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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교구 사제 157명 시국선언… 국정원 특검 요구
▲ 의정부교구 사제 157명이 4일 주교좌 의정부성당에서 국정원 선거 개입 관련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한수진 기자
천주교 의정부교구 사제 157명이 4일 오후 7시 주교좌 의정부성당에서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이로써 군종교구를 제외한 전국 15개 교구 전체에서 사제 시국선언이 발표됐다. 현재까지 시국선언에 참여한 천주교 사제의 수는 2,124명으로, 전체 사제 4,835명(주교회의 온라인 주소록 기준) 중 약 43%에 해당된다. 수도회와 교구 시국선언에 참여한 수도자의 수도 5천여 명에 이른다. 오는 11일에는 천주교 평신도 1만인 시국선언이 예정돼 있다.
이날 미사에는 의정부교구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 400여 명이 참석했다. 미사를 주례한 김인석 신부(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장)는 강론에서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을 강하게 비판하며, 그리스도인들이 “거짓의 세력이 웃고 사는 세상의 협조자와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신부는 “민주주의, 말 그대로 국민이 주인인 나라에서 그 주인 된 행동의 기초요 핵심인 선거에까지 불법으로 관여하면서 국민 여론을 왜곡시켰다”고 국정원을 비판했다. 또 “요즘 국가 경영은 대통령이나 행정부에서 하는 게 아니라 국정원에서 하는 것 같다”고 국정원 사태에 대응하는 정부의 태도를 질책하기도 했다.
김 신부는 “그리스도께서 이 고을 저 고을 다니시며 기쁜 소식을 전하신 내용은 바로 진리였다. 아버지 하느님께서 마련해 두신 천상잔치에 참여하는 신분증이 바로 진리를 따라 사는 것이었다”고 성서의 가르침을 강조했다. 이어 미사에 참석한 신자와 사제, 수도자들에게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를 그저 바라만 보고 감상하며 눈물짓는 게 아니라, 주님의 길을 함께 걸어가자”고 당부했다.
▲ 4일 주교좌 의정부성당에서 국정원 선거 개입 관련 시국미사가 봉헌됐다. ⓒ한수진 기자
▲ 4일 주교좌 의정부성당에서 국정원 관련 시국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이 기도하고 있다. ⓒ한수진 기자
미사에 참석한 사제들은 성찬 전례를 마치고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사제들은 선언에서 “지난 7월 이후 시국선언을 이어오고 있는 형제 사제들의 숭고하고 결연한 뜻에 함께 하며, 처절히 짓밟혀 꺼져가는 민주의 불씨를 다시 살리고자 정의로운 연대의 길에 나서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가톨릭 사회교리를 들어 “지금 우리나라는 사적 이익이나 이념적 목적을 위해 국가권력을 독점한 폐쇄적 지배집단으로 전락한 불의한 정치권력이 참된 민주주의를 왜곡하고, 정치 권위의 주체인 국민을 억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부정과 범법을 일삼는 자들의 추한 모습이 드러날수록, 의로움에 굶주리고 목마른 국민들의 여린 촛불은 점점 거센 횃불이 되어 민주주의의 장도를 밝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제들은 시국선언을 통해 ▲특검을 통한 국정원 선거개입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불법공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국가정보원의 대통령선거 불법 개입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천주교 의정부교구 사제 시국선언문 “행복하여라,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그들은 흡족해질 것이다.” (마태 5,6) 우리는 일제 36년의 혹독한 시련, 남북분단과 동족상잔의 비극, 그리고 군사독재의 서슬 퍼런 탄압을 이겨내고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자본과 권력의 우상을 섬기던 불통의 정권은 국민을 기만하며 이 땅의 민주주의를 퇴보시켰습니다. 급기야 지난해 국가 최고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의 불법적인 대통령선거 개입과 이를 방조하고 이용한 정치세력은 이제 민주주의 자체를 질식시켜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이에 하느님의 모습을 지닌 존엄한 인간을 섬기며 이 세상에 정의와 평화 가득한 하느님 나라를 보듬어야 할 소명을 지닌 우리 천주교 의정부교구 사제 157명은 지난 7월 이후 시국선언을 이어오고 있는 형제 사제들의 숭고하고 결연한 뜻에 함께하며, 처절히 짓밟혀 꺼져가는 민주의 불씨를 다시 살리고자 정의로운 연대의 길에 나서고자 합니다. 