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원 諸位께
20대 국회의 개원과 20대 국회의원 여러분의 첫 등원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TV를 통해 본, 등원 첫날의 몇몇 20대 국회의원의 등원포부가 신입사원의 입사포부보다
못한 지극히 교과서적인 데 실망하면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1인 헌법기관으로서의 국회의원 여러분은 온갖 특권과 함께 4류로까지 곤두박질 친
정치를 韓流(한류)처럼 일류로 끌어올려야 할 막중한 책무도 아울러 짊어지고 있습니다.
아이돌 가수, 영화, 드라마, 음식 등 한류가 세계 일류가 되어 국위를 떨치고 있습니다만
유독 정치만이 뒷걸음질 쳐 한류가 쌓아올린 대한민국의 國富(국부)와 國格(국격)을
오히려 까먹고 있습니다.
18대는 동물국회, 19대는 식물국회의 오명을 덮어썼는데 그 다음인 20대 국회는
鑛物國會(광물국회), 化石國會(화석국회)가 되지 않을까 염려되어 정치에 대한
공자 말씀과 몇 가지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공자는 논어에서 여러 차례 정치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정치란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한다”거나
“政者正也”(정자정야 : 정치는 바르게 하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20대 국회의원은 그렇지 않으리라 믿고 싶습니다만 과거의 국회의원들은
국회의원답지도 못했고, 정직하지도 못했으며, 바른 정치를 하지도,
정치를 바로 잡지도 못했습니다.
정치에 대한 공자의 說破(설파) 가운데 가장 우리의 가슴에 와 닿는 말씀은
“정치란 가까이 있는 사람이 기뻐하며 멀리 있는 사람을 오게 해야 한다”
(近 者悅 遠者來 : 근자열 원자래)라는 말일 것입니다.
정치란 은택을 입으면 백성들은 기뻐하고 그 소문을 들으면 먼 나라 사람들도
오게 마련이라는 말일 것입니다.
오늘 우리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기쁘게 하거나,
멀리서 몰려오게 하기는커녕 화나고 짜증나게 하며, 정치판이 꼴 보기 싫어
이민가려들 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은 당리당략과 진영논리에 빠져
민생법안 하나 처리하지 못하면서도 각종 특권을 누리는가 하면 갑 질에,
이권운동에, 심지어 보좌관 월급까지 떼먹는 파렴치 하고 철면피 한 짓을
서슴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치가 4류이고 한류를 까먹어 온 건 19대 국회까지의 일로 마감하고
이제 弱冠(약관)이 된 20대 국회부터는 換骨奪胎(환골탈태)해야 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국회도 구조조정을 해야 하겠습니다. 정부와 기업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하면서 정작 국회 스스로는 구조조정의 무풍지대에
안주해서야 되겠습니까?
우선 국회의원 수를 줄이고 고액의 연봉도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에 따라 줄여야 합니다.
임금협상에서 근로자에게 노동생산성을 따지듯 국회의원도 입법활동과 국회 출석률 등
정치생산성을 따지는 성과급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造船(조선)과 해운 등
중공업계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몸살을 앓고 있고,
근로자도 대량실업 걱정에 밤잠을 설치고 있습니다.
2 0대 국회는 무엇보다 국회의원 여러분의 특권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국민들의 머슴이 되고 심부름꾼이 되겠노라고
공약했을 것입니다. 정작 국가의 주인인 국민은 아무런 특권도 없는데 머슴이요,
심부름꾼인 국회의원이 국민 위에 군림하고, 면책특권 등 국민보다 더한 특권을
누려서야 되겠습니까? 미국에서는 기득권층, 특권층에 대한 반발로 막말파동까지 일으킨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에다 당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고, 필리핀에서도 그런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된 게 세계적인 추세인 것 같습니다. 특권, 기득권에만 매달리다간
그 특권, 기득권 모두를 잃을 수도 있다는 걸 아셔야 할 것입니다.
20대 국회에서는 이분법적인 진영논리에 빠져, 더는 정치와 국회를 마비시키는
일이 없어져야 하겠습니다. 객관성, 합리성, 논리성은 무시한 채 오로지 자신이 속한
진영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이 패거리주의는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합니다.
그동안 이 진영논리가 국회를 동식물국회로 만들었던 것 아닙니까?
보수우파와 진보좌파로 나눠지고, 여야로 갈라지며, 남북과 동서로 쪼개지고,
이도 모자라 친박과 비박, 친노와 비노로 분파되어 사생결단을 하다 보니
다른 모든 분야는 발전하는데 정치분야만 답보 내지는 퇴보하고 말았습니다.
20대 국회에서는 어쩌다가 당선되긴 했지만 자격미달의 국회의원은 임기 중
퇴출시킬 수 있도록 탄핵심판제를 손보고 국민소환제를 도입해야 할 것입니다.
헌법 65조에는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비롯한 행정부의 고위 관리, 사법부의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등 고위직은 죄다 탄핵심판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정작 입법부의 국회의원만은
빠져 있습니다. 국민이 심판한다는 취지에서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은 빼놓은 모양인데
국회의원도 당연히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2007년에 도입된 주민소환제로는 지방자치 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만을 소환해
파면할 수 있지만 국회의원은 소환할 수 없습니다. 지방자치단체장 등에게는
주민소환제를 도입하고 있으면서 국회의원에게는 국민소환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는 것은
불공평할 뿐만 아니라 이만저만 모순이 아닙니다. 하위 선출직은 퇴출시킬 길을 터놓고
자기들은 이를 피해 가기 위해 국민소환제를 도입하지 않는 행위는 비겁하기까지 합니다.
특권을 내려놓는 차원에서도 탄핵심판 대상에 국회의원도 포함시키고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도 하루 빨리 도입, 실시해야 할 것입니다.
이 충언은 국회의원과 정치인을 징계하기 위한 국회와 각 정당의 윤리위가
제 식구 감싸기만 하느라 유명무실하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20대 국회 개원에 맞춰 이런 고언을 드려 송구스럽습니다만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랬다고, 혁신하기 위한 새로운 제도는 20대 새 국회가 마련해야 되리라고 봅니다.
이를 위해서는 원 포인트 개헌안을 포함한 법 개정이나 새로 입법을 해야 할 테니까
입법권을 갖고 계신 여러분이 결자해지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러분의 의정활동을, 여러분의 일거수일투족을 국민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입니다.
18대, 19대와 같은 동식물국회를 더는 용납 아니 할 것입니다, 19대 때 나온
‘국회를 해산해야 한다’는 신문광고가 더는 실리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정치가 국민을 기쁘게 하고 먼 데 사람을 오게 하는 일, 국회의 구조조정과 특권을 내려놓는 일,
진영논리에서 벗어나는 일, 그리고 국회의원도 탄핵받게 하는 일과 국민소환제를
새로 도입하는 일 등은 至難(지난)한 일에, 엄청난 고통이 따르는 일일 것입니다.
20대 국회가 이를 해결한다면 19대와 같은 역대 최악의 국회가 아니라 진선진미의,
제일의 국회로 역사에 기리 남을 것입니다.
20대 국회의원 여러분의 건투와 건승을 기원합니다.
단기 4349년 5월 31일 대구에서 抱 民 徐 昌 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