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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우리가 기억과 망각에 대해 알고 싶은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 _ 뇌과학자 정재승
『스틸 앨리스』의 저자, 신경과학자 리사 제노바가 들려주는
불완전하고도 경이로운 인간 기억의 비밀
첫 번째 키스는 기억하면서 왜 열 번째 키스는 기억하지 못할까?
9·11 테러 사건 당일은 아직도 생생한데 어제 일은 새까맣게 잊는 이유
하려던 말, 주차한 장소 등을 자주 잊는다면 알츠하이머병을 의심해야 할까?
세계적 음악가 요요마가 30억 원짜리 첼로를 택시에 두고 내린 까닭
훈련만 하면 누구나 기억력 천재가 될 수 있다?
주차 장소, 지인의 이름, 하려던 말 등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아서 가슴이 철렁했던 경험이 있는가? 아직 걱정하기는 이르다. 당신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것이 아니다. 단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을 뿐, 당신의 기억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동명의 영화 원작소설『스틸 앨리스』의 저자이자 하버드대 신경학박사 리사 제노바(Lisa Genova)가 기억과 망각에 관한 모든 것을 담은 뇌과학 교양서『기억의 뇌과학(Remember)』으로 한국의 독자를 만난다. 이 책에 따르면 기억이란 마치 우리가 숲을 가꾸듯이 의미 있게 여긴 것을 선택하고 강화하면서 자기만의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기억이 왜곡되고 망각될 때 인간은 오히려 개성적이고 창의적으로 세상을 받아들일 수 있다. 저자는 신경과학자의 깊이에 뛰어난 스토리텔링 재능을 바탕으로 우리를 불완전하고도 경이로운 인간 기억의 세계로 안내한다. 그리고 주의집중, 감정, 수면, 맥락과 스트레스 등 본질적으로 더 나은 기억 생활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다.
👩🏫 저자 소개
리사 제노바
과학자의 눈과 시인의 귀를 가진 신경과학자, 그리고 소설가. 미국 베이츠 칼리지에서 생명심리를 전공하고 하버드대에서 신경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알츠하이머병, 외상성 뇌손상, 자폐증, 헌팅턴병 등 신경질환에 대한 과학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소설로 풀어내며 현대소설계에서 특별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타인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게 만드는 뛰어난 스토리텔링 능력으로 ‘소설계의 올리버 색스’이자 ‘뇌과학계의 마이클 크라이튼’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10여 년간 알츠하이머병과 기억에 관해 대중강연을 이어온 제노바는 전문지식에 대한 대중의 이해에 기여한 공로로 펠센터상, 알츠하이머병협회 리타헤이워스상, 미국 신경정신약리학협회 미디어상 등을 수상하였고, PBS 넥스트에비뉴 선정 ‘노화에 관한 혁신 인플루언서 50인’에 올랐다. TED 강연인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650만 조회수를, “기억은 어떻게 작동하는가-그리고 망각이 완전히 괜찮은 이유”는 25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되었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자신의 할머니를 모티프로 쓴 첫 소설 『스틸 앨리스』는 전 세계 37개 언어로 번역되며 260만 부가 판매되었고, 2014년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져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밖에 지은 책으로 『레프트 니글렉티드』, 『러브 앤서니』, 『인사이드 더 오브라이언즈』, 『에브리 노트 플레이드』가 있다.
인간이 기억하고 망각할 때 뇌에서 벌어지는 일을 탐구한 제노바의 첫 논픽션 『기억의 뇌과학』은 소중한 추억은 물론 언젠가 자신마저 잊게 될까 두려움을 토로하는 이들에게 다정한 위로를 전하며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 목차
추천의 글
들어가는 말 기적이라 할 만큼 강력하고 믿을 수 없을 만큼 허술한
1부 기억의 과학
1 기억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2 당신이 주차 위치를 잊어버린 이유
3 지금 이 순간, 작업기억
4 근육기억, 몸이 기억하는 것들
5 의미기억, 내 머릿속 백과사전
6 섬광기억, 잊지 못할 그때 그 사건
2부 망각의 예술
7. 우리의 기억은 틀렸다
8. 혀끝에 기억이 맴돌 때
9. 기억해야 한다는 걸 기억하는 법
10. 인생에 얼마나 많은 기억이 사라질까
11. 망각이 우리를 살게 한다
12. 노화, 그 숙명에 관하여
13. 알츠하이머병, 가장 두려운 미래
3부 기억의 숲을 가꾸는 법
14. 맥락으로 돌아가라
15. 스트레스는 약일까 독일까
16. 잠이 부족할 때 벌어지는 일
17. 알츠하이머병에 저항하는 뇌
18. 소중하게, 그러나 결코 무겁지 않게
부록: 기억을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들
더 읽을거리
감사의 말
📖 책 속으로
나에게 가장 의미 있는 일화기억들을 하나로 엮으면 내 인생 이야기가 된다. 이렇게 한 데 모인 기억들은 자서전적 기억autobiographical memory이라고 한다. 첫키스, 결승골을 넣은 날, 대학 졸업식 날, 결혼식 날, 처음 집을 사서 이사한 날, 파격적인 승진, 자녀의 탄생과 같이 인생의 주요 장면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자서전적 기억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 있는 순간들이 반드시 무지갯빛의 신비한 동화 속 장면들은 아니다. 무엇을 기억하는지는 인생을 어떤 이야기로 만들 것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는 자신의 정체성과 인생관에 부합하는 기억들을 저장하는 경향이 있다.
