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1등?..그그그...그게...정말이야?"
"쉿 조용히..조용히 해!"
커피숍 창가에 앉아 진석을 기다리다가 우연히 듣게 된 이야기...
남의 일이지만 그 진위여부를 떠나서 난 갑자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래..알았어...이번에 얼마래?"
"36억..세금 제하고 뭐 그러면 26억 정도 되겠지"
그들은 커피숍 안의 몇 안 되는 사람들을 힐끗거리며
한층 목소리를 낮추고 있었다.
아마도 등받이가 높은 의자 탓으로 바로 뒤의 나를 인식하지 못한 것 같았다.
"와...이제 넌 완전 인생 폈네"
"임마..너도 핀 거야...내가 약속했었잖아..뭐든 너와 함께 한다고..."
두 사람의 관계가 부러웠으나 한편으론 죽이고 싶도록 얄미웠다.
나는 지금 단 돈 5만 원을 빌리고자 이 곳에 앉아 있었고
그들은 몇 십억을 가지고 우정을 운운하며 꿈에 부풀어 있었다.
"야...우리 내일 한국을 뜨자..난 이 근처 모텔에서 있을 테니, 넌 얼른 집에 가서 준비하고 나와라"
"진짜? 알았어..와 신난다...하여간 고맙다...민수야"
"고맙긴....내게 누가 있냐...네가 전부지"
그리고는 둘은 서로를 바로 보며 키득거리고 있었다.
진석은 아직 오지 않았고, 그들은 나가고 있었다.
난 그 순간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 나 커피 값을 계산하고 그들을 뒤 쫓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근처 모텔 앞에서 그들은 몇 마디 주고 받더니
행운을 거머쥔 사내는 친구를 보내며 손을 흔들었고,
곧 바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모텔 안으로 들어 갔다.
그가 모텔로 들어 가는 모습을 본 나는 잽싸게 달려 가 입구 쪽,
키 높은 화분 뒤에 몸을 숨기고는 귀를 쫑긋 세웠다.
"묵고 가실건가요?"
"네"
"302호실입니다"
몇 호에 묵게 되는지를 알았으니 이젠 일단 1차 단계는 성공한 셈이다.
난 근처 주방기구점에 가서 날카롭게 날이 선 식칼을 하나 사 가슴에 품었다.
이미 내 온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머리엔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을 만치,
오로지 앞으로의 자신의 행위에 대한 두려움으로 꽉차 있었으며
머리에서 발끝까지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고 있었다.
'침착해야 한다'
모텔의 현관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몸을 낮추어 계단 쪽으로 걸어 갔다.
성공이다. 데스크에 남자는 휴일의 쇼프로에 넋을 놓고 있었다.
3층 입구에 비치되어 있는 일회용 칫솔과 수건들을 집어 들고,
각 객실 번호판 확인해 가며 302호를 찾아 갔다.
302호실 앞에 선 난, 일단 몸 매무새를 가다듬고 심호흡을 길게 한 번 했다.
'침착해야...해...실수해선 안돼'
"똑똑똑....."
"누...누구...세...요?"
"네...이 호실에 욕실용품이 비취 안 된 것 같아서요"
"아..네....잠시만요"
난 가슴에 품었던 칼을 꺼내 단단히 거머쥐었다.
잠시 후, 문이 열렸고,
난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고, 온 힘을 다해 그를 밀치고 들어 가면서 그의 목에 칼을 꽂았다.
"어헉...누..구...."
붉은 피가 나의 얼굴에 튀었다. 목에 맞은 칼로 인해
남자는 비명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크르렁 대기만 할 뿐이다.
성공이다. 쓰러진 남자 몸으로.. 주위로 붉은 피가 번져 나갔다.
옷걸이에 걸려진 남자의 점퍼에서 지갑을 꺼냈고,
지갑 깊숙이 고이 모셔 논 로또 복권을 꺼내며 난 웃고 있었다.
내일이면 난 한국에 없을 것이다.
난 지금 또 한 사내를 기다리고 있다...증거를 없애기 위해서...
[그 시각]
"야..그래....민수 그 자식 완전 인생 폈어"
춘식이는 평소에 가깝게 지내는 국민은행 본사의
로또영업파트에 근무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하고 있었다.
"와..내 친구 중에서도 1등이 나오는구나..쟈식....근데 진짜 확실하냐?"
"그럼...나도 아까 민수를 만나 커피숍에서 확인했는걸..
내가 번호도 다 외웠다.....5, 23, 24, 36, 44, 45....맞지?"
"와 진짜네...쟈식...한 턱 단단히 쏴야겠는데...하여간 내가 출근해서 기다리고 있으마"
"그래..난 얼른 준비하고 민수에게 가 봐야 돼"
"와...출근이 기다려 지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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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 '로또 살인사건'을 쓰다가
불현듯 생각나서 단편도 써 봤습니다.
그런데 이해가 되시나요?
저런 상황이니 여잔 당연히 잡히겠죠?
아 참...저기 나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입니다^^
첫댓글 헉.......그럼 이제 저 여자 잡히는거죠??!!..돈이 사람 눈을 멀게 한다니까...
뭐 현세에 이르러 사랑까지도 돈이 지배한다니...눈을 멀게도 하겠죠....아...돈돈돈...돈다 돌아.....^^ 항상 감사합니다.
그러게요,,,, 어우 무서워라-_-;;
요즘 여자들이 무서워요...ㅜㅜ....편안한 밤되세요.
혹시 조아님! 저 여자가 중편에서 나오는 태민이 아내 채연이 아닌가요?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어서...^^
헉...누구세요?..이런 극비 사항을..아시다니....ㅎㅎㅎ..농담이구요...노을님 고맙습니다.
같은여자지만..여자가 무서운..;;
돈이 웬수네요^^이런 사회 빨리 없어져야 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