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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회(URI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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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 낭송시 스크랩 우리詩 2월호와 청매
홍해리洪海里 추천 0 조회 79 15.02.05 11:19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우리詩 2월호가 나왔다. 김소월의 ‘만리성’을 내세우고, 남대희 시인의 권두에세이 ‘201동 비둘기, 성북동 비둘기’로 이었다. ‘신작詩 15인 選’은 김석규 조병기 주경림 박정래 권혁수 민문자 오혜경 박영배 조경진 조성순 최재경 남정화 박동남 성숙옥 양현주의 시로 꾸며졌다.

 

  ‘시지 속 작은 시집’은 차영호의 ‘수평선 모텔’ 외 8편과 유진의 해설을, ‘테마가 있는 소시집’은 오명의 ‘이명’외 9편과 시작노트를, ‘시 감상 시집 해설’ ‘시인이 읽는 시’는 김명희가, ‘시집 해설’은 박수빈이 썼다. 그리고 조영임의 ‘한시한담’, 양선규의 ‘인문학 스프’, 이재부의 ‘수필 산책’으로 마무리 지었다.

 

  이제 입춘이 되었으니, 매화도 자연스럽게 보인다. 저 꽃받침의 초록을 받아 파랗게 보이는 청매와 함께 싣는다.

   

 

♧ 형씨*刑氏 마을에서 - 김석규

 

하늘 아래 가래나무 잣나무 뽕나무 울창히 뻗어

나무 찍는 도끼소리로 날 저무는데

굵기가 한두 움큼이면

원숭이를 매는 말뚝으로 쓰고

세 아름 네 아름이면

도리로 깎아 집 짓는데 얹고

일곱 아름 여덟 아름의 나무

지체 높고 돈 많은 사람 널감으로 베어가고

언제나 쓸모 있는 재목은 도끼날에 찍혔으니

괜찮다 싶으면 꼭 우환이 따르기 마련

천명을 다 채우고 간다는 건 썩 어려운 일인데

 

---

* 장자莊子 비인간세非人間世 송宋나라 때의 마을 이름

   

 

♧ 시에게 - 조병기

 

경기도 파주 삼릉 근처에 가면

흰 백송 몇 그루가 서 있다

가을 하나가 뚝 떨어지니

그 소나무가 솔잎을 물들이던가

햇볕과 구름이 하늘에 그려놓은 수채화 한 폭

감기는 앓을 만큼 앓고 나야 하고

감도 익을 대로 익어야 홍시가 된다

사춘기 떫은 사랑도 밤새고 나니

익을 대로 익었으리니

백송 당신이 부처님이십니다

   

 

♧ 하나도 안 변했구나 - 권혁수

 

고등학교 동창생 부친 상가에서 동창생을 만났다

주름진 얼굴을 만났다

코가 빨간 대머리를 만났다 머리털이 하얀 허풍쟁이

늙은이를 만났다

 

-야, 너 하나도 안 변했구나?

 

여전히 목소리 큰 녀석을 만났다

목살 두꺼운 산돼지를 만났다 긴 꼬리 구렁이를 만났다

낡은 레코드판 돌리듯 앵무새를

만나

또 그 소리를 들었다

 

-너 요즘도 시 쓰냐?

   

 

♧ 참 멋진 사람 - 민문자

 

미소 띤 얼굴로 다정히 인사도 건네시고

몸 튼튼 마음 튼튼 남의 건강도 살피시며

인생사 진지한 문제도 멋스러운 유머로

필요한 때에 적절한 말씀 즐겁게 이야기해

늘 진리와 지혜, 참 삶을 가꾸시는 사람

 

시낭송이나 세레나데도 수준급이어서

그를 만나면 이유 없이 기분 좋아

한밤중에도 전화로 목소리 듣고 싶은

먼 나라에 한 보름쯤 함께 여행하면서

카메라 렌즈에 담고 싶은 바로 당신

 

참 멋진 사람

   

 

♧ 그믐치 - 박영배

 