---「6장 섬광기억, 잊지 못할 그때 그 사건」중에서
기억을 정말 대단한 존재로 여긴다면, 기억의 진정한 위대함을 인정하고 기억을 잘 돌볼 것이다. 올바른 도구를 사용하면 기억은 무한한 잠재력을 발휘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기타 치는 법을 배우고, 시험에서 A를 받을 수 있다. 기억의 진정한 가치에 감사할 것이며, 이런 감사의 마음은 수많은 연구가 증명하듯 우리의 행복과 안녕에 보탬이 된다. 동시에 기억을 가볍게 받아들인다면 기억의 수많은 허점에 대해 느긋하고 관대해질 것이다.
---「18장 소중하게, 그러나 결코 무겁지 않게」중에서
1980년에 내 아버지는 어느 첨단기술 관련 회사에 개발 담당부사장으로 취임했다. 인사 담당자와 함께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던 아버지는 전화번호란을 망설임 없이 채운 다음 주소란에서 그만 막히고 말았다. 5년째 살고 있는 동네 이름을 몰랐던 것이다.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노인이어서가 아니었다. 당시 아버지는 고작 39세였고 머리가 비상한 기업 임원이었다. “모르겠어요. 전화번호를 알려줄 테니 내 아내한테 물어봐요.” 아버지는 지금도 그때 일에 대해 이렇게 변명한다. “누가 그런 것에 일일이 신경 쓰며 산다고.” 어떻게 5년간 출퇴근하면서 횟수로는 1825회나 드나들었을 자기 집 주소를 모를 수 있을까?
---「2장 당신이 주차 위치를 잊어버린 이유」중에서
정보는 작업기억 안에 오래 머물 수 없다. 시각정보는 시공간 메모장에, 청각정보는 음운루프에 겨우 15~30초 정도 보관된다. 그걸로 끝이다. 보관했던 정보는 새로 들어오는 정보에 자리를 내준다. 매 순간 새로운 일이 벌어지는 것이 인생이다. 우리는 내면과 외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끊임없이 듣고, 보고, 생각하고, 경험한다(내 안에 있는 나에게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가? 방금 질문에도 대답했네). 다음 데이터가 작업기억에 들어오면, 먼저 들어왔던 것은 무엇이든 밀려난다.
지금 입력하고 있는 문장이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거나, 아직 읽지 않은 문자가 제시카 체스테인이 내 소설을 각색한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 한다는 내용이거나, 내가 지금 이 순간에 관해 내 책에 써 넣어서 수십 번을 다시 읽고 수정한다면 지금 이 순간 내가 인지하고 중요하다고 여긴 정보가 작업기억의 임시 공간에서 해마로 옮겨질 것이다. 그러면 해마에서는 신경세포들이 흩어져 있는 찰나의 감각정보들을 연결하여, 오늘 우리집 부엌에서 있었던 일이라는 하나의 기억을 엮어낼 수 있게 된다. 이제 이 순간은 30초 후면 사라지는 기억이 아니다.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앞으로 수십 년간 기억할지 모른다.