국가정보원의 정치공작과 불법적인 대통령선거 개입, 이를 수사한 서울경찰청의 허위 발표, 자신의 범죄행위를 가리고 국민들을 호도하기 위한 국가정보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불법적 공개 등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상황은 권력에 눈먼 이들의 죄악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이에 더하여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원세훈, 김용판 두 핵심 증인의 증인 선서 거부와 이 사건의 또 다른 행위 주체로 의심받는 새누리당의 비협조와 조직적인 방해 등으로 아무런 결실 없이 끝남으로써, 정치적 민주주의의 회복이라는 희망을 여지없이 무너뜨렸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사적 이익이나 이념적 목적을 위해 국가권력을 독점한 폐쇄적 지배집단”(<백주년> 46항)으로 전락한 불의한 정치권력이 “모든 인간의 존엄, 인권 존중, 정치 생활의 목적이며 통치 기준인 공동선에 대한 투신과 같이 민주주의 발전에 영감을 주는 가치들을 확신 있게 수용한 열매”(<간추린 사회교리> 407항)인 참된 민주주의를 왜곡하고, 정치 권위의 주체인 국민(<간추린 사회교리> 395항 참조)을 억압하고 있습니다. 또한 “공동선을 위해 진실과 자유와 정의와 연대에 근거한 정보를 제공”(<간추린 사회교리> 415항)하여야 할 공적 언론들은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 오히려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림으로써 사회적 불의에 가담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하지만 4‧19 혁명과 5‧18 민주화운동, 그리고 6월 민주항쟁을 통해 죽음을 넘어 민주주의의 빛나는 승리를 체험한 우리 국민들은 촛불을 밝혀 들고 지금 이 시대의 어둠을 사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어둠 속에 감추어진 것들이 차츰 드러나고 있습니다.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입니다”(마태 10,26). 부정과 범법을 일삼는 자들의 추한 모습이 드러날수록, “의로움에 굶주리고 목마른”(마태 5,6) 국민들의 여린 촛불은 점점 거센 횃불이 되어 민주주의의 장도를 밝힐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어둠에 맞선 빛의 승리를, 거짓에 맞선 진실의 승리를, 불의에 맞선 정의의 승리를 장엄하게 노래할 날을 맞이할 것입니다. 그날을 향한 가슴 벅찬 또 한걸음을 내딛으면서, 우리 의정부교구 사제 157명은 다음과 같이 촉구합니다. 1. 특검을 통한 국가정보원의 대통령 선거 불법 개입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합니다. 1. 국가정보원과 새누리당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불법 공개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합니다. 1.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사태에 대해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죄하고, 재발 방지 대책과 국가정보원 개혁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힐 것을 촉구합니다. 2013년 9월 4일 천주교 의정부교구 사제 157인 강동진, 강승한, 강신모, 강주석, 강진구, 강한수, 고종향, 권찬길, 권혁동, 김경진, 김규봉, 김도연, 김도현, 김동수, 김동훈, 김동희, 김민철, 김민호, 김부섭, 김선용, 김성길, 김성수, 김승범, 김승연, 김승한, 김승훈, 김시용, 김연상, 김영욱, 김영철, 김오석, 김용석, 김우성, 김인석, 김재근, 김정일, 김종민, 김종성, 김종원, 김주용, 김준영, 김태수, 김학수, 김항수, 김현배, 김형근, 김효준, 남궁경, 남덕희, 노경득, 노주현, 도현우, 라병국, 류달현, 류동렬, 맹제영, 문형균, 민형기, 박규식, 박명기, 박민우, 박병주, 박성욱, 박재범, 박재석, 박철호, 배경민, 배존희, 변승식, 상지종, 서근수, 서기원, 서춘배, 성준한, 신기배, 신기훈, 신중호, 안성남, 안승관, 양경모, 양현우, 양형석, 여해동, 염동국, 오근, 오혁, 왕태언, 용하진, 원동일, 원재현, 유경재, 유병만, 윤석주, 윤종식, 이규섭, 이문호, 이문환, 이범주, 이상민, 이상진, 이상훈, 이승룡, 이승익, 이영재, 이용권, 이원희, 이은형, 이재정, 이재화, 이정우, 이정윤, 이정훈, 이종경, 이진원, 이충열, 이한수, 이해일, 이현섭, 이현승, 장경원, 장광훈, 장순관, 정석현, 정성훈, 정재웅, 정재호, 정현준, 조병길, 조성호, 조승균, 조지훈, 조진섭, 조해인, 지정태, 차풍, 최건봉, 최대환, 최민호, 최성우, 최용혁, 최인혁, 최재영, 최종운, 최찬영, 추교윤, 한곤, 한만옥, 한정수, 허영민, 허윤석, 허재석, 현우석, 홍기환, 홍상범, 홍석정, 홍승권, 황주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