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서 뱃길로 217km, 거센 파도와 힘겨운 시름을 하며 겨우 섬에 발을 디디고서야 배 안에서 어지럽고 메스꺼운 것이 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잔잔한 날은 3시간이면 도착할 거리지만 울릉도로 출발한 2월 4일은 장장 4시간 40분만에 도동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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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릉도 도동항. 적막함이 돌던 섬에 배가 도착하자 바쁘고 어수선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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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정헌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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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닷새의 군무. 멀리 산등성으로 사라지며 부질없다고 외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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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정헌종 |
| 바위산에 내린 잔설들이 녹으면서 흘러내리는 물들이 마치 '안녕하세요'하고 속삭이듯 우리를 맞이해 준다. 향나무 천지인 울릉도를 가득 메운 포구 사람들의 바빠짐에 맞춰 산등성이 섬 저편으로 사라지는 바닷새의 군무는 '부질없다'라고 끼륵끼륵 소리를 쳐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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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향봉. 망망대해를 보구 누구를 그리워하는지 망향봉은 찬바람이 불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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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정헌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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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천년 향나무. 지난 큰 태풍에 도로가 뒤집히고 사람이 죽어 나갈 때 몸퉁이 절반이 부러지고 말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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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소를 향해 올라가는 오른쪽 행남봉에는 오천년 수령을 자랑하는 울릉도의 상징 나무인 향나무가 망망대해를 바라보고 서 있다. 망향봉 맞은 편 행남봉에 우뚝 서 있는 그 모습은 지난번 큰 태풍으로 사람들이 죽고 산이 무너져 내릴 때 가지의 절반 가량이 부러졌다고 한다.
오다 삼무(五多 三無)의 섬 울릉도에 발을 디디다
오다(五多)는 바람과 미인 돌과 물 그리고 향나무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 삼무(三無)라는 것은 도둑과 뱀과 공해가 없는 것을 말하는데 예전 인심만큼 그런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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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징어 덕장. 울릉도 오징어 말리는 풍경은 어느 곳에나 있다. 지금은 오징어가 많이 나지 않는 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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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과 아줌마. 눈이 오자 아줌마 하나가 오징어가 눈에 젖지 않도록 윗가리개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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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보다 늦어진 일정과 생각보다 불편한 뱃길에 시달린 우리는 숙소에 짐을 뿌리고 제대로 쉴 틈 없이 각자 만날 사람을 점검하고 카메라와 녹음기 그리고 수첩을 챙겨 들었다.
나는 내가 느끼고 만나야 하는 자연의 바람과 돌과 섬 그리고 나무의 숨소리와 목소리를 찾아 발길을 돌렸다. 해질 무렵에 도착한 통구미에는 낙조가 지고 있었다. 거북바위로 떨어지는 낙조를 아무 말없이 카메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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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북바위의 낙조1. 시간이 충분하지 못해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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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정헌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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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북바위의 낙조2. 구름이 많았는데 더 좋은 풍경은 높은 곳으로 가야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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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늦은 것은 아닌가? 겨울에 울릉도를 찾는 일은 그리 흔치 않다. 보통 봄 여름 가을철이 울릉도 관광에는 적기라고 한다. 우리가 관광에 불리한 이 시기를 택한 것은 바쁜 일상에서 시간을 충분히 맞추기 어려운 현실 때문이다.
해가 일각의 틈도 없이 지고 있다. 파도는 해질 무렵에야 잔잔해졌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바람은 또 어디로 숨어들었나? 멀리 오징어 집어등만이 길게 늘어진 수평선을 주목하게 만들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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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낙조1. 울릉도에서 떨어지는 해를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곳에서 찍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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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정헌종 |
| 구름이 많다. 저녁에 검게 물들어가는 기암과 구름과 수평선과 바람을 취재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 한 것이 한 시간 남짓 택시를 잡아 타고 이곳에 다시 돌아온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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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낙조2. 무슨 말이 필요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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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정헌종 |
| 아, 오늘은 왜 이토록 이유 없는 것이 많은가? 소줏잔이 이유 없이 쓰러지고 머릿속이 이유 없이 공허해지고서야 무거운 몸을 잠재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