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나 현 시국의 사태로 보아서는 더더욱 뭔가의 결실이 있어져야 할 이 즈음.
반 단톡을 하면서 서로간의 안부를 챙기며 소소한 情을 나누던 친구들이 송년회를 하자는 얘기가 있었다.
알다시피 쥔장 친구들은 아직도 현역에서 일하는 친구들도 많고 전국 여기저기에 흩어져 살고 있는 친구들
혹은 마음은 있으되 굳이 만남까지 스스로 자청하지는 않는 친구들과 굳이 안그래도 바삐 사는 이 시점에
꼭 새로운 만남까지 가질 필요가 무에 있겠냐며 도리질 하는 친구까지 기타 등등 만나지 못할 이유들이 하도 다양해서
그나마 연락이 되거나 시간이 맞는 친구들끼리 소소한 만남을 다지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여고 30주년 행사를 하고 나서도 각자 바쁘게 제 할 일들 하느라 여전히 묶인 세월을 보내던 친구들이
그나마 40주년 행사를 기점으로 사회적 전선에서 물러나거나 스스로 자족하는 삶을 살거나 어쩌다 보니 명퇴를 하거나
암튼 또 각자 사정에 맞게 여분의 시간을 손에 쥐게 된 친구들 몇 명이 가끔, 정해진 바 없이
필요하거나 생각날 때면 아주 가끔 시간을 내어 만나기를 감행하다가 어느새 스마트폰의 위력을 실감하게 되면서 부터
거리상의 만남이 아니라 공간적인 만남으로 단톡을 하게 되면서 부터는 자신들의 근황이나 서로간에 필요한 채널이 되어
음으로 양으로 필요불충분의 친구들과 인연 관계를 돈독히 하는 중이었다.
뭐 다른 친구들 처럼 정해진 만남을 이어가거나 잦은 만남을 하지 않아도 혹은 요란스럽게 뭔가를 하지 않아도
늘 뒤에서 묵묵히 친구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지하며 길게 세운 동정 안테나를 거부하지 않은 채
암암리에 그것도 아주 조용하게 소리 소문 없이 친목을 다지고 있었다는 그런 말이다.
그러다가 어쩌다 보니 지방에 사는 친구들 곁으로 '찾아가는 동창회' 같은 조촐한 만남을 시도하다 보니
청주로 당진으로...나이 든 여자들이 소녀적 감성 모드에 젖어 들뜬 마음 부여잡고 기쁘게 지방 행차를 하게 되었다.
봄바람에 벚꽃 날리는 길을 휘저으며 한때 지나쳤을 첫사랑을 회고하고 웃음발을 날리면서 기꺼이 청주로 불러준 친구에게 고마움을 표하기도 하고
초록이 넘치는 여름날에 당진으로 날아오도록 하여 그동안 변해버린 당진의 새로운 명소들을 순례 여행하듯 곳곳으로 안내하던 교장선생님 친구.
그녀가 이번에 후배들을 위해 자청하여 교장직에서 내려오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하니 박수받아 마땅할 일이요
앞으로 그녀의 행보가 기대된다...아마도 미친듯이 놀러다닐 듯하다는 예감.
그렇게 매번 만나면 격의 없이 웃고 떠들던 계절도 훌쩍 지나 공사다망하게 지내다 보니 결국 송년이라는 이름 앞에서 다시 만남을 갖게 된 우리.
주말 마다 촛불시위가 열리는 시국에 동참하지는 못할 망정 서울에서 만나 시시덕 거리는 모습을 보이기에는 좀 그렇기도 하고
굳이 무설재를 보고 싶다는 친구의 요청에 의해 우리집으로 친구들이 휘리릭 찾아들게 되었다.
물론 자청하여 한턱 쏘신 친구의 배려 덕분에 아주 정갈한 한정식을 속편하게 맜있게 먹어주는 센스도 더해졌다.
게다가 워낙 솜씨 있는 쥔장 손길에 정성이 더해져 보는 눈도 즐겁고 입맛도 사로잡는 식탐의 절정은
민어구이에서 더더욱 환상적이었다는 후문.
일단 서울을 떠난다는 것, 도시를 벗어나 일탈의 즐거움을 누리기에는 안성은 그야말로 안성맞춤인 게다.
도시와 농촌의 절묘한 배합 구도가 일단은 마음을 편하게 하고 곳곳에 산재한 자연이라는 선물이 눈을 편하게 하나니
그것만으로도 안성으로 마실 나온 느낌은 충분할진대 친구들을 만나 밀린 회포를 푸는 그 즐거움을 누가 말리랴.
