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 월여산
눈앞에 펼쳐진 합천댐…파란 물감 풀어 놓은 듯
국제신문 기사 입력일 : 2015-03-18
최정현 기자 cjh@kookje.co.kr |
- 산 아래 마을과 정상 기온차 심해
- 등산길 응달진 곳 아직 얼음 남아
- 바람도 매서워 외투 꼭 챙겨 가야
- 신기마을 주차장 농로 따라 출발
- 20여분 오르면 폐허 마을 지나쳐
- 칠형제바위봉 산 아래 전경 장관
- 정상 찍고 2·3봉서 합천댐 조망
- 하산길 넓은 평원 철쭉 군락 이뤄
- 산행거리는 10㎞…4시간 반 소요
산행 장소로 이동하는 승용차의 차창을 통해 보이는 산의 모습이 빠르게 봄옷으로 갈아 입어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봄으로 다가가고 있다. 그렇지만 지난주 경남 거제 북병산에서 처럼 산의 봄맞이는 상대적으로 더딘듯 하다. 산밑은 봄이 완연하지만 산위로 올라갈수록 아직은 겨울에 가깝다고나 할까. 제법 따스해진 햇살에 고무돼 산행에 나선 등산객은 '초봄 산행'의 위험성을 한시도 잊으면 안된다. 등산로에 숨어 있는 얇은 얼음이나, 얼었다 녹은 땅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항상 조심해야 한다. 또 보온을 위한 외투도 봄산행에서 빠뜨려서는 안되는 필수품이다.
근교산팀의 이번 산행지는 경남 거창군 신원면 월여산. 거창은 경남 서북부의 가장자리에 자리잡고 있고 전라도와 경상남북도를 함께 접하고 있다. 거창에서 맨 아래쪽인 신원면은 남쪽으로는 산청군, 동쪽으로는 합천군과 맞닿아 있다. 월여산은 합천군의 황매산(1108m)에서 북으로 이어지던 능선이 거창군 신원면에 이르러 빚어진 산이다. 높이는 해발 862.6m, 3개의 봉우리로 이뤄져 있어 삼봉산으로도 불린다. 마고할미 박랑의 외동딸 월여가 살았다 하여 월여산이라 이름 붙여졌다는 전설도 있다. 월여가 용이 사는 연못에서 목욕을 자주 했는데, 하늘나라 옥황상제의 아들 일야가 이를 보면서 월여를 짝사랑했지만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눈물을 흘리면서 이곳에 비가 되어 내린다고 하는 얘기도 있다. 가뭄이 들면 월여산 정상에서 기우제를 지내는 것도 이 전설에 따른 것이다.
신기마을에서 출발해 옛 원만마을~칠형제바위봉~정상(1봉)·2봉·3봉~철쭉군락지~삼거리갈림길을 돌아 출발지도 되돌아오는 산행이다. 산행 거리는 10㎞, 산행 시간은 휴식시간을 포함해 4시간30분 쯤으로 잡으면 된다.
■정상 근처는 아직 한겨울 그대로
신행 출발 장소는 거창군 신원면 구사리 신기마을이다. 마을 뒤쪽 터에서 새로 옮겼다고 해서 신기(新基)마을이다. 사방이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산골 마을이다. 마을에 대형버스도 주차가 가능한 주차장이 있다. 여기서 산행에 나서면 된다. 마을 뒤쪽으로 펼쳐진 산이 월여산이다. 주차장에서 계단식 논 사이로 난 '시멘트 농로'를 따라 산으로 올라가면 된다. 시멘트 농로가 2개 있는데 10분쯤 걸어가면 '등산로 입구'라는 표지판이 있는 곳에서 만난다. 농로를 따라가다보면 잘 생긴 정자나무 한 그루도 만나게 된다. 시멘트 농로를 10여분 더 올라가면 옛 원만마을이다. 원만마을은 1974년 태풍에 휩쓸려나가면서 폐허가 됐고, 주민들은 산 아래 신기마을로 이주했다고 한다. 지금은 무너진 돌담 일부만 남아 집터였음을 짐작케할 뿐이다.
원만마을 끝지점에 등산로는 오른쪽이라는 이정표가 있다. 오른쪽으로 꺾으면 계곡이고, 계곡을 건너면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계곡 사이사이로 아직은 꽤 두꺼운 얼음이 얼어 있지만, 물소리에서 전달돼오는 감각은 차갑지만은 않다. 본격 산행이 시작되자마다 가파른 길을 올라야 한다. 가파른 오르막을 포함해 30분쯤을 열심히 올랐을때 만난 쉼터가 적잖이 반가웠다. 그런데 신기마을을 내려다보며 크고 작은 바위 여러개가 줄지어 선 모습이 눈길을 끈다. 이른바 칠형제바위봉이다. 그러고 보니 일렬로 늘어선 바위 숫자가 일곱개다. 바위 사이로 내려다보니 신기마을을 포함해 산 아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벌써 꽤 높은 곳까지 올라온듯 했다. 근처 산골짜기를 넘어 불어오는 바람의 기세가 제법 매섭다. 얼마 쉬지 못하고 걸음을 옮겨야 했다.
