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_둠벙 ●지은이_신언관 ●펴낸곳_시와에세이 ●펴낸날_2025. 4. 17
●전체페이지_120쪽 ●ISBN 979-11-91914-80-1 03810/신국판변형(127×206)
●문의_044-863-7652/010-5355-7565 ●값_ 13,000원
농사와 시가 하나 되는 둠벙의 시학
신언관 시인의 신작시집 『둠벙』은 농촌 생태계를 상징하는 시편들로 이루어져 있다. 어릴 적 얼기미 들고 나가 새뱅이, 송사리, 방게 잡던 아련한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기계화 영농과 규모화의 증대로 경지 정리를 하게 되면서 둠벙은 사라지고, 농촌과 생태 환경도 파괴되었다. 그러나 시인은 과거 다양한 생물들이 인간과 공조하며 삶의 원형을 이루었던 『둠벙』을 소환하면서 생명공동체로서의 농촌과 평화의 세상을 활짝 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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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시인의 말·05
제1부
가재·13
개똥참외·16
가을걷이 한가운데 서서·18
아궁이에 불 지피며·20
벼 포기·21
해마다 날 환장하게 하는 풍경, 셋·22
바닷가 모래알만큼이나·24
들깨 심기 좋은 날·26
왜가리·28
가을 태풍·29
오월의 보리밭·30
괜한 걱정·31
까치집·32
겨울밤·33
허물·34
제2부
눈 쌓인 들판 바라보며·37
둠벙·38
장송 솔잎에 햇살이 눈부시다·40
묵언의 기도·42
뒤주·44
나의 소원·45
겨울 해는 여전한데·46
익숙한 표식·47
늙었다는 것 1·48
첫눈 오는 날·49
오리실에서·50
늙었다는 것 2·51
다솔사 응진전·52
봄날의 미혹·54
땅은·55
제3부
금줄·59
내 서 있는 이곳은·60
왜 시를 쓰는가·62
별에게·64
요망한 상상·66
요괴의 허상·68
바람 타고 날아오른 기억들·70
디딜방아·72
허허, 참·74
광장의 소리·76
노을의 소리·78
잠 못 이룬 밤·79
잡문(雜文)·80
조화(調和)·82
운해 속 한 점 물방울이어라·84
제4부
통일은 밥 먹고 하자·87
너의 통일은 틀렸다·90
저절로 통일 1·92
저절로 통일 2·93
프리 티베트·94
입만 열면·97
용서하소서·98
가을비 단상·100
대통령 놀이에 신난 아이들·102
1968년의 테제·104
기우일까·106
망팔(望八)·108
내가 만난 어느 빨치산·110
시인의 산문·113
■ 시집 속의 시 몇 편
세상에, 이리 반가울 수가
방화골 논 물꼬 보러 가는 길
강변 억새풀 사이
덜 익은 개똥참외 열렸구나
하나는 주먹만치 컸고
하나는 이제 막 꽃잎 떨어졌구나
아들아, 이게 개똥참외란다
어디 한번 먹어보렴
손바닥으로 쓱쓱 문질러 닦은 뒤
반으로 쪼개 한 입 깨문다
똑같네요
그렇지, 그냥 저절로 생긴 거야
저절로 생겨난다는 건
감히 누구도 막지 못하는 힘이지
그 힘이 순리라는 거야
저 강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누구도 거역해서는 안된다는 뜻이지
그래서 개똥참외가 참 대단한 거야
―「개똥참외」 전문
나의 냉소와 비겁은
가을의 바람과 별빛에서 비롯되고
아픈 다리 쉬라고 어둠이 오면
이끼 늘어붙은 공허함으로 밤이슬이 맺힌다
결코 소박하지 못한 소망이
탐욕의 속내로 바뀌는 것 어렵지 않아
몸을 까맣게 끄슬리는 구덩에 박혀