더구나 겨울날의 운치, 벽난로를 빼놓고 말할 수는 없는 법....찾아든 무설재의 명물 벽난로를 곁에 두고 온갖 이야기들이 오가고
기꺼이 경청모드에 진지함과 웃픈 이야기까지 절정을 이루다가 결국은 또 시국 이야기라....'아, 대한민국의 국민이여' 다.
믈론 모임인 줄 뻔히 알지만 참석하지 못하고 헌법재판소 앞에서 대통령 하야, 탄핵 실현을 위해
기꺼이 일인 시위를 하고 있는 목사 친구를 응원하면서 마음은 잠시 촛불 시위를 향하고 슬쩍 편편하게 일상을 누리면서도
워낙 깡통같은 나랏님을 스스로 뽑았던 손에 대해 각성을 하였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시국만 논할 수는 없는 법.
다시 일상의 이야기로 돌아가 다시 소녀 감성이 물이 오르고 오르다가 결국에 빠른 시일 안에 신년회, 새해맞이를 하자는 결론에 이르르니
이번에 서울 하고도 구 반포 서래마을에 산다는 한미옥이 자청하여 그 동네로 불러주신다.
아주 통크게 한턱 쏘시겠다고 호언장담 하나니 신년회 역시 기대가 된다만서도 마음 한 켠으로는 이래도 되는 걸까? 였다.
다들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인 만큼 우리도 이제는 '김영란 법'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다음부터는 더치페이를 실행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는 생각을 잠시 하였다.
먼저 돌아간 친구를 포함하여 7인의 여자들이 담을 넘어가도록 웃어제낀 하루는
넘치는 엔돌핀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였으므로 천국이 따로 없더라는.
어쨋거나 2016년이 시작되었는가 싶었더니 어느새 한해를 끝내는 시점이다.
내년에 만나서도 여전히 건강하게 잘 살아내자고 하겠지만 세월은 생각보다 빠르게 휘리릭 지나버리는 까닭에
언제 또 연말이 되었다니 라고 읊조릴지도 모를 일.
그저 다리에 힘 있고 능력 있을 때 친구들이여 열성을 다해 만나 볼 일이겠다.
결국엔 남는 것은 친구들과의 소중한 추억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11월 말 부터 시작된 송년회를 참석하다가 결국엔 감당 안되는 곳은 잘라버리고
지난 화요일엔 세건의 송년회를 시간 차 별로 감행하다가 덜컥 독감에 걸려 죽을 듯이 아팠다.
이러다 죽는 거 아니야? 싶을 정도로 고된 하루 하루를 지내다가 친구들이 찾아들 무렵에는 조금 나아진 상태라
간신히 그 하루 토요일을 마감하여 보내고 일요일인 어제는 또 다시 시체처럼 드러누워 완전 일상을 포기하였더니 서방이 옆에서 한심하다는 듯이 왈
"그래도 친구들 만나던 날은 안 아팠지? 좋아 죽겠을 것 같은데?" 랍신다.
간반에 겨울비가 내렸다.
12월의 겨울비...운치 있을 듯 하여도 몸이 고달프면 그것도 감성마인드 제로지대로 간다.
하지만 즐거웠던 친구들과의 하루를 전해주지 않고는 월요일을 시작할 수 없기에 코를 훌쩍거리며
아픈 목에 스카프를 있는 대로 동여매고 걸쳐지는 대로 옷을 껴입고 온몸 구석구석 뼈마디 쑤시게 아픈 통증을 견디는 중이다.
편도가 장난 아니게 부어서 어젯밤은 숨이 안쉬어지더라고.....그래도 살아났다.
독감이 페렴으로 옮겨갈 나이는 아직 아니므로 죽지 아니하였다는 말이 되.겠. 다.
첫댓글 살아있어서 다행이네요~! 난 내내 독감예방주사 안맞다가 올핸 얼마전 건강검진 하다가 얼결에 맞았는데 맞길 잘했나보네요~! 건강 잘 추스르시길~! 덕분에 엔돌핀 팡팡 돌았네요~! ^ ^
주사를 맞았다니 다행입니다요.
정말 세월의 힘을 느끼게 되는 요즘입니다.
이때를 잘 건너가야 다음 십년을 예약한다더니만 왠 불상사들이 그리도 많이 생긴 한 해 였는지.
이제 조금 나아진 듯 하지만서도 워낙 편도가 심하게 부어서 입 꾹 다물고 사는 중입니다.
그래도 친구들과 즐거웠던 기억이 있어 좋습니다요,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밥량은 줄고 약량은 늘겠지요.
봄날 같은 겨울,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하는 시기인듯 합니다.
모쪼록 즐거운 성탄과 행복한 연말연시 되세요.
ㅎㅎㅎㅎ 그런 듯 합니다.
요즘 날이 오락가락 하니 더욱 더.
초선님도 근사한 연말이 도시길 바랍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