■활짝핀 철쭉 상상하며 하산
칠형제바위봉에서 10분쯤 더 올라가니 추모공원으로 가는 길과 나뉘는 삼거리다. 월여산 주능선에 진입한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산이 겨울옷을 그대로 입고 있는 듯 했다. 군데 군데 녹지 않은 눈이 그대로 있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한참동안 걸어가자 정상까지 300m 남았다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출발했던 신기마을의 모습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정상 근처로 다가가자 암릉이다. 암릉에는 등산객이 오르기 쉽도록 나무 데크 계단이 설치돼 있다. 정상에서는 조망이 별로다. 조금 떨어진 곳에암벽으로 된 2, 3봉으로 가자 신기마을은 물론이고 뒤쪽의 합천댐도 잘 보였다. 파란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합천댐의 전경이 인상적이다. 3봉을 내려오니 널따란 평원에 철쭉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매년 5월에 열리는 철쭉제를 앞두고 아직은 봉오리를 머금고 있지만, 활짝핀 철쭉을 상상하며 걸으니 즐겁다.
철쭉 군락지를 지나면 또 한번 삼거리를 만나는데 왼쪽으로 꺾어 내려가는 길을 잡았다. 급경사길이다. 군데군데 언땅이 녹아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면 안된다. 1시간쯤을 부지런히 내려가면 원만마을을 만나고, 여기서는 왔던 길을 30분 정도 가면 된다.
신원면은 이른바 거창양민학살사건의 아픔을 간직한 곳이다. 돌아오는 길에 2004년 준공된 거창사건추모공원을 한번쯤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 교통편
- 거창터미널서 신원행 군내버스
- 원점회귀 코스 자가용 이용 편리
경상남도 거창군 신원면 구사리 월여산 산행은 신기마을에서 시작한다. 대중교통은 부산서부터미널에서 거창시외터미널을 거쳐 신원행 군내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원점회귀 산행이라 자가 운전도 편리하다. 대중교통편은 부산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거창행 직행버스를 이용한다. 오전 7시05분, 8시20분. 9시25분, 10시30분에 출발하며 요금은 1만3800원. 거창시외터미널에서 신원방면 군내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터미널을 나와 왼쪽으로 가다 중앙교 다리를 건너 중앙시장 안에 있는 성원빌딩 앞 군내버스정류장에서 신원방면 버스를 탄다. 오전6시30분 첫차를 시작으로 매시 50분에 출발하며 구사·신기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월여산 산행을 끝낸 후 구사·신기버스정류장에서 거창행 군내버스는 매시 정각에 정류장 앞을 지난다.
자가운전은 남해 고속도로 진주분기점에서 대전·통영간고속도로로 바꿔 대전방향으로 달리다 산청 톨게이트를 빠져나온다. 친환경로 산청(차황) 방면으로 좌회전 한 다음 경호교를 건너 진주(함안)방향으로 좌회전하여 산청교차로 굴다리를 지나 신원방면 59번 도로를 탄다. 황산삼거리에서 신원(봉산)방면으로 좌회전. 과정삼거리에서는 신차로 묘산(거창)방면 우회전한 뒤 2.5㎞쯤 이동하여 구사·신기버스정류장에서 좌회전하면 곧 신기마을 주차장에 닿는다. 내비게이션 원평마을회관(신기마을 주차장 옆) 입력.
문의=스포츠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월여산
위치 : 경남 거창군 신원면 구사리 , 대현리, 와룡리 삼각점에 경계
삼봉산(863m)은 이름처럼 세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옛날에는 달맞이를 하던 곳으로 월영산이라고 불렸고, 비가 오지 않는 해에는 동네 사람들이 모여 밝은 달 아래서 풍년을 기원하며 기우제를 지냈기도 했던 곳이다. 삼봉산은 마고할미 박랑의 외동딸 월여가 살았다하여 월여산이라 전설도 내려오고 있다. 용이 사는 연못에서 월여는 목욕을 자주 하였는데, 옥황의 아들이 이를 보면서 월여를 짝사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눈물만 짓다가 바로 이 눈물이 비가 되어 내렸다고 한다. 기우제를 지내는 것도 이 전설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삼봉산이 이처럼 소원을 비는 산으로 유명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무학대사가 닭이 알을 품은 ‘금계포란형’이라 하여 해동 제일의 명당으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가슴에 간절한 소원을 품고 이곳을 찾고 있다. 북으로는 감악산, 동으로는 소룡산과 악견산, 금성산, 남으로는 황매산, 서쪽으로 갈전산과 바랑산으로 둘려 싸여 있어 그야말로 명당다운 명당이라고 할 수 있다. 월여산 정상 부근에는 기암괴석과 어울리는 10ha의 철쭉군락지를 조성하여 5월 초 개화기에는 장관을 이룬다. 신원면 주민자치센터에서는 매년 철쭉제 및 면민안녕 기원제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거창 월여산 산행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