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갑천문화] 2010년 10월호 - 대전서구문화원 발행
지구 온난화와 환경호르몬을 노래하는 환경공학박사
이산 권득용 詩人의 문학과 삶
문학과 환경의 궁극적인 목표는 건강한 세상을 만들고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한 삶의 질을 높이는데 있다고 말하는 환경운동가 권득용 詩人. 환경은 우리생명의 조형언어라고 외치는 조금은 이색적인 타이틀을 지닌 권득용 시인을 만나 그의 문학과 삶, 환경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약속장소인 서구의 대전 시청 옆 공원으로 발길을 향했다.
가을을 닮은 듯,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는 환경공학박사답게 나무기둥을 연상시키는 밤색 셔츠의 편안한 차림으로 멀리 정자에 앉아있는 시인에게선 솔바람 같은 자연친화적 향기가 전해져 오는 것 같았다.
-김춘경 (이하 김): 환경공학을 전공하신 박사님이신데, 언제 어떤 동기로 문학을 하게 되셨는지요?
-권득용 (이하 권): 40년 전쯤, 중학교 3학년 때 국어선생님께서 교내백일장에 참가하라고 권유한 것이 처음 글을 쓰게 된 동기가 된 것 같습니다. 그 후 학교에서 제법 알려지게 되었고, 그 당시에는 펜팔이 한창 유행했었는데 조숙한 친구들이 저한테 점심시간이면 빵을 사주거나 우동 한 그릇을 사주면서 연애편지를 써 달라고 부탁하곤 했어요. 그 때 전 도시락도 못 쌀 형편이었는데 꼴난 재주 덕분에 우쭐한 사춘기를 보냈지요. 첫사랑을 경험하는 그 나이 때에는 밤을 새워 연애편지를 써 본 경험이 있잖아요. 본래 저의 꿈은 국문학을 하고 싶었지만, 지독한 가난 때문에 공학을 전공하게 되었고 그 후 글쓰는 일은 장롱면허처럼 까마득하게 잊고 있다가 1999년 [오늘의 문학]에 시 부문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하게 되었습니다.
-김: 등단경력이 10년이 넘으셨고, 그간 작품도 많이 내신 걸로 알고 있는데, 본인 시중에서 가장 아끼는 시를 꼽으라면 어떤 시를 꼽을 수 있을까요?
-권: 모든 작품들은 나름대로 태생적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등단시 중 “가난”이라는 시를 좋아합니다. 내 등에서 내려놓을 수 없었던 질곡같은 가난이, 세상이, 아버지가 고향이 모두 눈물일 수 밖에 없었던 내 젊은날의 절망과 탄식, 그러나 그 허기진 가난이 오늘의 나를 지탱해 준 삶의 성장동력이 되었지요.
어미의 메마른 젖이었다
아비의 기침소리였고
석 달을 자란 수염이었다
열 아홉 나이에 집을 나간
아우의 얼굴이었다
__“가난”의 시 전문
-김: 문단에 훌륭한 문인들이 많지만, 특히 좋아하거나 존경하는 문인이 있다면 어떤 분을?
-권: 글쎄요, 자연과 선(禪)을 소재로 그림으로 시를 쓰는 이철수님과 섬진강 시인 김용택 님을 들고 싶은데 모두 다 훌륭한 분들입니다.
-김: 권시인님은 환경운동가로도 알려져 있으신데, 환경운동은 언제부터 시작하셨는지요?
-권: (주)푸른환경을 창업하고, 1990년 대학강단에 서면서 부터지요. 그 당시 대전대학교 장 원 교수, 교차로 박권현 대표, 배인학원 간호진 이사장, 임상순 변호사 등 몇몇 분이 뜻을 모아 배달환경연구소를 만들고, 대전에서는 처음으로 지역환경을 살리고 지키기 위한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김: 문학인으로써 환경시를 쓰는 이유와 중요성, 자부심, 긍지 등을 피력한다면?
-권: 제가 꼭 환경시를 쓰는 것만은 아닙니다만, 시에는 작가 자신의 개성과 철학적 사유가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난 30여년간 환경을 업(業)으로 살아왔습니다. (주)푸른환경을 창업하고 대학강단에서 또는 환경운동가로서 열정을 쏟으며 지금도 환경부 홍보교육강사로서 미련스럽게 환경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 나를 지탱해준 환경이 오염되고, 특히 4대강 개발 등 우리의 아름다운 강이 또는 자연이 파괴되는 것을 지켜주지 못하는 자괴감 때문에 이제부터라도 진짜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용서해달라고 고해성사하는 마음으로 환경시를 쓰고 있습니다.
