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담하지 아니하시는 주님
이사야 42:1~4
요절:“그는 쇠하지 아니하며 낙담하지 아니하고 세상에 정의를 세우기에 이르리니 섬들이 그 교훈을 앙망하리라”(이사야 42:4)
찬송가 150장(갈보리 산 위에)
오늘 본문 말씀은 이사야 선지자를 통하여 장차 오실 그리스도의 사역에 대한 예언 말씀입니다. 이 예언 내용을 보면 그리스도께서 장차 오셔서 그의 사명 정의를 온 세상에 세우는 것을 마치려 할 때까지 곧 세상의 구원을 이루는 그의 사명을 마치려 할 때까지 낙담하지 아니할 것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낙담하다’는 단어는 사람의 정서와 관련된 말씀입니다. 지치고 낙심하고 풀 죽고 포기하는 마음을 가리킵니다. 히브리어 단어로 ‘라차츠’라는 이 단어는 기본적으로 ‘부스러뜨리다, 억압하다, 산산히 깨뜨리다’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나와서 ‘억압하다’, ‘학대하다’, ‘상하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 말씀에서도 3절에 “상한 갈대를 꺽지 아니하며”라는 문장에서도 사용된 바 있습니다. 이사야 선지자는 상한 갈대와 같은 애굽을 의지하는 자는 실패와 큰 손해를 볼 것이라고 말씀하기도 했는데, 그 때에 ‘상한’이라는 단어가 오늘 쓰인 단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단어는 눌리고 억압되고 상하고 지친 심령의 상태를 표현하는 말로 쓰인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 말씀에서는 장차 오실 그리스도는 온 세상을 구원하시는 그의 뜻을 이루어가시기까지 당하는 이런 저런 곤란과 실망스러운 일들을 당할지라도 결코 그 마음이 산산히 부서뜨림을 당하지 아니하고 좌절하지 않고 이겨내고 그 사명을 완수한다는 예언이기도 합니다. 그리스도 자신이 이렇게 상하고 고통스러운 일들을 겪으면서 상한 심령이 되었기에 상한 갈대와 같은 사람들을 꺾어버리지 않으며 꺼져가는 등불과 같이 심령이 쇠약한 사람의 마음을 꺼뜨려버리지 않고 붙들어 주실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구주께서 이 땅에서 사역하실 때에 얼마나 많은 감정적인 상처를 받으셨는가를 회상해볼 때에 우리와 동일한 감정을 가지신 분으로서 어떻게 그런 상처와 아픔을 감내해가셨는지 생각하면 애틋함과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수님은 그 마음이 돌같은 마음을 가진 분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해서 마음이 견고한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사람들의 말과 생각에 굉장히 민간하셨습니다. 나사로가 죽어서 무덤에 묻힌 지 나흘이 지났을 때에 베다니에 도착하여 동네밖에서 마르다를 만나고 마리아를 기다릴 때였습니다. 마리아가 예수님이 밖에서 기다리신다는 말씀을 듣고 마리아가 황급하게 집에서 언니를 따라 예수님께 나아가서 그 발 앞에 엎드려 울면서 말합니다.
“주께서 여기 계셨더라면 내 오라버니가 죽지 아니하였겠나이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마리아가 우는 것과 함께 유대인들이 우는 것을 보시고 심령에 비통히 여기시고 불쌍히 여겨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나 유대인들이 그것을 보면서 말하기를
“보라 그를 얼마나 사랑하셨는가”
라고 말하였습니다. 그 중에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맹인의 눈을 뜨게 한 이 사람이 그 사람은 죽지 않게 할 수 없었더냐”
라고 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듣자 다시 속으로 비통히 여기시면서 나사로의 무덤으로 가셨다고 사도 요한이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듯 사람의 슬픔에도 함께 아파하시고 함께 눈물 흘리시며 예수님께 섭섭한 말을 했을 때에도 그냥 모른 채 하지 않고 속으로는 아파하시고 속상해하시는 감정적으로 민감하신 분이신 것입니다.
그러니 예수님께서 지상에서 사역하실 때에 얼마나 자주 그리고 얼마나 많이 그 마음이 상하셨을까요? 초창기부터 예수님께서는 자기 백성들로부터 비방과 멸시의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유대인들은 그를 향하여 “사마리아 사람이라”, “귀신들렸다”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곤 하였습니다. 안식일에 고생한 사람들을 고쳐주면, 도리어 그들은 예수님께 일할 날이 엿새나 있지 아니하냐 왜 안식일에 병을 고치느냐고 냉정한 마음으로 비난을 퍼붓고 속으로 죽일 마음을 품곤 하였습니다.
