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1월19일 저는 부산에 있는 호산나 교회에서 ‘행복 경영 이야기’ 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였습니다. 사실 그때 그런 특강을 하였다는 사실조차도 기억에서 사라질 정도로 3년 가까이 되어 갑니다. 그런데 금년 초부터 어느 고등학교 선생님께서 자신이 그 특강을 들으셨다면서 그 내용을 자신의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으니 강의를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지역이냐고 물었더니 경상북도 경산이라고 하였습니다. 서울도 아니고 경산 이라는데 저는 갈 엄두를 내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라는 답변을 드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선생님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으셨습니다. 매달 한번 씩 전화하셔서 특강을 부탁하였고 저는 6월쯤 가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그러나 회사 사정 상 6월에는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기에 9월로, 그리고 다시 12월로 연기를 하였습니다. 저는 속마음으로 이리 연기하다 보면 그냥 취소되려니 하였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의 마지막 말씀에 경산을 가기로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변호사님, 더 연기하시면 안됩니다. 그 아이들이 졸업을 하거든요.’
지난 금요일 아침 저는 경부선 KTX를 탔습니다. 두 시간을 달려 동대구 역에 도착하였고 그곳에서 저를 1년 간 괴롭히신(?) 경산 과학고 이주석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이 선생님이 운전해주시는 차를 타고 경산 과학고까지 가면서 선생님의 설명으로 경산 과학고가 어떤 학교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경상북도에 두 개 있는 과학고 중 하나로 6년 전에 설립된 학교인데 한 학년이 불과 60명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학생들이 2학년에 대부분 조기 졸업을 하고 명문 대학교에 입학한다는 것입니다. 금년에도 서울대 4명, 포스텍 (포항공대) 10명, 카이스트 22명이 합격하는 등 대부분 2학년을 마치고 대학교에 합격하여 3학년에 진학하는 학생은 불과 9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과학고에 대한 상식이 없던 저로서는 선뜻 믿기지 않는 이야기였습니다. 동대구 역에서 30여분을 달려 학교에 도착해보니 놀라운 광경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학교 캠퍼스는 작은 대학교를 방불케 하였습니다. 저는 교장 선생님, 교감 선생님의 영접을 받고 학교를 둘러보았습니다. 학교 건물 높은 곳에 붙여 놓은 ‘노벨상을 꿈꾸는 학교’ 라는 표어가 학생들의 수준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한마디로 경상북도의 수학 과학 천재들이 모이는 학교였습니다.
저는 2시부터 1시간 20분 정도 준비한 내용으로 특강을 하였습니다.
“여러분이 좋은 고등학교에서 공부하고 좋은 대학교에 합격한 것을 여러분의 노력 만이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운이 좋게 부모님으로부터 좋은 머리를 타고났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이 가능하였습니다. 불운하게도 좋은 머리를 타고 나지 못해 아무리 노력하여도 여러분만큼 공부를 잘 할 수 없는 친구들을 생각해 보십시오. 여러분은 평생을 살면서 여러분보다 부족한 조건에서 태어난 사람들에게 빚지고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여야 합니다.” “여러분은 두 가지 모습의 인재로 성장하여야 합니다. 한 가지는 전문가입니다. 이것은 대학교, 대학원, 회사에서 잘 가르쳐 줄 것이고, 여러분은 그렇게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두 번째가 더 중요합니다. 리더, 지도자로 성장하여야 합니다. 그래야만 여러분이 몸담게 되는 분야를 더 나은 세상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학교에서 잘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스스로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여야 합니다. 꼭 리더가 되는 법을 공부하십시오.”
“저는 검사장 시절 배치표를 거꾸로 그렸습니다. 검사장을 맨 아래에 배치하였습니다. 맨 위에는 가장 직급이 낮은 직원들을 적었습니다. 여러분은 이미 좋은 머리를 가지고 태어났고 좋은 교육을 받아 이 사회에서 지도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도자가 되면 아랫사람들을 늘 생각하십시오. 그들을 인간적으로 존중하십시오. 메리 케이 화장품의 창업자 메리 케이 애시 회장이 말한 것처럼 <상사, 부하 직원, 동료 등 모든 사람들이 내가 가장 중요한 사람으로 느끼게 해주세요> 라는 팻말을 머리 위에 들고 있다고 생각하십시오. 그러면 그들을 진심으로 가치 있는 존재로 대할 수 있습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인간관계입니다. 여러분에게 좋은 인간관계를 맺는 비결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똑똑한 사람들은 잘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바로 남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 경청 입니다. 저도 평생을 살면서 잘하지 못한 것입니다. 똑똑한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려고만 하지 남의 이야기를 잘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명심하십시오. 남의 이야기를 잘 들으십시오. 인생을 살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저는 검찰이라는 높은 건물 옥상에서 떨어지는 퇴임을 하면서 손쉬운 낙하산을 펴지 않고 날아보려고 팔을 휘저었습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퇴화된 줄 알았던 날개가 조금씩 자라 땅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참새 날개 만한 날개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앞으로 세상을 살면서 부단히 팔을 저어 날기를 시도해 보세요. 처음에는 힘들지만 언젠가 날개가 돋아 날게 될 것입니다. 날다가 날개가 약해 떨어져 좀 다치면 어떤가요. 다시 날면 그 뿐이죠. 여러분은 청춘이잖아요.”
“여러분에게 강의를 마치면서 위대한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가 인용하여 유명해진 링컨 대통령의 말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The best way to predict the future is to create it.)’ 피터 드러커는 링컨 대통령말에 이런 말을 덧 붙였습니다. ‘미래를 창조하는 일의 목적은 내일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일을 위해 오늘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여러분, 제가 좋아하는 광고 문구에 이런 것이 있습니다. ‘나는 미래를 기다린 적이 없다. 나는 언제나 그 시대의 미래였다.’ 여러분 항상 이 시대의 미래가 되십시오” 저의 강의는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늘 성인 만을 대상으로 하던 강의가 열일곱, 열여덟 아이들에게 얼마나 가슴에 와 닿을지 걱정이 되기도 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다행이 몇 학생의 질문도 이어지고 강의가 끝난 후 한 학생이 저를 찾아와 자신은 변호사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물어 몇 마디 해주기도 하였습니다.
1년을 기다린 이주석 선생님의 정성이 헛되지 않게 이 특강이 단 한 학생의 가슴에라도 잔잔한 파문으로 남아 그의 인생을 변화 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과한 욕심을 가슴에 안고 경산과학고를 떠났습니다. 특강을 시작하기 전보다 날씨가 풀린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우리나라의 미래인 어린 학생들과 만남에 제 가슴이 뜨거워졌기 때문은 아닌지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3.12.16. 조근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