---「3장 지금 이 순간, 작업 기억」중에서
“열기구를 타러 갔을 때 기억나요? 여섯 살 때 쇼핑몰에서 부모님을 잃어버렸다면서요? 사촌의 결혼식에서 신부 드레스에 빨간 음료수 쏟았잖아요?”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았던 일에 대해 비슷한 질문을 던진 다음 완벽하게 속이기 위해 포토샵으로 조작한 사진과 사건을 뒷받침하는 거짓 정보도 제시했다. 참가자들은 지어낸 이야기에 어떻게 반응했을까? 참가자의 25~50퍼센트는 하지도 않았던 경험에 대해 자세히 기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7장 우리의 기억은 틀렸다」중에서
오늘 하루를 돌아보면서 어떤 경험 혹은 어떤 정보가 시간의 시험을 견뎌낼 만큼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보자. 오늘 학습했거나 내게 일어났던 일 가운데 내일까지, 다음 주까지, 내년까지, 20년이 지나서까지 기억에 남을 만한 것이 있는가? 아니면 오늘은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 밑바닥으로 사라질까? 내 인생에서 얼마나 많은 날이 영원히 지워질까? -10장 인생에서 얼마나 많은 기억이 사라질까
그러면 이미 강화되어 장기기억 저장소에 들어간 기억을 잊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경우 정보를 인출하는 계기가 될 만한 단서와 맥락에 되도록 노출되지 말아야 한다. 그런 곳에 가지도 말고, 그런 기억에 대해서는 생각하지도, 입에 담지도 않는다. 부지불식간에 그런 기억을 되뇌어서도 안 된다. 나도 모르게 거슬리는 광고 음악을 흥얼거리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면 즉시 노래를 멈춰라. 그만, 그만. 끝까지 부르면 안 된다. 생각을 전환해라. 원하지 않는 기억의 신경회로가 활성화되지 않도록 저항해라. 완전히 인출해버리면 그때마다 기억은 강해진다. 기억은 내버려둘수록 약해지고 잊힌다.
---「11장 망각이 우리를 살게 한다」중에서
알츠하이머병은 새로운 기억의 생성을 방해하는 정도로 시작되지만, 결국에는 이미 만들어진 가장 오래된 기억이 보관된 신경연결망을 어쩌면 가장 비극적인 방식으로 망가뜨린다. 이 단계까지 간 내 할머니는 더 이상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나는 그렉이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날이 올까 봐 두렵다.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언젠가 그런 슬픈 날이 오고야 말 것이다. 알츠하이머병이 처음 기억을 잃는 증상에서부터 마지막 단계까지 진행되는 데는 평균 8년에서 10년이 걸린다. 결국 모든 종류의 기억을 생성?인출하는 기능이 심각하게 손상된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기억소실은 광범위하고, 치명적이고, 비극적이며, 결코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이 아니다.
---「13장 알츠하이머병, 가장 두려운 미래」중에서
🖋 출판사 서평
주차 장소, 지인의 이름, 하려던 말 등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아서 가슴이 철렁했던 경험이 있는가? 아직 걱정하기는 이르다. 당신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것이 아니다. 단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을 뿐, 당신의 기억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동명의 영화 원작소설『스틸 앨리스』의 저자이자 하버드대 신경학박사 리사 제노바(Lisa Genova)가 기억과 망각에 관한 모든 것을 담은 뇌과학 교양서『기억의 뇌과학(Remember)』으로 한국의 독자를 만난다. 이 책에 따르면 기억이란 마치 우리가 숲을 가꾸듯이 의미 있게 여긴 것을 선택하고 강화하면서 자기만의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기억이 왜곡되고 망각될 때 인간은 오히려 개성적이고 창의적으로 세상을 받아들일 수 있다. 저자는 신경과학자의 깊이에 뛰어난 스토리텔링 재능을 바탕으로 우리를 불완전하고도 경이로운 인간 기억의 세계로 안내한다. 그리고 주의집중, 감정, 수면, 맥락과 스트레스 등 본질적으로 더 나은 기억 생활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다.
1. “기적이라 할 만큼 강력하지만 믿을 수 없을 만큼 허술한 인간 기억의 세계”
- 소설계의 올리버 색스, 리사 제노바가 전하는 기억과 망각에 대한 모든 것
우리나라 65세 노인 중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는 열 명 중 한 명, 이 숫자는 가파르게 증가해 2024년이면 100만 명을 넘어선다고 한다(2021년 치매 유병률 조사). 우리가 곧 맞이하게 될 두려운 현실에 대해 하버드 신경학박사 리사 제노바는 이같이 경고한다. “당신이 치매가 아니라고 안심한다면, 당신은 그 치매 환자의 보호자로 살고 있을 것입니다.” 리사 제노바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중년 여교수의 스러져가는 삶을 그린 영화 [스틸 앨리스]의 원작소설 작가로, 지난 10여 년간 각종 강연을 통해 기억과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대중의 이해에 기여해왔다. 그는 자신의 강연을 찾아온 이들이 세대를 불문하고 사소한 건망증에도 ‘어떻게 그런 걸 잊어버려’ 혹은 ‘좀 더 젊었더라면 잊어버릴 리가 없는데’와 같이 과도한 죄책감과 두려움을 토로한다고 밝힌다.
