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울적한 날 장미꽃잎을
하나하나 떼어내면서 생각했었네
슬픔이란 얼마나 정교한 구조물인가를
겹겹의 아픔에 뿌리를 담그고 있는 그 향기를
마음 한 번 모질게 먹자고
먼 산 속으로 들어와서야 알겠네
사람이 얼마나 큰 그늘을 만드는 나무인가를
첩첩산맥으로 옥죄어 오는 건장한 연緣의 어깨를
나는 산 속으로 도망친 게 아니라
한 꽃송이에 꽁꽁 갇혀 버린 거였네
깨끗하게 잊었노라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소리 지르고 싶어서
갈 봄 여름 없이 산은
꽃을 피워 올리는 거라네
그 산그늘 둘레만큼
참아낸 아픔의 키 높이만큼
향기는 번져나가는 거라네
- 이인원 [슬픔의 체적(體積)]
Eric Andersen / Snow, S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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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슬픔의 체적~~~머물러 갑니다......건필하세요~~^^*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좋은글에 머물렀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무생각없이 쉬어갔다고 하면 저 뭐라 하실건가요.....ㅎ~~~시인님 행복한 오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