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짚모자 노무현
―故 노무현 前 대통령 12주기에 부쳐
정민기
밀짚모자를 썼지만
진정 허수아비가 아니었던 당신,
기어이 당신의 가는 길에
묵묵히 엎드려 주었던 봉화산 부엉이바위
날아오를 것 같은 그 모습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당신은 끝내 돌아올 수 없는
그곳, 깊은 주름살 펴려고 가셨군요
어둡고 두려운 벽 하나를 뚫듯이
당신 가시고 어느덧 12년, 그동안
강산 한 번 변했다 한들 변한 것은 없네요
영원한 대통령이시기 전에
우리들의 영원이 되어 주려고 한 당신,
날아오를 듯한 비상한 그 몸짓
행동으로 보여주셨습니다
부엉이가 날아간 바위는 이제
더는 부엉이가 내려오지는 않지만
가녀린 민초들을 사랑했던 당신
우리들은 오늘도 반드시 기억합니다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부엉이바위 저 하늘에
그렇게 가슴이 답답한 나머지 던진 한마디
구름 과자, 구름 과자 한 개만
당신 가셨던 오늘 구름 과자 드시는지
두둥실 떠오르는 구름 속에서
언뜻 밀짚모자 쓴 당신, 민들레 꽃씨처럼
기억 속에 흩날리고 있습니다
정민기 (시인, 아동문학가)
[프로필]
1987년 전남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 평지마을 출생
2008년 <무진주문학>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
2009년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시 부문)
경력 '사이버 문학광장' 시·동시 주 장원 다수 / 동시 1편 월 장원<책 기타>
수상 제8회 대한민국디지털문학대상 아동문학상,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입선
지은 책으로 시집 《산책하기 좋은 비치힐 펜션》 등, 동시집 《콩자반에는 들어가기 싫어요》 등
동시선집 《책 기타》, 시선집 《꽃병 하나를 차가운 땅바닥에 그렸다》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수상시집 《여가 진도여》(공저)
전남 고흥군 봉래면 신금리 원두마을 거주
e-mail : jmg_seelove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