-김: 문학과 환경운동에 대한 공통점과 다른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권: 분명한 건 문학이든, 환경운동이든 우리 삶의 일부지만, 스스로가 선택해야 하는 공통점이 있지요. 우선 열정이 있어야 합니다. 열정은 곧 에너지이지요. 에너지가 충만해야 좋은 작품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즉, 불광불급(不狂不及)해야 합니다. 그러나, 문학에서는 자신이라는 명분(名分)이 우선될 수 있지만 환경에서는 우리라는 대의(大義)가 필요합니다. 출발점이 서로 다른 거지요. 그러나 결국은, 문학과 환경의 궁극적인 목표는 건강한 세상을 만들고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한 삶의 질을 높이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자신의 환경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한다면?
-권: 저는 늘 환경은 생명의 조형언어라고 강조합니다. 지구온난화 문제는 세계의 금융위기, 유가상승, 식량위기와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직면한 가장 큰 환경문제입니다. 이제 시간이 없습니다. 환경문제의 해결은 지식의 차원도 아니고 환경운동가의 몫도 아니지요, 우리 모두가 환경오염은 나와는 무관하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김: 정치에도 도전했었다고 들었는데, 향후 환경운동가 및 문학인으로서 혹 정치에 뜻은 없으신지요?
-권: 제가 2006년 열린우리당 후보로 동구청장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이런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아편같은 유혹이었다. 인사치레로 그냥 지나가는 말로 한번 출마해보라는 말에 홀라당 넘어간 건 아니지만 열심히 산다고, 착하게만 살아왔다고, 세상사 뜻대로 되는 게 아니란 걸 진즉에 알아봤어야지. 사주팔자에 관운이 없으면 논두렁 정기라도 타고 났어야지. 야, 이 쑥맥아”
많은 상처와 성찰의 시간을 가졌지만 제 인생에서 소중한 경험을 하였지요.
-김: 현재 하고 계신 환경사업의 내용과 (주) 푸른환경에 대해서, 그리고 요즘 근황에 대해 말씀해 주시지요.
-권: 1986년부터 환경사업을 시작했으니까 벌써 25년이 되었네요. 저희 회사에서 하는 일은 환경오염방지시설 설계시공업, 국소배기장치, 자가측정대행, 환경관리대행, 환경관련인허가대행, 환경성검토 등 공장설립에 대한 환경컨설팅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주로 회사에 출근하여 책을 읽고, 글도 쓰고 있고, 대전로타리클럽 회원으로 봉사활동도 하며, 환경부 홍보교육강사로 시민단체, 군부대, 초.중.고등학교에서 환경에 대한 중요성과 지구온난화를 위한 환경보전 특강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그 외 문학활동과 대전과학고, 충남대학교 장학재단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에 환경을 주제로 한 ‘지구 온난화, 바람나다’ 라는 이색 시화전을 개최한 적이 있는 권시인은 지금도 경실련, 녹색연합, 대전환경운동연합 회원으로 후원자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환경에 대한 관심과 노력은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물론 시 쓰는 작업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문인화 작가인 아내와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는 그는 현재 환경을 주제로 한 시집 출간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그가 쓰는 글이 모든 이에게 청안(靑安)함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며 특유의 맑은 웃음을 지었다. 앞으로의 더 큰 활동을 기대해 본다.
_ 대담, 글 / 김춘경(시인)
<이산 권득용 프로필>
* 1955년 경북 문경 출생. 시인
* 충남대 졸업, 대전대 환경대학원 공학박사
* 1999년 오늘의 문학 신인상 등단(시부문)
* 경력: 자연을 사랑하는 이들의 모임 회장, 도시정책포럼 공동대표,
대전대, 한밭대, 건양대학교 겸임교수 및 외래교수
* 현재: 대전문인협회 이사, (사)문학사랑 문인협회 이사.
대전과학고 소야 장학재단 이사, (주)푸른환경 회장,
충남대 총동창회 부회장, 환경부 홍보교육 강사
* 수상: 환경처장관상(1990), 대일비호대상(1996),
환경 인물사전 등재(1997), 대전광역시 환경상(1998),
문학사랑 인터넷문학상(2007), 대전예술발전 공로상(2008),
진로문학상(2008) 등 다수
* 저서: 환경행정 관리실무(1997),
시집 ‘권득용의 러브레터’, ‘아버지, 인연의 아픈 그 이름이여’,
칼럼집 ‘자연은 때를 늦추는 법이 없다’ 출간
* 그 외 개인 시화전 2회 개최
첫댓글 이산 친구 동구문학회 회장 맡아 더 바쁘겠지요.
권득용 시인님 좋은 일 하시고 바쁜 일과에 박수 칩니다
언제나 욜시미 하신 이산님, 대단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