이에 제노바는 일상적인 건망증은 알츠하이머병의 징후와 구분해야 하며, 나아가 기억이 어떻게 저장되고 지워지는지 원리를 알면 그러한 두려움에서 해방되어 더 나은 기억생활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첫 논픽션 저서인 신간 『기억의 뇌과학』에서 그는 신경과학자의 전문성과 뛰어난 스토리텔링 능력을 바탕으로 불완전하지만 경이로운 인간 기억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이 책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모든 것을 기억하고 저장하도록 설계되지 않았으며, 망각은 우리가 피해야 할 질병이 아니라 진화에 따른 지극히 정상적인 상태이다. 나아가 기억이란 우리가 기억한 것과 잊어버린 것의 총합이라고 새롭게 정의한다.
이 책은 기억과 망각에 대한 뇌과학적 이해를 돕기 위해 신경과학의 기념비적인 연구와 흥미로운 임상 사례들을 총망라할 뿐 아니라, 주의집중·감정·수면·맥락·스트레스 등과 기억의 관계를 파헤치며 기억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근본적이고도 실용적인 팁을 제공한다. 기억에 관한 매혹적인 스토리텔링을 따라가다 보면 기억과 망각이 정교한 과학인 동시에 삶을 창의적으로 가꿔나가기 위한 예술임을 받아들이게 된다.
2. “인간의 기억이 작동하는 방식을 이토록 매혹적으로 들려줄 수 있을까”
- 신경과학적 지식과 뛰어난 스토리텔링의 결합으로 기억의 비밀을 파헤치다
우리 뇌에는 어떤 기억이 저장되고 어떤 기억이 잊힐까? 우리는 열 번째 키스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첫 키스는 아직도 강렬하게 기억한다. 어젯밤 뭐했냐는 질문에는 답하기 망설이지만, 2014년 4월 16일 뉴스 속보가 전해지던 아침 출근길의 공기는 여전히 뇌리에 남아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두뇌가 기억을 특정한 부위에 일률적으로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기억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처리하고 저장하기 때문에 벌어진다.
인간의 뇌는 일상적인 것보다 특별한 것, 그리고 주의를 집중하고 의미 있게 여긴 것을 더 쉽게 기억한다. 보스턴마라톤 사건이나 9·11 테러사건처럼 전혀 예상하지 못하거나 충격·감동·슬픔·공포 같은 강렬한 감정을 느낀 사건을 어제일보다 생생하게 기억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이를 ‘섬광기억’이라고 한다. 대학 졸업식 날, 결혼식 날, 자녀의 탄생과 같이 인생의 주요 장면들에 대한 ‘자서전적 기억’은 인생을 어떤 이야기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개인의 정체성과 인생관에 따라 달라진다.(6장)
그런가 하면 학습한 경험과 지식에 대한 백과사전적 기억인 ‘의미기억’은 반복, 시간 간격을 두고 암기하기, 자가테스트, 시각 공간적 형상화 등의 기법을 통해 강화된다(5장). 걷기, 뛰기, 운전 등 몸에 배어서 무의식적으로 떠올리는 ‘근육기억’은 우리가 의식하지 않고도 먹고 마시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만들 뿐 아니라 더 고차원적인 활동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돕는다(4장). 반복 훈련에 의해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1만 시간의 법칙’은 자기계발의 메시지인 동시에 기억의 작동방식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한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기억이 저장되고 사라지는 방식을 이해하면 기억력을 충분히 훈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효율적인 학습과 창의적인 활동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삶을 향상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3. “누구에게나 가꿔야 할 기억의 숲이 있다”
_ 1년 중 단 8일만 남는 기억. 망각은 질병이 아니라 선택이자 축복이다
69세의 나이에 파이(π)의 소수점 아래 11만 1700개 자리까지 외우며 기네스북에 오른 하라구치 아키라는 그런 놀라운 기억력을 가지고도 아내와의 결혼기념일을 잊어버렸다.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마는 30억 원 가치의 자신이 가장 아끼던 첼로를 택시 트렁크에 놓고 내렸으며, 미국의 의사들은 8년간 772개의 수술도구를 환자의 체내에 남기고 봉합해버렸다(2013년 조인트커미션). 대체 왜들 이러는 걸까? 아내에게 무심해서? 의사들이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 단지 단서가 없었을 뿐이다. 미래에 어떤 일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에 관한 기억을 ‘미래기억’이라고 하는데, 우리의 뇌는 이 미래기억을 유독 잘 잊어버린다. 저자는 기억을 촉발할 단서를 남기고 이를 눈에 잘 띄는 곳에 두는 것만으로도 미래기억은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고 우리를 다독인다(9장).
