연산(디지털 신호를 이용한 논리 곱셈 및 덧셈)을 통해 계산하므로 전력을 매우 많이 소모한다. 반면 뉴로모픽 기술은 대규모 메모리 어레이를 이용하여 행렬곱 연산을 단 한번의 pulse를 인가하여 계산할 수 있다5). 이를 좀더 살펴보기 위해 그림3을 참고한다. 그림3은 뉴럴 네트워크구조의 일례로 이 네트워크에서 중요한 시냅스를 메모리 소자 어레이로 모방한 것을 나타낸 것이다. 뉴런 사이의 시냅스(여러 선으로 묘사)를 메모리 소자 어레이로 모방할 수 있다. 이때 메모리 소자들의 전극에 입력전압을 인가하게 되면 옴의 법칙과 키르히호프 법칙에 의해 행렬곱이 자동으로 계산되게 된다. 이를 In-memory computing이라 하며 메모리 소자 어레이 상에서 연산을 하기 때문에 메모리와 프로세서가 분리되어 있는 구조가 아니다. 따라서 기존의 폰노이만 방식의 행렬곱 연산에 비하여 전력소모를 수 천 배까지 줄일 수 있고, 병렬 연산을 수행하기 때문에 연산속도가 훨씬 빠르다6).
그림3. 뉴럴 네트워크구조와 뉴럴 네트워크의 시냅스를 모방한 메모리 소자 어레이 일례
뉴로모픽 기술은 크게 시스템의 구현 목적에 따라 인지(또는 추론)만 가능하거나 학습과 추론이 가능한 것으로 나눌 수 있다. 기존 인공지능 시스템은 주로 데이터 센터에서 학습과 추론을 병행하여 사용되었다. 그러나 스마트폰 등의 모바일 디바이스 및 IoT 등 엣지 디바이스의 확산과 자율주행 자동차 등의 발전으로 추론만을 위한 뉴로모픽 기술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극저전력 뉴로모픽 기술의 개발을 통해 학습과 추론이 모두 가능한 뉴럴 시스템을 모바일과 엣지 디바이스에서 개발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뉴로모픽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산업체, 대학, 연구소의 협력을 통하여 연구가 추진되고 있다.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 (DARPA)이 주도하는 ‘인공두뇌 만들기 프로젝트’에서는 IBM사가 ‘트루노스’라는 뉴로모픽 칩을 개발하였다7). 트루노스는 54억 개의 트렌지스터를 내장한 4096개의 프로세서로 이루어져 있으며, 100만개의 뉴런과 2억 5천만개의 시냅스로 구성되어 있다. 초당 1200에서 2600사이의 프레임으로 이미지를 분류하는데 있어 25~275 mW 수준의 적은 전력을 소비하며, 이는 기존 마이크로프로세스의 전력보다 1만배 정도 작다. 퀄컴의 경우 신경세포에서와 같이 스파이크 형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시냅스의 연결 강도를 조절해 정보를 처리하는 프로세서인 ‘제로스 (Zeroth)’를 개발하였다8). 제로스는 강화학습을 활용해 로봇을 제어하는 시연을 보여주었다. Intel은 사람이 입력 데이터와 함께 정답을 알려주는 지도학습 대신 실시간으로 유입되는 정보를 받아들여 스스로 학습하는 뉴로모픽칩 ‘로이히 (Loihi)’를 개발하였다9). 로이히는 0.47㎟ 크기의 코어 128개로 이루어져 있으며, 13만개의 뉴런과 1억3천만개의 시냅스로 구성되어 있다. 사용된 반도체 소자의 기술노드는 14 nm 수준으로 현재까지 개발된 뉴로모픽 칩 중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선도 국가 대비 기술 저변이 약한 상황이며, 4차 산업 혁명의 핵심 기술인 뉴로모픽에 대한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미국은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기업인 Intel, NVIDIA, XILINX 등이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중국은 반도체 설계 역량이 높은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엣지 디바이스용 인공지능 반도체를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들 뉴로모픽 기술은 CMOS (Complementary Metal Oxide Semiconductor) 기술을 사용하여 개발되었으나, 시냅스나 뉴런을 모방한다는 측면에서 최적이라 할 수 없다. 우리나라도 기업, 연구소, 대학에서 CMOS 기술을 사용한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나, 이 분야 기술 선진국 대비 기술 수준이 낮다. 그러면 우리가 선도할 수 있는 기술은 무엇인가? 우리나라가 가진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의 기술역량 및 수월성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우리나라가 잘 하는 메모리 기술을 이용하거나 이를 창조적 파괴를 통해 극저전력 뉴로모픽 기술로 개발해야 한다. 인공지능 반도체에 대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효율적인 전략이 마련되어야 하고 대학-연구소-기업 사이의 협업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의 강점인 메모리 기술이 새로운 시스템 반도체 기술로 발전하여 新격차를 만들고 新시장을 만들어 낼 것이다.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 극저전력 로모픽 기술은 다양한 분야의 학문이 함께 연구 되어야 하는 대표적인 융합 기술이다. 생물학에서 연구되는 뇌의 학습, 기억, 그리고 인지 기능 등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이를 공학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뉴로모픽 아키텍쳐, 알고리즘, 회로, 소자 등 다양한 공학 분야에서의 기술 발전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들 분야를 깊이 이해하는 뛰어난 인재양성이 또한 시급한 과제이다.
참고문헌
1) KDB 산업은행 보고서
2) KIET 산업경제분석 보고서(2015.04)
3) Gartner
4) PwC Research: Opportunities for the global semiconductor market
5) HU , Miao, et al. Memristor-based analog computation and neural network classification with a dot product engine. Advanced Materials, 2018, 30.9: 1705914.
6) MERKEL, Cory, et al. Neuromemristive systems: Boosting efficiency through brain-inspired computing. Computer, 2016, 49.10: 56-64.
7) AKOP YAN, Filipp, et al. Truenorth: Design and tool flow of a 65 mw 1 million neuron programmable neurosynaptic chip. IEEE Transactions on Computer-Aided Design of Integrated Circuits and Systems, 2015, 34.10: 1537-1557.
8) KUM AR, Samir. Introducing qualcomm zeroth processors: Brain-inspired computing. Qualcomm OnQ Blog, 2013, 1-11.
9) DAVIES, Mike, et al. Loihi: A neuromorphic manycore processor with on-chip learning. IEEE Micro, 2018, 38.1: 8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