제자들 역시 예수님의 마음을 상처 주는 일이 많았습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러 올라가신다는 말을 할 때마다 제자들은 그 말을 귓전으로 흘려 듣곤 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셔서 죽이실 것이라는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예수님께서 이번에 올라가시면 왕이 되실 것이라고 상상하면서 자기들의 서열 정리하는 데 분주했습니다. 그리하여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가시는 길에 먼저 앞서 가시고 제자들은 뒤에서 서로 우리 중 누가 서열 1위냐고 서로 다투곤 하였습니다. 참으로 철부지 제자들이었습니다. 그런 제자들 때문에 예수님은 마음이 늘 상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잡히시기 전날에 이러한 예수님의 내면의 불안과 슬픔과 두려움은 거의 폭발 직전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그 날 밤에도 서로 다투었습니다. 그 중에 제자 한 사람 가룟 유다는 예수님을 은 삼십 냥에 팔어넘기기 위하여 예수님의 위치를 고발하려고 어둔 밤길을 달음질하여 대제사장의 집 대문을 두드렸습니다. 예수님께서 남은 제자들에게 앞으로 있을 일을 만하면서 제자들에게 “목자를 치리니 양들이 흩어지리라”는 스가랴서 13:7 말씀을 인용하여 제자들이 다 흩어질 것을 말하였을 때에, 베드로는 자기는 절대로 예수님을 떠나지 않겠다고 큰 소리쳤습니다. 죽는데도 옥에도 함께 가겠다고 큰소리쳤습니다. 다른 제자들도 다 그렇게 장담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이후에 그들은 그날 밤 예수님이 잡히시자 자기 혼자 살겠다고 예수님을 대적의 손에 버려두고 다들 어둠 속으로 도망치기 바빴습니다.
그 날 밤 예수님께서 겟세마네 동산으로 내려가 기도하려 하실 때에 그의 심령이 심각한 괴로움에 붙잡혔습니다. 마태복음 26:36 이하의 말씀을 보면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에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겟세마네라 하는 곳에 이르러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내가 저기 가서 기도할 동안에 너희는 여기 앉아 있으라 하시고 베드로와 세베대의 두 아들을 데리고 가실새 고민하고 슬퍼하사 이에 말씀하시되 내 마음이 매우 고민하여 죽게 되었으니 너희는 여기 머물러 나와 함께 깨어 있으라 하시고 조금 나아가사 얼굴을 땅에 대시고 엎드려 기도하여 이르시되 내 아버지여 만일 할 만 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하시고 제자들에게 오사 그 자는 것을 보시고 베드로에게 말씀하시되 너희가 나와 함께 한 시간도 이렇게 깨어 있을 수 없더냐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기도하라 마음에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 하시고”(마태복음 26:36~41)
여기서 예수님의 감정이 심히 쓰라리고 두렵고 슬프고 힘들어 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야말로 그의 마음은 지금 가루처럼 부서지고 으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한 압박감에 시달리면서 예수님은 제자들의 기도의 도움을 혹시나 바랐지만 제자들은 쿨쿨 깊은 잠을 자고 있었던 것입니다.분명코 예수님은 자기 앞에 닥쳐온 십자가의 시련을 홀로 감내해야 하는 깊은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오직 하나님 아버지 앞에 엎드리고 또 엎드려서 하나님께 세 번이나 기도하면서 은혜를 구할 때에 그의 땀이 피 방울처럼 되어 땅바닥에 떨어질 정도였던 것입니다.
이처럼 예수님은 수많은 감정적 고통을 겪으셨습니다. 그의 심정은 자주 흔들리고 부서지고 짓이겨졌습니다. 예수님도 큰 소리로 울었고 아팠고 두렵고 외로우셨습니다. 사랑하는 자기 백성의 야멸찬 거부에 상처 받았고 사랑과 신뢰를 베풀었던 제자들에게 배신당하여 가슴이 부서졌습니다. 믿었던 친구에게 버림받은 아픔이 그의 마음을 부서뜨렸습니다.
대제사장 안뜰에서 심문받으실 때에 바깥 뜰에서 그 집 여종과 남종들 앞에서 세 번이나 예수님을 모른다고 저주하며 맹세까지 하는 베드로의 말을 안뜰에서 들으신 예수님께서 고개를 돌려 베드로를 바라보실 때 예수님의 마음은 어떠하셨을까요? 참으로 예수님의 마음은 슬픔과 고통, 외로움과 아픔이 말로 다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 구주 예수님은 아버지께서 맡겨주신 사명을 끝까지 감당하시려고 그 험하고 외롭고 슬프고 고통스러운 십자가의 길을 하나님께 기도함으로 상한 마음을 달래면서 끝까지 올라가신 것입니다. 엘리야처럼 로뎀 나무 아래 쓰러져 족하오니 데려가달라고 청할 수도 있었건만 예수님은 끝까지 낙담하지 아니하고 모든 감정적인 부서뜨림의 상처를 안고 그것을 추스르며 앞으로 나아가셨습니다.
그러기에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이여, 주님 자신이 이처럼 지극히 큰 고통으로 마음이 상하고 깨어지고 부서진 경험이 있기에 주님은 지금 우리의 슬픔과 두려움과 고통과 외로움을 깊이 공감하십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힘들고 아프고 외로울 때에, 사람의 배신으로 마음이 치가 떨리고 아플 때에 세상에 자신 혼자 버림받은 것처럼 슬플 때에 세상에 아무도 우리 마음을 몰라준다고 낙심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런 슬픔을 이미 깊이 겪으신 우리 주님이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 주님 앞으로 나와 우리 마음을 털어 놓읍시다. 주님께서 상한 갈대를 꺾지 않으십니다.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아니하십니다. 그리하여 우리 상한 마음, 꺼져갈 듯 지친 마음을 붙잡아주시고 위로하시어 우리 마음의 심지에 다시 불이 힘있게 타오르게 해주실 것입니다. 고난 중에도 끝내 낙담치 아니하시고 사명의 길을 끝까지 걸어가신 주님께서 우리를 이 세상의 모든 시험 중에 우리를 끝까지 위로해주시고 소망과 힘을 주사 앞으로 나아가게 하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