이처럼 인간의 기억은 놀라운 가능성을 가진 동시에 믿을 수 없을 만큼 불완전하다. 평범한 사람이 1년 중 세세한 부분까지 통째로 기억하는 날은 평균 8일에서 10일에 불과하며, 5년 전으로 돌아가면 이는 더욱 줄어든다. 더 놀라온 것은 그나마 남은 기억 역시 불완전하고 부정확해서, 누락되거나 의도치 않게 편집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일화기억이 장기기억으로 강화되는 동안 상상, 의견, 추측이 개입되면서 편집되기도 하고, 감정이나 읽고 들은 내용, 꿈 등이 개입되며 망각되고 왜곡된다. 9?11 테러사건 후에 수행된 기억에 관한 한 실험에서, 피실험자들은 당시 펜실베이니아 들판에 추락한 비행기의 동영상에 대해 기억나는 게 있으면 설명해달라는 요구를 받는다. 그들은 성실하고 구체적으로 자기가 본 것에 대해 답변했다. 펜실베이니아에 추락한 비행기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이처럼 특정한 답을 유도하는 질문은 우리 뇌가 아예 겪은 적도 없는 일을 기억한다고 믿게 만들 수도 있다(7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망각이 노화의 징후나 치매의 병증, 부끄러운 무능력이나 해결해야 하는 부적응 문제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뇌의 활동이자 누군가에게는 축복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잘못된 정보나 몸에 밴 잘못된 습관, 전쟁이나 성폭력같이 점차 강화되는 트라우마 등은 차라리 잊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끔찍한 기억을 의도적으로 좋은 기억으로 전환하고 기억이 활성화되지 않도록 피하면서 상처를 옅게 만드는 것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우리는 과거의 기억을 잊음으로써 새로운 경험을 학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의미 있는 기억을 더 오랫동안 간직하게 된다. 결국 기억과 망각은 개개인에게 의미 있는 것을 선택하고 강화하면서 자기 서사를 완성해나가는 과정인 것이다.
4. “알츠하이머병의 공포를 넘어, 기억보다 찬란한 당신의 삶을 위하여”
_주의집중과 수면, 스트레스 등 알츠하이머병에 저항하는 뇌를 만드는 방법
알츠하이머병으로 개인의 역사를 송두리째 잃어버린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는 기억이 인간다운 삶을 경험하는 데 얼마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저자의 오랜 친구이자 소설 『인사이드 오브라이언즈』의 주인공 그렉 오브라이언 역시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 신문기자인 그는 약속장소에 몰고 간 자기 차의 주차 위치는커녕 지프를 타고 이동했다는 사실조차 떠올리지 못했다. 휴대폰과 열쇠를 손에 들고 찾고 는 것은 단순한 건망증이지만 휴대폰과 열쇠를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이다.
언젠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수 있다는 막연한 공포는 노인뿐 아니라 노화를 경험하는 중년, 혹은 디지털 기기와 뗄 수 없는 젊은 세대들의 일상에도 불시에 찾아오는 도시괴담과 같다. 이에 저자는 아는 단어나 이름이 갑자기 떠오르지 않는다고 해서 당황하며 떠올리려고 스트레스를 받는 대신 차라리 구글 검색을 하라고 조언한다. 오히려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이야말로 인간의 기억에 치명적인 손상을 불러오며, 아밀로이드의 축적을 불러와 알츠하이머병에 걸리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와인이나 초콜릿, 퍼즐이나 카드놀이 등 알츠하이머병 예방에 좋다고 알려진 가설에 기대기보다, 독서나 새로운 만남 등을 통해 새로운 정보에 접근하고 충분한 수면과 건강한 식단, 스트레스 없는 생활을 누릴 때 비로소 알츠하이머병에 저항하는 뇌에 다가갈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순간이 잊히더라도, 그것은 어제보다 더 나은 내일을 기억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렸어도 마지막까지 사랑하고 사랑받는 존재로 남았던 제노바의 할머니나 어휘력을 잃어가면서도 멋진 문장을 쓰고자 애썼던 오브라이언처럼, 저자는 기억을 잊은 어떤 순간에도 당신은 끝내 당신 자신일 거라고 우리를 위로한다. 기억이 예술의 경지까지 올라가는 경이로운 과정을 담아낸 이 책은 ‘기억의 연금술사’ 리사 제노바의 따스한 감성으로 인해 과학을 넘어 문학에 가까운 이야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