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은...
책을 빌려주신 분에게 아침에 독후감을 드렸더니
저의 혼불감상문을 읽고 그 동안에 머리 속에 산재 되어있던 내용들이
정리되는 듯하다며 퇴근무렵에 섬섬옥수 써서 보여주는 것이 아랫글 인데
나혼자 보기가 아까워 글을 올립니다.
여성분들이 확실히 감성이 뛰어나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솔님도 그렇고 이분도 그렇고...
.....
댓잎 소리
예나 지금이나
가운데서 빈 소리 나고
달빛또한
지금이나 옛날이나
변함없는 골고루 비추건만
어느 울밖에 피는 살구꽃이
어느 동구 밖에 피는 복사꽃이
모양과 색깔에 높낮이 있고
향기가 다르다고 어느 누가 그리하던가
무릇
우주 사물의 본성은 착하여
본래 상하좌우가 없건만
유독
인간만이
서로 울퉁불퉁 잘 어울릴 줄 몰라서
만물의 미물이 되어
이리도 세월을 아프게 하는구나
앞다투지않고 서로 밀고 끌고 가는
강물에 한이 있던가? 슬픔이 있다던가
계절 따라 오가는 들녘에
한이 있다던가 설움이 있다던가?
그 곳에는
슬픔도 시린 한은 없고
아름다운 영혼만이 있을진데
인간만이 한을 이야기하고
파랗게 찢어져 꿰멜 수도 없는
멍든 혼을, 혼불을
황톳길에 묻고
자신만이 하늘로 오르기를 바라는구나.
몽매한 자, 인간이여.
하늘은 무엇이 어여뻐
이토록 하찮고 불쌍한 영혼에게
땅을 나누고 하늘의 이치를 가르쳐주었던가?
그 나눔을 즐기지 못하고
그 이치를 깨닳지를 못하고
억누르고 차별하고 짋밝고 피를 부르니
어리석고 어리석은자 인간이여.
뱁새는
보금자리가
나뭇가지 하나면 충분하고,
두더지가 강물을 마신다 해도
자그마한 배를 채우면 충분한 것을.
그러니 인간들아
전라도
지리산 자락에서
꽃다운 한 처녀가
시집도 가지 않고
암세포가 자기 몸을 뜯어먹는 것도 모르고
이렇게 피를 토하며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더냐
여인의 한을, 천출의 한을, 호남의 한을, 민족의 한을
민족의 제단 앞에 자신의 몸둥이를 내놓은 것이 아니더냐.
쇠막대기에서 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죽은 나무에서 새싹이 나오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티눈에서 새살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툰트라에서 새 생명이 꿈틀대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그럼 마음으로 그런 심정으로
그런 심정으로.......
.......
3월경 저도 책을 읽고 내친 김에
사매면에 있는 혼불문학관을 다녀왔습니다.
가기전에 잠깐 전주에 들렸는데 한옥마을을 거닐다가 우
연히 최명희의 생가도 잠깐 들렸네요.
괴테가 ‘피를 가지고 쓰지 않은 작품은 읽지 않는다’고 했다는데
최명희작가를 두고 하는 말 같습니다.
김용택 시인은 저는 만나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분 시집은 몇권 가지고 있는데 이분의 ‘섬진강’이라는 시를 2년전인가
책주인에게 소개받았읍니다.
그분의 여러 시 중에서 ‘그여자네 집’을 가장 즐겨읽고 있습니다.
사진에서 두분이 정담을 나누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네요.
단아하신 분이군요.
섬진강하면 매화와 김용택 시인이 떠오르는데
지리산 하면 왜 빨치산부터 떠오르는지 참...
앞으로 들꽃처럼 살아가시는 님을 떠올려야 할 듯하네요.
답글을 너무 정성스럽게 달아주시고, 글도 너무 잘 쓰셔서
글을 올리기가, 답글 달기가 부담스럽네요. 감사합니다.
첫댓글 이곳에서 한 시간 반 거리면 닿을 수 있는 혼불 문학관... 시간만 비면 달려갔었지요. 천연 염색 손수건에 최명희 님의 맑은 혼을 적고 욕심없이 내어주는 들꽃을 그리고 ...한없이 한없이 사랑하고픈 님이시지요.
열심히 답글을 주고 빋으시기 바랍니다.
잘 읽었습니다. 다음에 꼭 가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