젊음이 재로 되기엔 한낮이 짧기만 하다
고개 숙여 화염의 뜨거움을 맞는다
붉어진 볼에 스산한 바람이 스친다
가마솥의 물이 끓는 것은
그 안에서 숨 못 쉰 세월 때문이다
―「아궁이에 불 지피며」 전문
논물 뺄 때쯤이면
마른 장마 아니고는 며칠 비 내리는데
축축한 땅에 슬쩍 묻어도 잘 산다
부슬부슬 비라도 내리면
더위도 물리칠 겸 더욱 좋다
모종 사십 판 심고 돌아보면
두덕 따라 가지런히 예쁘다
트랙터 없는 시절에는
두덕을 어떻게 만들었냐고 묻는다
소에 극징이를 달아 이랴쩌쩌 몰면서 했지
아버지도 젊었을 때 해봤단다
할아버지한테 못한다고 데지게 혼났었지
대야에 모종 담아 나르면
엄마는 쳐다보며 늘 웃었지
그때도 장맛비는 내렸었지
눈물 감출 수 있어 좋은 날
―「들깨 심기 좋은 날 」 전문
■ 시인의 말
어지간한 세상일에 놀라지 않는다. 그런데 오후의 햇빛에 비춰진 내 그림자 보고 펄쩍 놀란다.
멀리 보아도 강물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다. 어둔 밤, 물안개 내려앉은 강물이어도 괜찮다. 그만큼 세월의 더께에 익숙하다.
무엇이 소중한지 알게 되고 사람들과 부대끼는 것에 지쳐간다. 반가운 소식보다 궂은 소식이 많다. 별것도 아닌 것에 노여워하고 홀로 있음에 계절에 감복하고 풀벌레와 새들의 소리에 쉬이 감동한다.
내 흘린 눈물이 땅에 뿌려져 천 근보다 무거운 씨앗이 되어 햇빛 맑은 날 새싹으로 펴오르길 소망한다.
2025년 죽추(竹秋)의 계절에
신언관
■ 추천사
한때 신언관 시인과 함께 농민운동을 한 적이 있다. 그는 머리로 운동하고 머리로 농사짓는 사람이 아니다. 농사 그 자체가 운동인 실천적 삶을 살고 있는 이 땅의 진정한 농사꾼이다. 그가 가꾸는 농작물이 시가 되고, 시가 농사가 되는 것과 같이 그의 시는 흙과 물과 햇빛과 구름과 바람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시들은 시들지 않고 말라 죽지 않고 생생해서 마치 둠벙이 마르지 않고 뭇 생명을 키우는 것과 같다. 세월이 수수만년 지났어도 “땅의 주인은 땅이다”, ‘농사의 주인은 농민’이라며 영원한 흙의 농부를 자처한다. 그 속에서 “잘되고 못 되는 게 누구 탓도 아니”라고 한다. “모든 것 조화 속이다/사십 년 농사해 온 감각이 그렇다”며 가재, 새뱅이, 송사리, 방개, 드렁허리, 미꾸라지, 개구리, 땅강아지, 우렁, 왜가리, 까치, 물오리, 백로 등과 어우렁더우렁 한데 어울려 친자연적인 농민의 삶을 영위한다. “농사는/햇빛과 바람과 비를/다스리는 게 아니라/감싸안는 것이”라는 그의 삶이 그러하듯이 그의 시도 “생명의 지남철”처럼 세상에 널리 퍼져 나갈 걸 믿는다._박운식(시인)
■ 신언관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2015년 『시와문화』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나는 나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 『그곳 아우내강의 노을』, 『낟알의 숨』, 『뭐 별것도 아니네』, 『엇배기 농사꾼의 늙은 꿈』, 『그래, 맞아』 등이 있다. 현재 고향인 청주 오창에서 농사를 지으며 시를 쓴다.
첫댓글 신언관 시인의 신작시집 『둠벙』이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큰 관심과 사랑(지금 교보문고, 알라딘 등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