설날 새 옷 하나 얻어 입으라고

싸리 눈은 빗속을 뚫고 내린다

떡국은 이때 먹어야 제맛이고

웃자란 보리는 자근자근 밟아야 한다고

목련 가지 사이로 퍼붓는다

 

엄니는 목포로 설 장 가시고

나는 돼지 뒷다리가 펄펄 끓는 아궁이에

솔가지 몇 개를 아궁이 속에 집어넣는다

시뻘건 불길이 깊숙이 빨려 들어가

굴뚝을 타고 솟아오르면

초가지붕이 나지막이 엎드려 몸을 녹인다

 

섣달그믐,

올해도 그믐치는 내 옆구리를 시리게 하고

뒤엉킨 기억에서 벗어나라 한다

설마 했던 사람이 뭍으로 가겠다고

차가운 눈빛으로 내 영혼을 찢어버리던 날

그를 잡을 용기가 없어 됫병 소주를 들이켜며

빗나간 세월만 잡고 살았다

 

오래전 일을 그믐치는 잊지 않고 있나 보다

가마솥은 펄펄 끓고, 나는 막걸리 한잔을 따르며

엄니가 사 오실 두툼한 잠바를 기다린다

밖은 하얀 눈꽃 세상이 되어가는데

   

 

♧ 초록별 - 최재경

 

논산 벌곡 사정리에 살 때

물 건넛마을에 사는

비구니 스님하고 알고 지냈는데

마당에 염주나무를 심어놓고

가을에 놀러 가면 염주를 털어 달라 했지

나는 일꾼처럼 나무에 올라 흔들라치면

스님은 저고리를 벌리며 소리를 질렀지

위에서 내려다보면

파르르 하얀 머리와 고무신이 나비가 되어

이리저리 날아다녀 어지러웠고

대낮인데도 초록별이 나타나 반짝이곤 했었지

 

집에 가는 길이 심심할까 봐 따라와서는

아이처럼 깡총

손잡아주며 징검다리 건넜지

환하게 웃으며 돌아서는 얼굴이

초록별을 막 다녀온 천사 같았지, 그랬었지

나 거기서 사정하며 살 적에.

 

 

♧ 그 바다 - 양현주

 

  새벽녘, 트럭이 가게 앞에 멈추자 모자를 눌러쓴 사내가 퍼득이는 바다를 날랐다 수산유통 김씨가 안내해 준 좌판에 바다를 풀자 아가미 속에서 모래알이 쏟아진다 참 무거운 짐이었을 것이다 살아오면서 그는 얼마나 많은 모래를 입 안 가득 담고 살아온 것일까 미처 꺼내놓지 못한 알갱이가 내장에서 서걱거리고 배를 가르자 비린 냄새가 진동을 한다

 

  죽는다는 것은 다른 생을 사는 것이다 그는 그것을 알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몸이 말라가는 느낌, 그 느낌을 그는 좋아했다 바다가 고향인 그의 몸에서 비린 냄새가 난다는 것을 그는 모르고 있었다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일이며, 낮게 숙여야만 생존하는 그 세계에서 행복이란 좀처럼 드문 일 이란 것을 그는 이제야 안다

 

  육지에도 이따금 바다 바람이 찾아와 친구가 된다 그는 다시 태어났다 이제 스스로 바다가 되려한다 바다에는 수많은 물고기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는 지금 항해중이다

   

 

♧ 하루살이 - 홍해리

    - 치매행致梅行 * 83

 

하루살이에게는

하루가 천년이니

하루 살이가 얼마나 멀고 무거우랴

먹지도 않고

똥도 싸지 않고

하루 종일 날기만 하다

알만 까고 죽는다.

날개가 다 타서

더는 잉잉대며 날 수 없을 때

우주의 천년은 얼마나 짧은 것인가

하루에 천년,

천리를 가는 것이 부끄러워

미치도록 떼를 지어 나는

저 하루살이 떼!

 

사랑은 왜 이렇게 고달픈 것인가?

인생은 왜 이렇게 애끓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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