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標識)
안전사고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른다. 오히려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곳에서 더 자주 발생한다. 안전한 곳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경계심이 느슨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곳일수록 표지가 필요하다. 표지는 다른 것과 구별하여 쉽게 인식하도록 돕는다. 책의 표지는 어떤 책인지 알려 주고, 여러 갈래의 길에서는 안내 표지가 목적지를 알려 준다.
내가 사는 라우어타운에도 곳곳에 안내 표지가 있어 원하는 곳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또한 출입문은 대부분 유리로 되어 있어 식별 표지가 없으면 문이 열려 있는지 닫혀 있는지 구별하기 어렵다. 유리가 너무 깨끗하면 문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달포 전에는 정원에서 안타까운 장면을 목격했다. 까마귀 한 마리가 날아가다 건물 유리에 부딪혀 바닥에 떨어졌다. 다리가 부러졌는지 날지 못하고 있었다. 까마귀 떼는 상공을 맴돌며 동료의 상태를 살피는 듯했다. 사람들이 가까이 있어 쉽게 내려오지 못하다가, 사람들이 흩어지자 비로소 내려와 다친 동료를 데리고 날아갔다. 유리창에 표지가 있었다면 그런 사고를 막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유리문에 부딪힌 적이 있다. 사우나에서 나와 청명원으로 향하는 출입문에는 표지가 있어 문이 열렸는지 닫혔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그 옆의 고정 유리에는 표지가 없었다. 문이 열린 줄 알고 그대로 걸어가다가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이마를 세게 부딪치고 말았다.
혹시 나와 같은 일을 겪는 사람이 또 생기지 않을까 걱정되어 직원 몇 분에게 이야기했지만 쉽게 반응이 없었다. 이후 아침 체조 시간에 회장님을 만나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다. 얼마 후 다시 그곳을 지나는데 유리에 식별 표지가 붙어 있는 것을 보고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안전사고는 예고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다. 그래서 사고가 난 뒤 수습하는 것보다 미리 예방하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 특히 시니어타운은 어르신들이 많이 생활하는 곳인 만큼 더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사소한 부주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다치신 분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세심한 배려 하나가 큰 사고를 막는다. 산불도 작은 불씨 하나에서 시작되듯, 안전도 작은 관심에서 지켜진다. 어두운 곳의 작은 불빛 하나가 사고를 예방하듯, 눈에 잘 띄는 표지 하나가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 준다. 서로가 조금씩 더 관심을 기울여 모두가 건강하고 평화로운 삶을 누리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