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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식>의 저자 나구모 요시노리는 일본에서 유방암 클리닉을 개업한 유방암 전문의이자 노화 방지를 다룬 여러 권의 저서를 출판한 유명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1일 1식>에서 “우리 인체는 굶주림에는 강하지만 배부름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굶주림과 추위에 내몰릴 때일수록 ‘생명력 유전자(시트루인 유전자)’가 활성화된다”고 주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통째로 먹는 일물전체의 완전식품을 섭취하는 ‘하루 한 끼’ 식생활을 하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을 52일간 실행하면 적정 체중으로 돌아갈 뿐만 아니라 건강도 좋아진다”는 설명이다.
나구모가 권장하는 ‘1일 1식 10계명’ 중에는 ‘(과일, 생선 등의 음식을) 통째로 먹어라, 밥을 먹었으면 곧바로 자라, 건강해지려고 운동하지 마라, 설탕과 소금은 멀리하라, 공복에 커피 마시지 마라’ 등이 있다. 기존의 상식과 배치되는 부분이 있는 주장이다.
고려대병원 가정의학과의 김양현 교수는 “소식(小食)이 몸에 좋다는 것은 의학계의 상식”이라고 했다.
“장수 마을의 공통점은 소식을 한다는 겁니다. 일단 과식을 하면 우리 몸속에 활성산소가 많이 생겨요.”
활성산소는 호흡할 때 몸속으로 들어간 산소가 산화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산소다. 결함이 있는 세포의 세포사에 관여하고 세포 내 에너지 생산에도 관여하지만 과잉 생산될 경우, 생체조직을 공격하고 세포를 손상시키기도 한다. 김 교수는 소식을 하면 그만큼 활성산소가 생성될 가능성이 낮으므로 세포가 손상될 가능성도 낮다고 설명했다.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이덕철 교수는 “나구모 씨가 주장의 근거로 드는 ‘시트루인’ 혹은 ‘시르투인’ 유전자(sirtuine)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널리 인정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미국 하버드대 의과대학의 분자생물학자 데이비드 싱클레어 박사는 의학전문지 <세포(Cell)>에 “체내 칼로리 섭취량을 줄이면 이에 대한 스트레스 반응으로 인해 세포 내의 발전소라고 불리는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를 발생시키기 위해 분자의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이는 곧 노화 방지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의학계에서는 ‘소식이 장수의 지름길’이란 사실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연구결과라고 평가했다.
이덕철 교수는 시트루인에 관한 일련의 연구결과를 들며 시트루인 유전자에 대한 논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했다.
“미국 위스콘신대학에서 원숭이를 가지고 1990년대부터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한 집단은 정상적으로 먹이를 주고 다른 집단은 30퍼센트를 덜 먹였어요. 2008년에 중간결과를 발표했는데 먹이를 덜 먹은 원숭이에게서 암, 동맥경화 등의 발병률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노화를 늦추는 메커니즘이 영장류에도 적용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로 평가받았죠.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도 비슷한 연구를 하고 있어요. 똑같이 원숭이를 가지고 연구를 합니다. 식사량을 다르게 한 것도 같고요. 그런데 NIH에서는 식단을 ‘전곡류’ 등 몸에 좋은 음식으로 구성했다는 점이 위스콘신 연구와 다른 점이에요.
얼마 전에 중간결과가 나왔는데 발병률 등에서 두 집단에 별 차이가 없는 걸로 나왔어요. 칼로리 제한이 아니라 어떤 음식을 먹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한 것이죠. 시트루인이 존재하는 건 맞지만 어떤 한 경로만을 통해 활성화되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한편 인제의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의 강재헌 교수는 “소식이 몸에 좋은 건 사실이지만 하루에 한 끼만 먹는 습관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하루에 한 끼를 먹으면 폭식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장이나 소화기능에도 부담이 될 수 있고요. 결과적으로 건강이나 노화방지에 부정적인 거죠.
실제로 고도비만 때문에 병원을 찾는 분들 중에는 하루 한 끼를 먹으면서 폭식하는 분이 많습니다. 비만 등의 문제가 생기는 것은 끼니의 숫자 때문이 아니라 너무 고열량을 먹기 때문입니다. 식단과 양의 문제지 식사 횟수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하루에 한 끼만 먹어도 되는가 하는 논쟁은 ‘아침밥을 먹는 게 좋은가, 안 먹는게 좋은가’ 논쟁과도 맥이 닿아 있다. 강 교수는 “아침밥을 먹는 게 좋다는 연구결과가 많다”고 했다. 아침을 거르는 사람들 중에 비만인 사람이 많다고 덧붙였다.
고려대 가정의학과의 김선미 교수는 “우리 몸은 굶주리게 되면 에너지를 쓰지 않고 비축하는 방향으로 메커니즘이 바뀐다”고 했다.
“굶주리게 되면 에너지 소모가 줄어들게 됩니다. 살이 찔 수 있는거죠. 또 배고프다가 밥을 먹으니 과식하게 될 위험성이 높습니다.
연구결과를 보면, 같은 양을 세 끼에 나눠 먹는 사람보다 여섯 끼에 나눠 먹는 사람이 훨씬 몸무게가 덜 나간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소식에는 원칙적으론 찬성하지만 하루에 한 끼를 먹는 것보다는 자주 나눠서 먹는 게 좋습니다.”
의사들은 성장기 어린이, 노인, 환자의 경우 1일 1식을 실천하기 보다는 규칙적인 식생활을 통해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고 했다.
글·하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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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90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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