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y Back Home
김정웅
타지에서의 늦여름 노을이
너무 적확해서일는지 모르겠지만
노을빛 아래에서 반사되던 우리는
직소 퍼즐 조각이나 깨진 유리 조각 같았어
빛나고 싶었을까?
묻지도 않았지만, 대답도 하지 않을 태도였지
스킨 스쿠버라는 말
왠지 맨몸으로 유영해야 할 것 같지 않아?
몸의 기분을 재지 않고 뛰어든
바다는 생각보다 미지근하고 흐렸어
제대로 숨이 찼지
잠시 누락된 들숨과 날숨
숨은 자기도 모르게 쉬어야
진짜 숨인 거라고 하던데
목숨,
목이 느끼지만 가슴이 붙어서 하는 일
자기도 모르게 붙어서 사는 일이
목숨일까
뿔소라는 가끔 집을 버리고
맨몸으로 해변을 노닐지
가벼워졌을 거야
그게 집의 무게 때문만은 아닐 거야
소라가 버린 껍데기처럼, 집 같은 뾰족한 마음 같은 것들
버리면 가벼워질 테니까
두 팔을 벌리고 물속을 걸을 거야
숨까지 가라앉는 느낌이 익숙해질 때까지
헤엄은 안 칠 거야
창밖에 비가 내려
유리는 불투명해져
우리가 주정 부리는 낮은 테이블은 아직 맑아
술잔은 해변의 모래 한 알도 보일 만큼 투명해
술을 피하려는 의도가 읽히기도 해서
간섭하지 않으려는 배려가
간섭받지 않으려는 자세와 균형을 이루면
저절로 끝나버리는 자리
노을 아래 유유히 헤엄치던
해파리의 투명
내장으로 내려가는 식사를 보겠다는
이상한 생각을 하지는 않았지만
슬픔이나 기쁨 따위가
소화되는 과정이 보였으면 했어
우리도 해파리처럼
비 오는 날에 뛰지 않는 개가
예절에 어긋난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면
그리고 이런 생각들이 읽힌다면
이기적인 만행이겠지만
목숨을 부지한다는 진부한 말처럼
궁색하게 보이진 않을 거야
우리는 아침부터 흐렸고
불투명한 오후에는
어제 분실됐던 비가 반쯤 더 내렸어
그런데 너 있잖아
그토록 다정했던 집을 나와서
밥은 먹었니?
----애지 봄호에서
김정웅
2019년 『애지』 등단
제10회 『애지』 문학작품상
2024년 『치의신보』 올해의 수필상